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가해자 신상폭로' 논란에 휩싸인 2004년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이 자신들과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유튜버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2차 피해 방지를 호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는 13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자매가 쓴 입장문을 대독했다.
피해자 측은 입장문에서 "유튜버 '나락보관소', '판슥'에게 2023년 11월 피해자가 연락했던 것과 (피해자 여동생이 쓴) 보배드림 글까지 잘못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 한번 짚고 갔으면 한다"며 "'나락보관소' 영상은 피해 당사자가 알기 전 내려주기 원했다. 피해자 남동생의 메일로 오해가 있었지만 피해자와의 사전협의는 없었던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유튜버의 피해자 동의·보호 없는 노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경찰, 검찰에게 2차 가해를 겪는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길 바란다.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최근 사건이 재조명받는 것 자체에는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 저희를 잊지 않고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같이 화내주고 분노하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들이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영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튜버를 고소하려면 피해자가 법적 당사자를 직접 만나야 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별도 법적 대응은 없을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피해자 측을 20년 동안 지원해 온 성폭력상담소는 이날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번 사건이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주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모금액은 전부 생계비 지원에 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유튜버 '나락보관소' 등은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당초 이들은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 측과 성폭력상담소가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자 영상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락보관소'는 최근 다시 가해자 신상폭로를 이어가겠다며 추가 영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밀양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남고생 40여명이 1년 가까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 대부분은 당시 미성년자 신분, 피해자 가족의 일방적 합의 등으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여론의 공분을 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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