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한 '국민소통'에 시동을 걸었다.
포털 야후코리아와 야후닷컴은 18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 대북관계, 경기불황, 대북관계, 한미관계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우선 경기불황, 촛불정국 등으로 인한 지지도 하락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고유가 등 세계 경제 환경이 달라졌고 중도보수 정권으로 바뀐 것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통해 내 자신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지지도는 나아질 것이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직된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대북정책이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해할 것"이라며 "독일처럼 생전에 갑자기 통일이 올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이번 인터뷰는 포털 야후가 진행하고 있는 VIP 인터뷰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시리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등 미국의 지도자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해 왔다.
야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 중계되며 아리랑TV를 통해서도 188개국에 방영될 예정이다. 야후는 앞으로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과도 차례로 인터뷰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배경에 대해 청와대 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은 "야후 측에서 미국 지도자들 연쇄 인터뷰의 연장선에서 먼저 제의했고 이를 수락한 것"이라며 "굳이 포털이라서가 아니라 네티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통로를 다각도로 준비한 것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이명박 정부는) 포털 등 인터넷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 앞으로 국민들과 더 친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며, 정책포털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진행됐으며 인터뷰어는 뉴욕타임즈 리포터와 야후 금융통신원을 지낸 애런 태스크(Aaron Task)가 맡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야후 통신원과의 인터뷰는 '댓글'과 '퍼가기' 기능 제한으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대해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네티즌 질문을 반영하는 등 사전 소통에 충실했다"고 말했지만, 전체 질문 중 네티즌 질문은 1개만 반영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팀이 선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영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따는 순간 어땠나.
"한국 대표팀이 많은 메달을 딴 데 환호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특히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수상에 대해 놀랍게 생각한다. 서구 사람들이 석권해 온 종목에서 동양인이 종목을 땄기에 더욱 환호하고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 신기하게도 많은 국민들이 북한을 응원하던데 대통령도 북한팀을 응원하나.
"응원석에서 북한 게임 있을 떄 적극적으로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북한 여선수가 역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 선수 못지 않게 기뻤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미국과 북한이 경기에서 맞붙으면 어느팀을 응원할 것인가.
"(웃음)한국 관중이 응원한다면 응원석에서 북한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아마 더 많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지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한다."
- 이번 올림픽으로 중국의 자신감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고 러시아는 그루지야 사태에서 보듯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 주변국과 어떻게 관계맺을 것인지.
"한미 동맹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열강들 속에서 이처럼 국가 관계를 강화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적응해 나가려 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 과거 경험이 어떤 자양분이 됐는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들에게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교육,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어려운 경험이 국민들에게 삶의 긍지를 심어주고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 취임 후 여러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고 지지도가 떨어졌다.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사안에만 국한된 것인지, 국민들의 경제적 불안감 때문인지.
"제가 대통령이 되면 경기가 좋아지고 일자기라 생길 거라는 많은 기대가 있었다. 고유가 등 세계 경제 환경이 달라져서 기대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기도 하지만, 지난 10년 정권에서 중도보수 정권으로 바뀐 것에 대한 저항도 있었다. 국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수준이 높아진 부분도 있다. 이번 일을 통해 내 자신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지지도 문제는 신경쓰지 않는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초기에 나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네티즌 질문)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단기적 대처 방안은. 한국은행이 이자율 인상을 했는데 올바른 조치였는지.
"물가가 오르고 있다.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나 우리처럼 자원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우리는 5~6% 상승 수준이지만 비슷한 환경의 다른 국가는 8~10% 오르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억제하는데 정책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세제개혁, 법개정을 통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 내년 말쯤 경제가 회복할 것이다. 1년 정도 힘들지만 함께 견디자.
이번 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주택 융자 받은 사람에게 부담이겠지만 금리 충격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 올해 금리를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 공약으로 내걸었던 '747' 정책이 세계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룩할 수 있나.
"747 목표는 금년 내에 이야기하기 보다 10년 내에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경제가 어렵지만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데 어렵지 않도록 법을 바꿔 경쟁력을 높이면 어려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10년 안에 목표달성할 수 있다."
- 왜 휴대폰 등 기술력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나가는지.
"한국은 근대화는 늦었는데 정보화는 빨리 시작했다. IT 산업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적응력이 뛰어났고 정부 정책이 주효했다. 앞으로도 이 분야를 이끌어 갈 것이다."
- 완전 개방 시장에서도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보나.
"한국사회가 개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처럼 중진국 수준의 국가에서는 가장 빠르게 개방했다. 세계 기준 수준으로 가도록 촉진하고 있다. 완전개방되더라도 현재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다."
- 생전에 통일을 볼 수 있을 것인지, 50년 뒤에도 그대로일지.
"남북한 모두 통일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통일의 시기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북한의 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한다. 내 생에 통일을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통일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갑자기 올 수도 있다. 언제나 준비를 해야 한다. 독일도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금강산 피격 사태 등 현 남북 관계 긴장 상태다. 지난 올림픽과 달리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남북이 따로 입장했다. 남북관계 있어서 지나치게 불도저 식으로 추진한 건 아닌가.
"올림픽 공동입장의 형식적인 모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남북관계는 후퇴한 게 없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대부정책을 펴고 있다. 나는 북한 주민들에게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하루 세 끼 밥 먹지 못하는 동족이 안타깝다. 북한이 빨리 개방을 하고 경제를 자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원칙이다."
- 북한에서 이 대통령을 '배신자'라며 남측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과거를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이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국제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북한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직돼 있지만 회복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북정책이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존 맥케인, 버락 오바마 중 한미관계의 미래를 위해 누가 당선되는 게 좋나.
"누가 되더라도 한미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근래 오바마, 맥케인 후보의 공약을 보면 현 부시정권과 변화가 없다. 누가 되든 상관없다."
- 오바마가 된다면 (맥케인보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덜 적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미국은 국가간 개방을 주장하는 나라인데 FTA를 소극적으로 한다는 것은 미국 국가 정체성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초기에는 (FTA에) 부정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건부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FTA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바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했으나 당선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 오래 전부터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앞으로 환경정책 구상은?
"과거 정보화 사회에 대비했듯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정보화로 개인간 빈부격차가 벌어졌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못했다. 환경변화에 따른 대체에너지 산업은 많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빈부격차도 줄일 수 있다. 남들보다 앞서 녹색성장을 이루고 후발 국가들에게 전수하겠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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