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규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인터넷의 부작용을 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과 정치적 목적으로 인터넷 여론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며 논란이 거세다. 이에 따라 아이뉴스24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규제 조치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더 나은 대안이 없을 지에 대해 4회에 걸쳐 집중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인터넷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된 일이다. 따라서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여러 규제 움직임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완전히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서도 인터넷 포털의 미디어적 속성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 움직임이 있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저작권 보호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에서도 '인터넷의 신뢰성 확보'는 단연 관심사일 만큼 이 문제는 세계적 화두다.
문제는 최근 조치들이 그 이전의 움직임과 달리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유독 많이 사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조치들이 사회적 합의나 법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 로렌스 레식 교수는 "인터넷을 규제하는 데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인터넷 세상은 그야말로 '광속'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치밀한 검토와 사회적 동의를 기반으로 규제 조치를 내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잖을 경우 역효과만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포털 문제 댓글 삭제 의무화...정부 내부에서도 비판
지난 7월9일 국회, 여의도연구소 및 한나라당 정책위 제6정조위원회가 주최한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방통위 임차식 네트워크 정책관은 "포털사는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나 피해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관련 글을 삭제하거나 임시조치할 수 있지만 포털이 이에 불응해도 처벌조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꼭 13일 뒤인 7월 22일 방통위 임차식 정책관은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포털이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블라인드: DB에는 남아있지만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를 미준수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법제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조치는 절차와 형식, 내용에서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넷 종합대책'에 대해 5명의 방송통신위원들이 합의한 게 아닌 만큼 아직은 방통위 사무국의 의견일 뿐이다. 또한 학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토론회에서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현행법에 의하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권리침해 주장자의 삭제요청이 있을 경우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더라도 일단 30일간 임시조치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글을 임시조치해 일정기간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임시조치를 안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으며,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에서도 명백한 인터넷 탄압이라고 벼르고 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방통위 방침대로 하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무조건 삭제나 임시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정보통신망 법을 개정해 포털이 임의로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를 하지 못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의무적으로 거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의 임시조치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하반기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광고불매운동 다음 게시글 삭제 논란...방통위 설치법 개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월1일 다음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총 80건 중 58건에 대해 '해당 정보 삭제'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다음에 올라온 글들이 ▲범죄와 위법 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이에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소비자가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에는 윤리적 기준도 포함되며 이에 부합하지 않을 때 시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호하는 소비자주권의 정당한 실현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다음 게시글 삭제 논란은 내용면에서 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상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방송통신설치법에 의한 심의위의 권한은 불법정보 및 유해정보에 대한 것으로 제한되는데 사법기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일각에서는 방통심의위에 행정처분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하반기 방통위 설치법 개정 논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 심의의결 사안에 대한 행정처분권은 방송통신위원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방통심의위에 행정처분권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 김후곤 법률자문관은 "17대 국회에서는 민간독립기구에 행정권을 주는 게 부담이었지만, 방통위에 행정처분권이 있어도 심의에서 새로 변하는 게 없는 만큼 심의위에 행정처분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방통심의위가 1 차 심의업무만 맡을 뿐 제재받은 사업자가 이의를 신청할 때 재심하는 권한과 실질적인 행정처분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 게시글, MBC 'PD수첩' 등 뜨거운 감자였던 사안마다 6:3이라는 여야 구도로 심의위 결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심의위에 행정처분권까지 줘야 하는 가를 두고 반대 의견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포털=언론? 포털=미디어?...시장획정 논란
포털의 미디어적인 속성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는 17대 국회에서도 단골 이슈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포털이 곧 언론사는 아니지만 미디어적인 속성이 있으니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포털을 언론으로 보고 검색사업자법이나 신문법 개정을 통해 뉴스편집 행위를 함부로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들어 잇달아 발의된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의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과 '신문법 개정안',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 모두 포털을 언론사로 규정하는 법안이다.
김영선 의원 법안의 경우 포털의 초기화면 중 뉴스 비율이 50% 이상이면 언론사로 규정해 의무와 책임을 지게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초기화면이 50%를 넘지 않을 경우에는 뉴스 제공은 물론 뉴스 검색조차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들은 지금처럼 뉴스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기화면에 뉴스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심재철 의원 법안은 포털의 정의를 '방송·뉴스통신·신문·잡지·그 밖의 간행물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상시적으로 보도·제공하거나 매개함으로써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홈페이지'로 규정했다. 포털이 기사의 조회수를 조작했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의원과 심 의원 법안은 포털의 뉴스 편집행위 행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측면은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의 속성을 간과하고 현행 법으로 규제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털에게는 사회적 담론 형성 기능도 있지만 검색이나 게임, 상거래, 음악서비스 같은 비즈니스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포털이 인터넷언론사로 규정되면 신문법상 편집의 자율권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는 법리충돌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포털이 언론사로 규정되면 편집권이 보장되고 신문발전 기금 지원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기존 언론사들이 포털의 편집권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뉴스공급 중단 등 갈등관계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포털이 인터넷언론사로 규정되면 오히려 포털의 편집 자율권이 현행법에 따라 보장돼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인터넷 전문가들은 포털의 미디어적인 속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보기술(IT)기업으로서의 혁신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포털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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