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비안이 힘을 얻었다."
휴대폰 운영체제 시장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심비안이 천군만마를 얻었다. 주요 단말기 업체중 유일하게 MS 라이선스를 사용했던 삼성전자가 1천700만 파운드(한화 약 340억원)를 투자해 지분 5%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심비안 연합군'의 세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심비안은 MS와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심비안이 차세대 휴대폰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 심비안은 단말기, MS는 이통업체 주력
심비안은 노키아 등이 설립한 휴대폰용 운영제체 전문업체. 지난 1998년 영국의 사이언(Psion)으로부터 분리된 심비안은 노키아(19%), 모토롤러(19%), 소니에릭슨-소니(19%) 등이 주요 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최대 주주는 25.3%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언.
이들 외에도 파나소닉(7.9%), 지멘스(4.8%) 등도 지분 참여해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1천70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심비안의 전체 자본은 3억4천만 파운드로 늘어났다.
일단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규모 면에서는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징적인'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관측은 심비안과 MS의 마케팅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심비안은 단말기 업체 공략에 공을 들인 반면, MS는 이동통신 사업자들 쪽에 주력했다. 심비안이 노키아, 모토롤러, 소니 에릭슨 등에 자사 운영체제를 공급한 것도 이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MS는 지난 해 10월 오렌지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동통신 사업자 규합에 힘을 쏟았다. MS는 또 삼성전자가 심비안 투자건을 발표하기 직전에 독일의 T모바일에 윈도 기반 스마트폰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삼성전자 심비안 가세로 MS 타격 예상
양사의 이같은 전략 차이는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서비스 선택 기준에 대한 해석과도 관계가 있다. 즉 MS는 소비자들이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시한다고 판단한 반면, 심비안은 단말기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선택 요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
M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고객들은 주로 단말기 브랜드를 중시하는 반면, 일본과 한국 사용자들은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선택했다. 반면 미국 고객들은 반반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하지만 MS가 PC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휴대폰 시장 진입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박상진 부사장 역시 휴대폰 단말기업체들은 PC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심비안 뿐 아니라 MS, 팜 등의 소프트웨어도 라이선싱하고 있다. 결국 승자는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란 게 삼성전자의 판단인 셈이다.
어쨌든 주요 단말기 업체 중 유일하게 MS 라이선스를 사용했던 삼성전자의 심비안 진영 가세는 MS 입장에선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MS는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무선 전략의 초석으로 간주해왔다'면서 앞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MS는 앞으로 무선 네트워크 운영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자사 운영체제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만의 HTC 등 아시아 지역 파트너들과의 공조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당분간 절대강세 보이긴 힘들듯
삼성전자의 투자로 힘을 얻긴 하겠지만 심비안이 지금 당장 휴대폰 운영제체 시장에서 절대 강세를 보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심비안 역시 절대적인 우위를 자신하기엔 미흡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진 부사장도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3개 운영체제가 시장에서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말기업체들은 MS가 PC시장에서 그랬듯 모든 부가가치를 독식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노키아 역시 아직 북미 지역 시장에서는 힘이 많이 모자란 편이다"고 말했다.
IDC의 베스터가드(Vestergaard)는 심비안이 앞으로 강력한 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심비안은 단기간에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했다"면서 "(삼성의 심비안 투자로) 이제 시장의 권력이동을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MS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해 섣부른 '판세 분석'을 경계했다.
심비안 연합군을 이끌고 있는 노키아는 휴대폰 분야에선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 반면 MS는 그 동안 신규 진출하는 시장마다 예외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삼성전자가 심비안에 지분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휴대폰 운영체제를 둘러싼 심비안 연합군과 MS 간의 진검승부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