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역대급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 수요 부진과 통상 환경 변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캐즘' 이후 성장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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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R&D 투자로 1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매출액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SDI는 지난 2022년 1조원(매출액 대비 5.5%), 2023년 1조1000억원(5.1%)에 이어 3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자금을 R&D에 투입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국내외 연구소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23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올해 초 선제적으로 마이크로모빌리티용 배터리를 양산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독일,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총 4개 국가에 연구소를 설립해 차세대 제품 개발과 공정·설비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 연구소들은 현지 우수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과 협력해 국가별 강점 기술의 조기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지난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거점별 사업에 따라 신규 라인 증설 비용 줄이거나 시기를 조절하는 등 투자를 효율화하는 작업 진행 중"이라며 "이에 올해 캐펙스(Capex)는 전년 대비 감소하나 미주 스텔란티스 합작사(JV), 전고체, 리튬·인산·철(LFP), 46파이 배터리와 같은 미래 성장 투자에 대해서는 기존 일정에 차질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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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지난 2023년 R&D 투자액인 1조373억원보다 약 6% 증가한 1조1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황 전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각 2027년과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인 리튬황 배터리로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삼성SDI에 이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각형 배터리 후발 주자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불확실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중장기적 사업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시장 변화에 맞춘 능동적인 운영 효율화,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R&D 투자 강화, 그리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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