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야권의 정신적 지주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병상에서 단식 20일차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악화와 체포동의안 표결 등 이 대표의 '단식 사태' 파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퇴임 후 상경 최초…일각 "정부 비판 있을 것"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상경한다. 대통령 퇴임 이후 첫 상경으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오늘 이 대표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사(평양공동선언 기념식)가 여의도에서 5시에 시작을 하는데 그전에 병원에 가셔서 이 대표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확정되진 않았고 오후까지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가게 되면 그 전에(기념식 전에) 가지 않을까 한다"고 여지는 남긴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단식 초반이었던 1일 전화로 격려를 전한 바 있다. 이후 단식 장기화와 병원 이송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해 단식 중단을 권고하면서도 정부 비판 메시지로 이 대표의 대정부 투쟁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명분으로 단식했기에 문 전 대통령이 그냥 넘어가진 않으실 것"이라며 "원론적 수준에서라도 (이 대표와 만난다면) 정부를 겨냥한 쓴소리를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이 대표의 단식 해소를 바라는 반응이 상당수다. 그러나 실제로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통해 단식을 해제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이 격려가 되는 건 맞지만 대표가 이를 계기로 단식을 풀지에 대해선 예단하기 힘들다"며 "워낙 단식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대표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대표가 바라보는 건 오직 용산"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병원 이송 전인 지난 주말 김원기·임채정·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과도 만났으나 단식 의지를 꺾지 않았다.
◇'부결 당론' 거리두기…文, 힘 실을 수도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재가하면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혼란은 심해지고 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21일 오후 표결하게 되면 당연히 그전에 의총을 할 계획이고 21일 오전이나 20일 오후에 할 수도 있다"며 "원내지도부가 여러 의원 그룹과 만나 오늘 내일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각의 '부결 당론' 주장과 관련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인사 문제이기에 당론을 모으는 건 관행에 맞지 않고, 논의를 통해 당 의견(총의)을 모으는 과정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며 "예민한 문제라 원내지도부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혼란이 심각해 당론을 피하는 게 이탈표 등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부각할 수 있다"며 "가결이든 부결이든 당의 입장(당론)을 정해 당 모두가 이번 사안을 책임 있게 다뤄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박주민·정청래·박상혁·김성환·신정훈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다수가 공개적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언하고 있으며, 동참하는 의원 숫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이 대표의 당내 입지와 '부결 여론' 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상징인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명(비이재명)계의 이 대표 비판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 대표는 단식 명분과는 별개로 당 장악력이 강해지는 별도의 정치적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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