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여름 자동차 표면은 대기나 지표면보다 뜨겁다. 금속은 대기나 지표면과 달리 태양광을 흡수한 후 공기 중으로 다시 열을 방출(복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철 바깥에 세워놓은 자동차 안은 그야말로 찜통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건축물, 통신장비 같은 야외 금속구조물 표면에 방열판을 부착하거나(전도), 강제로 바람을 일으키는(대류) 냉각 방식을 이용하는 것도 복사를 통한 열전달이 안 되는 금속의 특성 때문이었다.
국내 연구팀이 금속에서도 열복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즉 금속 스스로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선경 교수(경희대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이 추가적 에너지 없이 열 방출을 유도하는 나노구조를 통해 금속표면의 열복사를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16일 발표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복사 냉각 구조는 고도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건축물과 같이 큰 구조물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후속 연구계획으로 연구팀은 같은 복사 냉각 기능을 갖는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하고 이를 스프레이 방식으로 넓은 면적을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전기 사용량을 목적에 따라 분류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난방’이다. 그다음이 ‘냉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지구 가열화(Heating)와 데이터 센터 확충 등의 요인에 의해 ‘냉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복사 냉각은 전도, 대류, 상전이 등 기존의 열전달 방식과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외부의 전력공급이 필요 없으며 구조 집적이 쉬운 초소형·초경량 방열 시스템의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 초연결 미래사회를 위한 전자회로와 전원 모듈 등은 태양광이 조사되는 야외 환경에서의 열 안정성이 특별히 요구된다. 전자회로와 전원 모듈 등이 태양광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태양광에 의해 부품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태양전지와 같은 야외에서 동작하는 광전자 소자 역시 표면 온도가 증가하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태양광 노출에 따른 동작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냉각 설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연구팀이 내놓은 방법은 두꺼운 방열판으로 열을 옮기는 대신 열복사를 돕는 나노구조를 도입한 아주 얇은 금속판으로 금속 자체가 냉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 겨울철(평균대기 약 섭씨 0도) 야외 태양광 노출 실험에서 나노구조가 적용 안 된 기존 구리판과 비교해 약 4도 이상의 냉각 효과를 확인했다.
여름철(평균대기 약 25도)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10도 이상의 냉각 효과가 예측됐다. 뜨거울수록 열복사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냉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널리 쓰이는 금속인 구리판에 두께 500nm의 황화아연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 모양의 구리 타일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틈새 플라스몬’ 구조를 제작한 데 있다.
금속 판 위에 얇은 유전체를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금속 타일을 얹으면 틈새의 유전체 영역에 빛이 강하게 모이는 틈새 플라스몬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틈새 플라스몬은 금속이 ‘흑체(열복사율이 100%인 이상적 물체)’와 같이 행동하도록 도와 금속표면에서도 강한 열복사가 나타나도록 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나노구조를 도입해 만든 복사 냉각 기술은 구리, 알루미늄, 은, 백금 등 산업체에서 쓰이는 모든 금속에 적용할 수 있다. 얇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모양의 금속 발열체에 부착할 수 있다.
김선경 경희대 교수는 “앞서 설명했듯이 아직 자동차, 건축물과 같이 큰 구조물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후속 연구로 같은 복사 냉각 기능을 갖는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하고 이를 스프레이 방식으로 넓은 면적을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논문명: Cooling metals via gap plasmon resonance)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 4월 21일 자 온라인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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