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으로 정치권이 혼란스런 가운데 여당 정치인의 비자금 수수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여권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스테이트월셔 대표 공 모씨가 비자금 101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하고 회사 회계자료 및 계좌를 추적하고 비자금 용처와 추가 조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골프장 대표 공 씨가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 외에 같은 당 현경병 의원에게도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 최고위원과 현 의원은 '사실 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 추진, 4대강 사업 등 여여-여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여당 정치인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문이 확산되고 있어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이 집중 포화를 쏟아내면서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친이계 공성진·현병경 의원 등 3∼5명 거론, 해당 의원들 '전면 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된 스테이트월셔 대표 공 씨가 정치권을 상대로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 씨가 지난해 초부터 한나라당 서울시당 간부와 국회 정보위원회 상임 정보위원 등을 맡아 여권 인사와 교류가 잦았던 점 등에 주목,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공 씨가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1천600억원을 대출받은 점 등으로 미뤄 골프장 사업 인허가 및 대출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론 공 씨가 정치 입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적인 금품을 전달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7월 공 의원과 현 의원 등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위 소속 의원들이 일본·중국 시찰을 다녀올 때 골프장 대표 공 씨가 동행한 사실을 확인,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정치인은 3∼5명. 일단 공성진 최고위원과 현병경 의원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친 이재오계 성향이다.
골프장 대표 공 씨가 2008년 초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지낼 때 위원장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다는 점과, 지난해 7월 공씨가 한나라당 정보위원이 됐을 당시 같은 당 현경병 의원이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세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같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석상에서 "기사에 나온 공 아무개라는 분은 지난 대선 때 2007년 9월경 만난 것이 처음"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보도된 인허가건, 대출건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초기에 있었던 일"이라며 "나하고 전혀 관계가 있을 수 없다. 검찰 수사에서도 그런 사실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거없는 사실에 대한 보도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공 최고위원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현 의원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 "검찰 엄정수사 해야"…친박연대, '최고실세 L씨' 개입 의혹 제기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의원들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검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 선상에 오른 용의자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혹시 여권의 실세가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축소 수소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골프장 인허가 관련해서 골프장 사업을 진행한 건설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며 "검찰은 돈을 받은 정치인이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돈이 전달되었는지, 돈을 받은 대가로 어떤 편의를 봐줬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논평을 통해 "매출도 없었던 골프장에 1천600억 원이 대출된 경위, 인허가 로비 등에 대해 정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연대는 스테이트월셔 비리 의혹에 대해 여권 '최고실세 L씨'를 거론하고 나서 주목된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골프장게이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권력의 최고실세 L모씨 등의 개입설이 나돈 사건으로 현 정권 출범 이후 가장 큰 권력형 비리사건이란 국민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의혹을 증폭시켰다.
전 대변인은 "검찰은 '골프장 게이트'가 야당이 아닌 여당의 실세들이 연루된 전형적인 수법의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인 만큼 이 사건의 처리를 과연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를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고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친박연대가 여권 '최고실세 L씨'를 언급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간 대결구도 양상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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