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어제 대통령이 방문했고, 사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겠다고 약속도 하고 해서 매수 문의 좀 오려나 했는데, 전혀 없네요. 방문은커녕 전화 문의도 한 건도 없어요. 총선용 대책 아니냐며 시큰둥 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일이지, 경기가 좋지 않은데 금세 투자하겠다고 덤벼들기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11일 방문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삼호풍림5단지아파트'(백송마을 5단지)에는 전날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 준비한 윤석열 대통령 방문 환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강촌마을 1단지, 백마마을 1·2 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강촌마을 2단지 입구엔 삼성물산의 재건축 성공 기원 현수막과 주민 설명회 개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시장에선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총선용 대책 아니냐는 의구심이 함께 퍼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열린 올해 두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첫 착공과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사업 가속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용적률도 최대 50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런 정책에 대해 백송마을 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반색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공사비 인상과 분담금 문제 관련해서는 시장이 좋지 않으니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공사비 같은 경우 금리도 높고 인건비나 자잿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 않냐"며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또 분담금에 대해서는 "컨설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공인중개사들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방침에도 매수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며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산 백석동 일원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C 공인중개사는 "일부 주민들은 기대감이 높은 것 같긴 하다.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인 사람들이 몇몇 있긴 하다"면서도 "매수 문의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발표한 대로 정책이 진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다들 총선 지나 봐야 이행 여부를 알 것 같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석동 인근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인 H 공인중개사는 "어제 백송마을 5단지에 대통령이 다녀갔다고 들었는데 주민들은 전혀 반응이 없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방문 상담이나 전화 문의도 한 건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매물 알아보던 분이 있어서 재건축 좀 빨리 될 것 같지 않냐고 전화로 얘기를 꺼냈는데, 총선 이후에 실현이 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내심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미동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백송마을 5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5억원(11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동일 평형 매물의 호가는 5억2000만~5억8000만원대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인근 선도지구 후보 단지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 1단지'의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22일 5억92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직전 거래는 12월 16일로 6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약 6000만원가량 내렸다. 지난 11월에는 동일 평형 매물이 6억2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 단지의 전용 84㎡ 매물의 호가는 6억5000만원대에서 7억원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2단지'의 전용 134㎡는 지난달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7월)가 8억5000만원이었는데 약 1억1000만원 내린 것이다.
일산 마두동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D 공인중개사는 "'올수리'가 깔끔하게 잘 된 집이 그나마 조금 높은 가격에 팔렸고 1년째 매물을 내놨는데 안 팔린 사람도 있다"며 "이번주 토요일에 강촌 1, 2단지 통합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한다는데 그때 분위기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지원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순 있지만 사업이 구체화될 때까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기 신도시는 정비사업의 모범사례와 롤모델 역할을 할 선도지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사업 추진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업 지원이 예상되므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자 관심과 자산가치 향상에 대한 기대가 상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비사업의 관건은 인허가보다 개별 소유주나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이라며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될지 아직 미정이므로 막연하게 미래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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