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남은 가운데 기소 여부를 두고 재계 안팎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내린 지 일주일 넘게 지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심의위 권고 발표 이후 일부 여권인사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검찰이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촉구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엉터리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가조작과 회계 분식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경제 범죄"라며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부당한 권고에 따라 불기소한다면 국정농단 사범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 때문에 수사심의위라는 제도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고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도 기소도 하지 말라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무사, 무전유사,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 등도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규탄하며 검찰의 기소를 촉구했다.
반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수사심의위 제도가 검찰의 자체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인데,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여론에 반하는 것은 물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재벌을 부당하게 비호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재벌이면 무조건 공격하는 행태도 문제"라며 "특정한 제도(수사심의위)의 결정과 관련해 제도 자체 및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답이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민주적 통제 문제는 검찰의 현 상황과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것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그 통제수단 중 하나로 도입된 제도"라며 "이제 막 시작한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 또는 이해에 따라 공격하고 무시한다면, 그래서 결정권자가 매 건마다 여론 또는 상황논리 등을 고려해 선택적으로만 수용한다면, 그 제도는 곧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동 무소속 의원도 "이 제도(수사심의위)는 원래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문재인 정부 하에서 문무일 검찰총장 때 처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서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과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대중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으며 이전 수사심의위 결과를 검찰은 모두 수용했으나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것은 처음"이라며 "검찰이 만약 이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한국경제를 회복하는 데 세계 최대 스마트폰, 메모리, 가전 생산업체인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중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검찰이 지난 주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수사심의위가 결정을 내리면 보통 일주일 내로 검찰이 수용 여부를 판단했고, 늦어도 2주 안에는 매듭을 지었다. 앞서 수사심의위는 지난달 26일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이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검찰은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가 시행된 이후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라왔다. 특히나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수사심의위를 도입한 만큼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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