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조직 슬림화'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도 구조조정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IBM, 오라클, SAP, EMC, 어도비 등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지사들은 본사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분위기는 국산 소프트웨어(SW) 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해마다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하던 SW업체들이 올해 채용 계획을 아예 없애거나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있는 것. 또 일부 업체는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때 채용할 수 있는 수시 채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직은 조기퇴직유도 선"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어도비는 지난해 말 본사 차원에서 전체 인력의 8%에 해당하는 600여명을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도비시스템즈는 최근 1차 구조조정을 마친 상태.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한국어도비시스템즈도 구조조정 칼 바람의 간접적인 여파를 받고 있다. 한국 지사에 근무하지만, 소속이 본사였던 기술지원 인력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
하지만 국내에 지사를 둔 대형 SW업체들은 아직 구조조정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국IBM와 한국HP는 지난해 말 조기퇴직유도프로그램(ERP)을 통해 몇 차례 일부 인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HP 관계자는 "최근 조기퇴직유도프로그램을 몇 차례 실시하면서 일부 인원이 나갔지만, 퇴사를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진행한 것이지 구조조정 차원은 아니다"고 밝혔다.
본사 차원에서 1만명 이상의 대규모 감원을 예고한 IBM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IBM 손명희 실장은 "구조조정설은 사실무근"이라며 "구조조정이나 이와 관련된 루머에 대해서는 공식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W업계, 구조조정 대신 채용 규모 줄여
최근 북미지역의 판매 및 컨설팅 부문에서 500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힌 오라클도 인원 감축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한국오라클은 이를 체감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최근 BEA 조직을 통합한 한국오라클 퓨전 미들웨어 사업부가 지난 2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성장율이 가장 높아 '베스트 퍼포먼스'에 선정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아태지역 총괄 사장인 스티브 오영 참석 하에 새로 취임한 유원식 사장이 전 직원 대상으로 비전 선포식을 가졌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악화를 우려한 기업이 구조조정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채용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내 SW업체들이 채용 계획을 취소, 채용 시장이 꽁꽁 얼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
지난해 총 750여명의 인력을 채용한 데 이어 해마다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던 티맥스소프트는 올해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채용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충원하겠다는 것. 작년 말까지 추가 신규 채용을 계획했던 이 회사는 채용 대신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글로벌 SW업체 관계자는 "아직 한국 지사까지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매일 아침 인원감축설이 쏟아지면서 직원들 사이에 고용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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