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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네마, 영화혁명의 전위"...영화진흥위원회 박창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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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롤 필름과 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그리고 잠깐씩 멈추며 빠르게 돌아가는 필름을 투영할 수 있는 영사기와 스크린. 지난 100년 간 인류가 경험해 온 '영화'를 압축하는 '영화4우(四友)'다. 그런데 최근 세계 영화계에서는 '필름의 퇴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속속 들여온다.

영화 분야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저장장치가 아예 필름을 대체해 제작되거나, 상영관에 거는 필름, '프린트'를 파일화하고, 디지털 영사기로 스크린에 담는 '디지털시네마'가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100년의 공식'을 갈아치우며 인류 영화史의 새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디지털시네마'.

대한민국 디지털시네마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8명의 '디지털시네마 비전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영화진흥위원회 박창인 영상팀장에게 국내외 '디지털시네마' 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지털시네마란, 정확히 무엇인가.

"제작 단계부터 디지털 장비로 제작된 영화, 즉 필름 없이 만들어 진 영화와, 본래 촬영분은 필름이나 기타 저장도구에 담겨 있으나 최종 색보정 단계에서 파일로 전환, 프린트 필름 없이 극장에서 디지털 영사기에 의해 상영되는 영화를 아울러 디지털시네마라 말할 수 있다."

- 처음 디지털시네마를 주제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언제부턴가.

"세계가 디지털시네마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인 지난 2000년 경이다.

이후 미 남부캘리포니아대학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러지 연구소의 챨스 슈월츠 교수가 주축이 돼 출범한 세계 디지털시네마 분야의 권위있는 기구 DCS(디지털 시네마 서밋)가 활동중이다.

영진위가 주축이 돼 한국이 이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자료조사를 시작으로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DCS에 3년 연속으로 참가해 의견을 나눴으며, 문화관광부가 구성한 디지털시네마비전위원회와 산하 분과위원회가 연내 로드맵을 구상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 디지털시네마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도 기존의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원한다.

이에 따라 세계 영화 시장을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주도해 나가기 위해 DCI를 구성하고 지난 7월에는 표준안을 제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할리우드가 구상하는 디지털시네마의 수준과 규격은.

"미국이 원하는 디지털시네마는 비용 및 촬영 기간의 부담은 줄여가면서도 고품질 고화질의 디지털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할리우드가 중심이 돼 '디지털시네마'와 '디지털 물'을 구분하면서 개념 정의에 나선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할리우드는 적어도 해상도 2K(2048X1080) 이상을 확보하고,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작품이어야 디지털시네마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네마'라는 이름을, 융복합화돼 다양한 윈도로 공급될 디지털콘텐츠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작업은 실제로 효력을 얻고 있다. 세계 디지털시네마 시장은 지금, 해상도 2K급과 4K(4046x2048)급 두 가지를 두고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4K에 힘을 싣고 있으며, 국내에서 주로 논의되는 것은 2K다."

- 중국도 만만치 않은 속력을 내고 있다는데.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시네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할리우드가 주축이 된 미국의 접근방식과 구별된다.

중국 인구는 현재 대략 13억 3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전국의 극장수는 2천 700개 정도다. 3억 미만의 인구가 3만 5천 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극장수가 상당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산권 국가에서는 과거부터 영화 등 예술작품을 체제선전에 적극 이용해오지 않았나?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현재 3천개 정도의 이동식 극장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 영사기와 필름을 싸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현장 상영을 하는 이동식 상영관이다.

중국이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스크린은 바로 이 '이동식 상영관'이다. 중국 정부는 필름이 필요없고, 영사기 휴대가 간편하며 상대적으로 불법복제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디지털시네마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해외 수작이 중국의 불법복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세계 각 국의 압력에 의한 통상마찰을 줄이고, 중국내 영화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의지도 깔려있다.

따라서 중국의 디지털시네마는 2K급 미만의 저급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영사기 보유 현황은 이동식 상영관 조직이 100대 정도를, 이외에 민간사업자가 30대, 차이나 필름 그룹(중국의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 산하 국유영화엔터테인먼트 그룹)이 70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 디지털시네마 표준화 작업의 의미는.

"표준화작업이란, 쉽게 말해 극장에 거는 필름의 규격을 35mm로 할 것이냐 70mm로 할 것이냐와 같은 얘기다. 이 약속을 해두지 않으면, 미국 영화를 한국에서는 상영할 수 없다거나 특정 영사기로만 상영해야 한다는 등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표준화란, 전송할 때의 영화 파일 규격, 파일을 담는 서버의 규격, 영사기의 규격을 세계가 약속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가 별로 표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이 있다기 보다는 포괄 대상을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이냐 등의 문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2K이상, 4K급을 디지털시네마의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입장이지만, 유럽의 경우 HD급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고, 중국의 경우 세부적으로 영사거리 등을 고려해 2K급 미만의 디지털시네마도 논의대상에 넣자는 입장이다.

물론, 호환성의 문제는 남아있다.

표준이란 의무이행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가 특정 표준을 채택했는데, 특정 국가가 독자적인 표준을 채택한다면 호환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대체적으로 할리우드의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ISO(세계표준화기구) 의장국이다. 따라서 할리우드의 DCI가 SMPTE(소사이어티 오브 모션픽쳐 앤드 텔레비전 엔지니어즈, ISO 회의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화, TV 영사기준을 상정하는 일종의 기술 스터디그룹)에 제안한 표준 내용은 결국 ISO를 통해 채택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디지털룩의 단점을 지적하는 시각에 대한 생각은.

"룩(Look)에 대한 걱정으로 디지털시네마를 우려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필름룩의 서정적인 느낌, 영화 필름이 주는 그 부드러운 느낌이 디지털 장비로 촬영되거나 디지털 파일로 전환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필름룩 손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나, 현재의 훌륭한 기술은 그런 문제들까지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디지털시네마는 오히려 상영회수에 따른 프린트 필름의 손상도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최적의 영상을 선보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 휴대폰 등 이동통신기기가 영화의 새 윈도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2K짜리 영화를 한 번 다운로드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20mbps의 속도로 14시간 정도를 내려받아야 한다. 실시간 스트리밍이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극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수 억원의 큰 돈을 들여 제작한 영화를 휴대폰으로 서비스 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디지털시네마는 전언했듯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말한다는 게 통상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이동통신기기 등을 통해 서비스되는 디지털 물은, 상영관 용과는 별도로 제작되거나 극장 상영 후 2차로 압축 및 가공 과정을 거치고, 저장용량이 현격히 늘어난 기기를 통해서만 서비스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디지털시네마비전위원회에 KT측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지털시네마에서 통신회사의 역할은.

"KT는 통신망을 통한 영화 배급의 기술적인 문제와 비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1천 400여개의 스크린에 디지털 영사기가 도입된다는 가정 하에 KT의 통신망을 통해 영화 파일을 전국 스크린으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 이 작업에는 얼마의 비용이 소요될 것인지 등의 문제를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현재의 망이 영화 파일의 대규모 전송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기타 보안관련 문제 등이 고려될 것이다."

- 디지털시네마 등장에 따른 부가판권시장 붕괴 우려에 대한 입장은.

"휴대폰을 디지털시네마의 효과적인 윈도로 인정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이었던 것처럼, 부가판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송속도와 저장용량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디지털기기를 통한 동시개봉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부가판권시장은 기존과 같이 극장 개봉 후 영화를 사서 DVD나 비디오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다만,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영화사를 인수한 만큼 저작권을 가진 이들이 극장 개봉 후 영화를 판매하지 않고 재가공 해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유통에 나선다면 부가판권시장이 어느정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 아트플러스체인을 통한 디지털시네마 확산 계획은 무엇인가.

"디지털시네마는 촬영 비용절감, 제작기간 단축 등의 장점을 갖는다. 따라서 저예산영화들, 즉 독립영화, 예술영화 부문에서는 디지털시네마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예술영화전용관에 국고로 디지털영사시스템을 지원해 비주류 문화를 활성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것은 문화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 파일화된 디지털시네마, 불법복제에 취약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시네마가 도입할 DRM은 키를 포함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로 설계될 것이다. 여기에는 작품의 개별정보도 포함되지만, 불법복제되는 파일의 이동경로 추적 등의 기능도 포함된다.

DRM을 해제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엄청난 용량의 디지털시네마 파일을 불법복제하는 것 역시 현재의 인터넷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전 해킹 가능성을 타진하는 의견이 있는 것을 알지만, 거의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저작권 관리 장치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그외에 극장 개봉작을 캠코더로 촬영해 불법 DVD로 유통시키는 방식의 불법복제는 현재의 필름 영화 시스템 하에서 이뤄지던 방식, 빈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장 이번 달 중순경에는 지난 8월 출범한 디지털시네마비전위원회 활동의 중간보고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빠른 시일내에 두 개의 분과별로 회의를 열어 기술표준 가이드 라인, 정책입안 방향 등에 대한 제안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11월 말경에는 일본의 민간사업자연합과 함께 아시아 디지털시네마 표준화 및 공동발전을 모색하고, 제작기술 관련 연구과제를 논의하는 일종의 업무협약을 맺게 될 것이다. 중국과는 이미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 함께 머리를 모으자는 데 합의했다. 연말에는 우리나라 디지털시네마사업의 향후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로드맵을 확정해 보고서 형태로 문화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걱정은 예산문제다.

내년 예산안에 14억 원이 반영돼 있으나, 테스트작업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세계 각 국이 뛰고 있는 만큼, 이제는 우리도 속도를 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콘텐츠산업의 융복합화를 근거로 영화 분야에 이해가 깊지 않은 기관 등이 관련 업무를 주관해야 한다는 부처, 기관 이기주의가 고개를 들지 않도록 관리체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디지털시네마 분야의 효과적인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기존의 영진위가 업무를 맡든,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든 가칭 'DRM센터', '라이선스 센터', '미디어센터' 등 관련 기구가 설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연미기자 changh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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