[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기차의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난방 시스템’ 개발에 눈길이 쏠린다. 국내 연구팀이 전기차의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발열체 기술을 내놓았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전기를 받으면 열을 내는 ‘발열체’를 차량 실내 면적에 적용해 전기차의 에너지 절감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뛰어난 발열체를 만드는 게 핵심이자 경쟁력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이동윤 박사팀이 추위에 약한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효율·고유연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기술을 개발했다.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차량 실내 온도 조절에 따른 에너지 소비도 많아 전기차의 전비(kWh당 주행거리)가 떨어지는 흐름이 있다. 전기차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배터리의 최적 동작을 위한 온도는 20~40도이다. 적정 온도보다 높거나 낮은 경우 성능이 떨어진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가열 혹은 냉각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기차의 에너지가 더 소모돼 전비가 떨어진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영하 7도의 환경에서 전기차 전비가 34% 떨어졌고 주행거리도 상온(영상 24도)과 비교해 57%나 줄어든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성능 향상에서 자주 고려되는 항목이 바로 열 관리 시스템이다. 내연 기관차는 엔진의 폐열을 열원으로 활용해 난방 등 실내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 전기차는 폐열이 부족해 히터 등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곧 주행거리 감소로 이어지곤 했다.
이를 위해 많은 연구팀이 전기차의 전기 장치에서 발생해 낭비되는 열을 관리, 활용함으로써 전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동력 전달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 중 약 20%가 열 에너지로 사라진다. 전기차의 가장 큰 숙제는 낭비되는 열 에너지를 최소화하거나 혹은 재활용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
국내 한 자동차 그룹이 전통 온돌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목표로 제시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전기를 받으면 열을 내는 ‘발열체’를 차량 실내 면적에 적용해 전기차의 에너지 절감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기존 난방 방식 대비 적정 온도 도달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보온 효과는 더 오래 가는 시스템으로 꼽힌다. 동절기 전기차의 주행거리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발열체로는 ‘과전류보호소자(PTC)’를 사용한다. 빠른 난방과 자체 온도 조절 기능에 따른 과열 방지, 소형화·저소음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높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발열선이나 카본을 이용한 발열체가 제시되고 있는데 낮은 열 효율, 화재 위험성이 있어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동윤 KERI 박사팀은 과거 옷감형 태양전지, 발열 의류 기술을 개발한 노하우를 활용해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기술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실을 가로, 세로로 엮어내 천을 짜는 직조기(베틀)에서 시작한다.
높은 열 전도성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50μm(마이크로미터, 머리카락 굵기 절반 이하 수준)의 아주 가느다란 ‘스테인리스강 미세 와이어(SUS316L)’를 제직해 천을 만든다. 이것이 발열체로 적용될 수 있도록 세부 기술(절연층과 전극 구성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
여기에 전기를 흘리면 금속이 가진 내부저항에 의해 최대 500도까지 발열이 일어나게 되는 구조다.
금속섬유천은 선(line)이 아닌 넓은 면(space)의 형태를 가졌기에 온열 기능에서 고른 온도 분포를 보인다. 유연성도 뛰어나 차량 내부 곡면 어디에도 손쉽게 부착할 수 있다.
같은 양의 전기를 발열체에 흘렸을 때 기존 열선 방식 대비 금속섬유천이 10~30% 높은 발열 성능을 보이는 등 효율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섬유천의 특성상 사용 중에 단선이나 부분 손상이 발생해도 성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발열한다는 큰 강점을 가진다.
이러한 많은 장점으로 KERI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는 전기차의 온돌형 바닥 난방을 실현할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장시간 사용했을 때 실내가 건조해지는 공기 가열식 난방이 아닌, 복사열 방식으로 넓은 공간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쾌적함을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제조업(반도체 생산 장비와 화학 플랜트 배관, 기계 발열장치 등), 생활용(안마의자, 전기담요, 레저용 난방기), 의료용, 군용 등 균일한 발열이 필요한 다수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전방위 적용 기술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연구팀은 이들 분야의 기업들이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를 활용하면 10~30%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동윤 박사는 “금속섬유는 실과 달리 뻣뻣해 직조가 매우 어려웠는데 직물 생산·가공 업체인 송이실업과 협업해 오랜 노력 끝에 금속섬유 전용 직조기, 제직 패턴을 개발할 수 있었다”라며 “금속섬유만으로 면 형태의 발열체를 제작한 건 세계 최초이며 우리의 성과를 통해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범국가적 탄소중립 실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허 출원까지 완료한 KERI는 국내 최정상 반도체 대기업을 대상으로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표준화 테스트까지 통과하는 등 성능 검증을 마쳤다. 현재 5건의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추가로 전기차와 반도체 등 관련 수요 기업을 발굴해 시제품 제작과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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