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먹구름을 씌우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동맹군’ 지키기에 본격 나섰다. 애플 등이 노텔 특허권을 앞세워 안드로이드 진영을 압박하자 구글이 맞제소하면서 판세 역전을 꾀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기가옴과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에 록스타와 자회사인 모바일스타 테크놀로지스를 전격 제소했다.
이번에 구글이 제소한 록스타는 애플 등이 지난 2011년 노텔 특허권을 인수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 이들은 구글과 경쟁 끝에 노텔 특허권을 44억 달러에 인수한 뒤 지난 10월말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 주도 록스타가 먼저 공격…텍사스서 소송
이번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선 록스타가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1년 노텔 특허권 인수를 위해 결성된 록스타에는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베리, 에릭슨, 소니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노텔 특허권을 인수한 지 2년 6개월 여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구글과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록스타는 구글 등이 자신들이 인수한 노텔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텍사스 동부 지역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록스타의 공격 칼날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겨눴다. ‘안드로이드 맹주’인 구글은 연상 검색 관련 특허권 7개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록스타는 구글을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삼성, LG, 팬텍을 비롯해 화웨이, ZTE, 에이수스 등 ‘안드로이드 동맹군’들도 함께 공격했다.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은 단말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을 문제 삼았다.
‘맹주’인 구글의 핵심 무기인 검색 쪽을 공격하면서 동맹군까지 함께 공격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체를 공격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록스타는 ‘특허권자들의 천국’으로 꼽히는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을 선택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구글 "안드로이드 와해 노림수"…캘리포니아서 맞제소
구글이 이번에 제기한 소송은 록스타의 선제 공격에 대한 응수 성격이 강하다. 이번 소송에서 구글이 ‘선언적 판결’을 요구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선언적 판결이란 특정한 행위를 하란 명령 대신 논란이 되는 법률 문제에 대한 법원의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언적 판결을 요구할 경우엔 침해행위 금지나 피해 보상 같은 판결을 하진 않는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구글이 제출한 소장에는 ‘수사적 표현’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
구글은 록스타가 이번 소송을 통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이번 소송은) 넥서스 브랜드 단말기 판매 뿐 아니라 구글이 고객 및 파트너사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록스타의 이번 소송은 OEM 제조업체들과의 결속을 와해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다.
구글은 이번 소송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에 제기했다. 당연히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록스타 측이 소장을 접수한 텍사스 동부 지역법원을 놔두고 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을 선택했을까?
◆초반 쟁점은 "텍사스냐, 캘리포니아냐"
이 부분에 대해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잘 분석했다. 구글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전쟁터를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은 특허 소송 승소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특허 괴물들이 소송 제기할 때 자주 애용하는 법원이기도 하다.
당연히 구글 입장에선 텍사스에서 특허소송을 벌이는 게 부담스럽다. 패소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을 택했다는 게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선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동맹군들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에 ‘선언적 판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물론 록스타 쪽에선 텍사스를 벗어나지 않으려할 가능성이 많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록스타가 구글이 제기한 소송을 텍사스 동부 지역법원으로 이관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소송은 범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 간 전면전에 가깝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못지 않게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존립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초반 쟁점은 의외로 특허권보다는 ‘법원’이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양측 모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고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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