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을 최측근인 권영수 ㈜LG 부회장에게 맡기면서 그룹 인사 방향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질적 2인자'였던 권 부회장의 갑작스런 이동으로 구 회장의 새로운 '오른팔'이 누가될 지를 두고 그룹 내부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이날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에서 대표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임시주총에서 대표 선임이 최종 확정되면 대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구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 단행한 CEO 인사에서 전임인 하현회 전 부회장의 ㈜LG 대표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후 전자·화학·통신 분야의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LG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또 지난 1979년 입사해 LG그룹의 3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를 모두 거친 인물로, 2015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LG그룹을 이끄는 구 회장을 보좌하며 '2인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초대 CEO인 김종현 사장이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차량 배터리 화재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 1년도 안돼 물러나게 되면서 '구원 투수'로 투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볼트에 들어가는 배터리 리콜 비용을 사실상 전액 배상키로 하며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910억원, 6천2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구 회장이 권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수장으로 낙점한 것은 LG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일궈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말 LG그룹이 소형전지사업부와 중대형전지사업부를 통합, 전지사업본부로 승격시킨 후 본부장직을 맡긴 인물로, 취임 2년 만에 고객사를 20여 개로 두 배 확대해 주목 받았다. 또 중대형 전지 사업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유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의 연이은 대규모 합작 공장 설립과 200조원에 이르는 수주 물량을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고객과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 자리에 권 부회장을 선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기 인사를 한 달여 앞두고 이번에 '원포인트' 인사가 진행된 배경을 놓고 재계에선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일단 업계에선 최근 GM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을 재정비하려는 구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또 올 상반기 현대차 코나·아이오닉에 대한 1조원대 규모의 리콜, 최근 GM의 볼트 전기차에 대한 약 1조4천억원 규모의 리콜 사태까지 이어지자 이를 책임져야 할 이가 있어야 한다는 내부적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GM 등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기차에 대한 차량 화재 사고가 멈추지 않자 김 사장이 용퇴하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 일정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CEO 교체 시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구 회장의 '오른팔'인 권 부회장이 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권 부회장은 ㈜LG 대표 자리와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에서 맡았던 이사회 의장 등의 직을 모두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또 권 부회장의 후임 인사가 진행되면서 다음달 말에 있을 정기인사 폭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선 권봉석 LG전자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권 부회장의 빈자리를 차지할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후 만 3년이 지난 구 회장이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생긴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핵심 사업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에게 맡기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권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 위축될 것 같진 않다"면서도 "향후 정기인사에서 '포스트 권영수' 자리에 젊은 CEO를 배치함으로써 세대교체를 노릴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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