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도 불구하고 자체 계엄 특검법을 당론 발의하기로 16일 결정했다. 지도부는 "최악(야 6당 특검법)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108명 의원 전원 명의로 특검법을 당론 발의하기로 의총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야 6당)의 특검법은 다분히 친북적이고, 우리 헌법 이념과 가치에 맞지 않는 외환 유치죄가 포함돼 있어 받을 수 없다"며 "꼭 필요한 부분만 담아서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실 특검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검 제도는 기존 수사기관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해태하는 경우에만 도입하는 '보충성·예외성'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검찰, 경찰, 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현재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위헌적이고, 독소조항이 가득 담긴 특검법을 발의·통과하려고 해, 최악보다 차악이 낫다고 생각해 자체 안을 발의하기로 했다"며 의원들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발의 시점은 내일(17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발의하는 특검법은 당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외환유치죄' 관련 내용을 수사 대상에서 전부 제외한 것이 골자다. 아울러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선전·선동죄 관련 내용도 수사 대상에서 뺐다. 특검법 명칭 역시 '내란 특검법'이 아닌 '계엄 특검법'으로 변경한다.
대신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이 출동한 것과 정치인·공무원 체포 구금 의혹, 인적·물적 피해 등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비상계엄 참여와 지휘·종사, 폭동에 관여한 부분도 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비상계엄 사전모의 의혹도 수사 범위에 넣을 계획이다.
특검 임명 절차의 경우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세 사람 중 대통령이 한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압수수색 방식과 관련해서도 군사·공무상 기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은 제외하기로 했다. 특검의 사건 처리 보고 규정에 대해서도 피의사실공표 여지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당은 특검 기간과 인원에 대해선 이미 윤석열 대통령 외 사건 관련자가 구속기소돼 재판 중인 만큼, 상설특검에 준해 정하기로 했다. 기간은 원칙적으로 60일 간 수사하되, 준비 기간 20일과 연장 가능 기간 30일을 더해 최장 110일 간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수사 인원도 68명으로, 이는 앞서 야당이 제시한 인원(155명)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상설특검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검의 직무범위를 이탈한 공소제기는 효력이 없다'는 조항도 당은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권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결정 위임에 따라 발의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이날 의총에선 특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국민의힘은 '자체 특검 수정안'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도 고려해왔는데,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성공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법의 영역 넘어서 정치특검이고, 야당의 선전선동 도구, 정치적 블랙홀이 될 거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지금 특검법을 발의하는 게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저희가 발의하는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만 남는데, 이미 모든 수사가 많이 진행돼서 대통령께서 체포되셨기 때문에 특검법안을 별개로 발의하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도 "발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상황이라고 의총 분위기를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지도부 뜻에 따라 동의했다"며 "반대하신 분들이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준 점은 감사히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자체 내란 특검 수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여야 양당은 일단 야6당 안과 여당 안을 중심으로 협상안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야6당 내란 특검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으나, 일단 내일 개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이나, 협의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내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6당 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올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이 경우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진다는 방침이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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