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KBS 신임 사장 후보로 거론돼 온 김인규 전 KBS 이사가 19일 응모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인규 전 이사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후보자 공모마감을 하루 앞두고 KBS 사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본인을 둘러싼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공모에 신청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이사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낙하산 또는 코드인사라는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면서 평소 자부했던 방송인 김인규가 정치인 김인규로 매도되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다"면서 "사장후보 응모 자체가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응모 포기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영방송은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인규 전 KBS 이사는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으며 정치부장, 보도국장, 뉴미디어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이에따라 KBS 신임사장으로는 안국정 전 SBS 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 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내년 9월까지만 활동하게 되는 만큼 의외의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은 김 전 이사의 사장 응모 포기 성명 전문. KBS사장 응모를 포기하며 前 KBS이사로서 최근 KBS 차기사장과 관련해 거명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 김인규입니다. 후보자 공모마감을 하루 앞두고 KBS 사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본인을 둘러싼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공모에 신청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힙니다. 돌이켜보면 1973년 국영방송이었던 KBS가 공영방송으로 탈바꿈하던 시점에 공사 1기생 수습기자로 입사하여 꼭 30년간 ‘KBS맨’으로 젊음을 불태웠습니다. 흑백TV시대 초년병 시절에는 주로 사건기자로서 물불을 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렸고, 1980년대 컬러TV 시절에는 정치부 기자와 정치부장, 보도국장으로서 편파방송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 힘을 썼으며, 21세기에는 뉴미디어본부장으로서 급변하는 디지털방송 환경 속에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공영방송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다 2003년 취임한 정연주 사장의 임원 전원교체방침에 따라 30년 직장을 등지고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를 맡으면서 공영방송의 이론과 실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방송운영을 위탁 받은 공영방송은 프로그램제작과정에서 다양한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특정 계층이나 이념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시청률을 의식한 고질적인 선정적 제작기법을 과감히 그것도 하루속히 추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공영방송만이라도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같은 공영방송에 대한 소신이 공고화되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현실화시켜 보겠다는 개인적 욕망에다 공사 1기생으로서의 사명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2년전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막아달라는 많은 KBS직원들의 지지와 성원에 힘을 얻어 사장공모에 응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이명박 후보 캠프로부터 방송전문가로서의 도움을 요청 받았습니다. 당시 선거캠프에 몸담는 것 자체가 방송인으로서의 약점이 될 것을 우려해 여러 차례 고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개인 문제에 앞서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따르기로 결심하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공정한 선거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둘러싸고 ‘낙하산’ 또는 ‘코드인사’라는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면서, 평소 자부했던 ‘방송인 김인규’가 ‘정치인 김인규’로 매도되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비록 KBS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떳떳하게 KBS사장으로 나서라는 여론도 적지 않지만, 자칫 사장후보 응모 자체가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 출범한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응모 포기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지금 KBS 내부는 35년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사분오열되어 험난한 풍랑 앞의 난파선처럼 위태롭게 보입니다. 저로 인해 빚어졌던 KBS 후배들간의 갈등도 하루 속히 치유하고, 새로 선임되는 사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서 디지털방송시대에 처한 공영방송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일련의 소요사태가 명실상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 KBS의 존재가치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나아가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08. 8. 19 김 인 규 . 김지연 기자 hiim29@inew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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