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게시글 심의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면서 의결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시켜, 게시글이 무분별하게 삭제되는 등 과도한 규제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일 다음에 올라온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 일부에 대해 ▲범죄와 위법 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된다며 '삭제' 조치를 의결했다.
그러나 의결 다음날인 2일 방통심의위가 다음에 보낸 공문에서는 '유사 사례에도 동일하게 (삭제) 처리하라'고 요청하면서 심의 대상이 된 게시글 외에도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임시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네티즌들이 광고주 리스트를 단순 링크한 글도 삭제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옛 조중동폐간국민캠페인)' 회원으로 활동하는 정기조씨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다음이 유사 사례에 대해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며 "게시글 삭제 조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 벌어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기조씨는 "한 번 글을 올리면 두세 시간 안에 임의삭제 통보 메일을 받는 등 하루에 많게는 세 건까지도 삭제조치 당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가 심의 결과와 관련해 지난 2일 다음에 보낸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에 보낸 7월2일자 공문의 본문 1.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21조 및 같은법 시행령 제 8조의 관련입니다. 2. 귀사가 위원회 유해정보신고센터를 통하여 심의를 신청한 정보 등에 대한 심의결과를 별첨과 같이 회신합니다. 3. 심의결과 목록 가운데 시정요구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요구 사항을 이행하여 주시고 그 조치 결과를 즉시 우리 위원회로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2 및 별첨 심의사례에 따라 처리해주시고, 같은 법 제 2조 제 1항에 정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무도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조항은 네 번째 항목이다. 즉 ▲심의결과를 유사 사례에도 적용해 사업자가 임의 삭제하라는 내용은 의결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문에 넣어 요구했다는 점, 그리고 ▲심의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무를 다하라'고 요구한 것은 사후규제 기관의 권한을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16일 열린 제11차 전체회의에서도 제기된 문제다. 16일 회의에서 이윤덕 위원은 "유사사례를 제재하라고 심의위가 결정한 적이 없는데, 의결하지도 않은 내용을 심의위 사무처가 공문에 넣어서 다음에 보냈다"며 "결국 이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사업자가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윤덕 위원은 "결정하지 않은 내용을 사무처가 공문으로 보냄으로써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 심의위가 사과해야 한다"며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명진 위원장은 "그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로펌에 법적 해석을 요구한 상태이므로 먼저 그 대답을 기다리는 게 순서다"며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유사 사례도 처리하라고 했다면 적어도 무엇을 유사 사례로 봐야 하는지 정확한 정의를 줬어야 했다"며 "유사 사례를 삭제하라고 의결한 바가 없는데 사업자가 의결 사항에 위배해 과잉 조치하는 것을 방통심의위가 내버려두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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