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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시네마,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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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시네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서곡이 울려퍼졌다.

지난 24일,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 점유율 50%를 내다보는 3대사(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중 CJ CGV와 메가박스는 각각 '세계 최초, 전 상영관의 디지털화'를 선언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해부터 민관 관계자들의 화두로 자리잡으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디지털시네마' 담론. 전문가들은 관람객에겐 아직 낯선 이 단어가, 이미 세계 영화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시네마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왜 디지털시네마에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디지털로 새 판을 짜고 있는 세계 영화 시장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 "디지털시네마?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 + 디지털 마스터링한 영화"

세계적 흐름을 타고 있는 디지털시네마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영상팀 관계자는 "디지털시네마의 개념이 확산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현재는 과도기적 의미의 디지털시네마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디지털시네마란, 원칙적으로는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장비로 제작된 영화를 말하는 것.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를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고, 이후 디지털 장비로 색보정 등 마스터링 작업을 마친 다음,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화까지도 디지털시네마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과도기적 정의'로서의 디지털시네마는 처음부터 디지털시네마로 제작된 영화, 그리고 필름으로 촬영된 이후 디지털 영사 시스템에 적합한 포맷으로 전환된 영화 두 가지를 포괄하는 셈이다.

◆ "디지털영사기 도입하자는 게 핵심... 비용 가장 큰 숙제"

디지털시네마의 과도기적 해석을 소개했지만, 현재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이미 상당부분 디지털 장비가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디지털시네마 담론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지난 8월에 출범시킨 '디지털시네마 비전위원회' 위원, 영진위 박창인 영상기술부장은, "디지털시네마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는 결국, 상영관의 영사기를 디지털 장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역시 '비용'.

이달 들어 시장 점유율 수위를 달리는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디지털상영관 시대 개막을 선포했으나,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세부 추진 사항은 좀 더 관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스크린당 영사기 교체비용은 대략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이는 업계 수위 업체에게도 결코 부담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영사시스템 교체를 통해 단기에 가시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영화관들이, 부담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사기 교체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영사기 교체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을 타진하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의 시스템 교체비용을 정부가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와 기획예산처간 의견차가 존재한다.

더구나 2004년 현재 국내 영화관의 스크린 총수는 대략 1천 400개.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이 나서든 전 스크린의 디지털화 작업에는 당장 수 천억원에 이르는 초기투자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일본의 사례를 들어 영사시스템 교체에 따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비토를 예측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영사가 가능해지면 서버에 저장된 영화를 여러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결국 필름영사시스템의 주역이었던 영사기사를 대체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산업화 과정에서의 진통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필름룩(Look)'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필름룩이란, 기존의 필름 촬영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화면 질감을 의미하는 것. 영화계 일각에서는 "픽셀로 화면을 구성하는 디지털시네마는, 지나치게 선명한 색감과 날카로운 화면질감 때문에 필름룩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국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화 하는 데는 적어도 7~8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장기적 비용절감 커, 전 세계서 동일한 고화질 영상 구현"

비용부담 등 여러가지 난제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국이 디지털시네마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꼽히는 기대효과는 '장기적 비용절감'이다.

영진위 박창인 영상기술부장은 '왜 디지털시네마인가'라는 질문에 "현재의 모든 매체들은 융합되어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며, "모든 콘텐츠가 컨버전스의 흐름을 타는 지금, 영화콘텐츠만 아날로그에 머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여기에 "당장은 장비 교체 비용이 커보이겠지만, 5년 이내에 프린트 비용 절감분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는 부연도 잊지 않는다.

박 부장에 의하면 촬영된 영화 필름에 오디오 더빙 작업 등을 거쳐 상영할 수 있는 필름으로 만든 '프린트' 작업에는 한 벌당 2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 흥행을 예감하는 작품의 경우 보통 350벌~400벌 안팎의 프린트를 만들어두는데, 그렇다면 대작 한 편을 전국 상영관에 거는 데 드는 비용은, 프린트 비용만 8억 원에 이른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전국 1천 400개 이상의 스크린에 걸릴 상영작 프린트를 2주일에 한 번씩 교체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1천억 원에 이르는 프린트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박 부장의 의견이다.

따라서 3천 억 안팎으로 계산되는, 전 스크린의 디지털시네마화 작업은 3년 내에 투입비용 대비 산출이 더 많은,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따라서 단기 비용만 계산해, 전 세계 각 국이 나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시네마 산업 육성에 고개를 갸우뚱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보다 큰 시너지 효과는, 어떤 윈도를 통해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네마가 겨냥하는 주요 윈도는 비단 스크린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계는 "디지털시네마의 스크린은 결국 극장을 비롯해 휴대폰, 인터넷사이트, IPTV, PMP 등 영상을 가동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환경인 셈"이라고 말한다. DVD 업체 등 부가판권시장이 디지털시네마 등장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 '개봉 후 DVD 출시'라는 기존의 영화 배급 공식이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초부터 SKT, KT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앞다퉈 영화사 인수, 영화펀드 조성 등에 나선 것 역시, 이통사의 네트워크 망이 결국 영화 콘텐츠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특히 KT의 경우 오옥태 서비스기획본부 데이터솔루션 담당 상무가 문화관광부의 '디지털시네마 비전위원회'의 기술 부문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11일에는 '디지털시네마 국제 네트워크와 기술 교류'를 화두로 한 부산국제영화제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KT 측은 최근 디지털미디어부를 신설, 전국 스크린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타진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DRM을 통한 원천적 복제방지와 중앙서버를 이용한 동시 개봉으로 불법복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편당 2억원 분량 정도가 소요되는 촬영용 필름비용 절약, 영화 제작기간의 획기적 단축, 동일한 질감과 보다 깨끗한 영상 구현,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이벤트 상영, 전세계 관객을 겨냥한 광고 상영 등도 큰 매력으로 거론된다.

◆ 미국 표준화 선전포고, 중국 속도전... '우리는?'

이에 따라 세계 각 국은 향후의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 석권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세계 디지털시네마 시장 석권을 위해 '표준화' 전쟁에 나선 참이다. 영상의 표준화, 영상 구현 장비의 표준화를 포괄하는 이 작업은 MS가 세계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MS 윈도우로 석권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7월, 디즈니, 20세기 폭스, MGM,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 등 할리우드의 7대 메이저 영화사가 모여 DCI(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를 구성하고, 세계 시장 표준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에서도 EDCF(유러피언디지털시네마포럼)이 주도해 관련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은 지난 22일 워너브러더스와 워너 재팬, NTT와 NTT 웨스트, 배급사 도호 등 5개사가 모여 영화 '유령 신부'를 미-일간 광 섬유망을 통해 디지털로 전송받아 개봉하는 1년 계획의 실험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디지털시네마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

지난 10일, 중국의 영진위에 해당하는 전영과학기술연구소는 우리의 영진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술 관련 사업에 대해 상호 협력하고, 아시아권의 관련 기술 표준화 작업에 함께 나서자"며 "아시아 표준을 위해 속도를 내자"고 채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문화관광부는 지난 8월 오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시네마' 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비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이충직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전위원회'는 각각 산업화 및 인력양성과 기술 및 표준화 문제를 다룰 두 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지난 8월 31일 열린 첫 비전위원회 이후 9월 한 달을 지나며 분과위 별로 두 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비전위원회는 앞으로 한 차례의 회의를 더 거쳐 11월 중순 경에는 중간보고서를 작성, 산업과 기술 양측에서디지털시네마 사업 추진에 관한 개괄적인 로드맵과 함께 기술 사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연말경 확정, 보고된다.

한편 내년도 문화부 예산에는 14억 원이 반영돼 디지털시네마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테스트베드관련 장비가 도입되며, 연구 조사 사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결코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디지털시네마가 결국 융복합화된 IT기술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이점을 갖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뿐 아니라 세계 각 국 정부와 IT업체들까지 나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디지털시네마. 대한민국 영화산업계가 새 판을 짜고 있는 세계 영화시장의 주류 경쟁 속에서, 우등생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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