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하반기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부진하고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는 완제품 수요 부진으로 극적인 반등은 어렵고, 자동차나 조선은 교체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 덮친 수출 한파, 산업별 전망은?'이라는 주제로 '2023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개회사에서 "수출 한파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상위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며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도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실장은 "선진국들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부문 불확실성 확대, 러·우 전쟁 및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제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에 비해 감소율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비교적 견조한 민간소비(연간 전망치 2.7%)를 고려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1.4%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성장률이 현실화된다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2020년(0.7% 감소)의 역성장에 이어 가장 낮은 기록이 될 전망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리 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철강 및 석유화학 업종은 본격적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차전지와 자동차, 조선·방산은 높은 점유율과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호조세가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종별 판세는 6개 업종 중 절반은 부진 또는 혼조세, 나머지 절반은 호조인 '1약, 2중, 3강'으로 예상됐다.
산업별로 이차전지는 각국의 전기차 보급 정책 등에 따라 2021년 이후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2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은 자국기업 제품으로 대부분의 수요를 충당하는 중국을 제외할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53.4%에 이를 정도로 선방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이동의 제한이 해제되면서 렌터카,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의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BEV)가 부상하면서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당분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경쟁력을 지닌 중국 기업의 공세, 테슬라 등과의 스마트카 기술 격차 확대에는 대비가 필요하다.
반도체 등 전자기기의 경우 하반기에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 기업의 설비 교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여건이 양호하겠지만, 반도체(12.8% 감소), 정보통신기기(13.6% 감소) 등 여전히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리 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PC, 스마트폰 등 반도체 수요 산업이 부진한 영향으로 상승세 전환을 위한 동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전망됐다.
철강은 인도, 아세안 등 신흥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 튀르키예 및 우크라이나의 지진·전쟁 복구 수요에 힘입어 2.3%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철강수요는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이 개선되면서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수출도 신흥국 및 복구 수요의 견인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선박 교체 사이클 진입 등으로 향후 호황이 진행될 예정이다. 방위산업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국방비 증액 등의 수주환경과 K-방산에 대한 해외 신뢰도 등으로 아랍에미리트(UAE), 폴란드 등의 사례와 같은 대규모 수출 계약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석유화학·정유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중국의 완만한 경기 부양 의지에 힘입어 업황이 회복의 가시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다만 석화산업은 중국 중심의 증설 지속 등 공급 불확실성이 존재해 중장기 전망은 험난할 것"이라며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탄탄한 내수와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역할을 기반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 중인 인도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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