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10일이 지나면서 롯데그룹이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활용 방안을 두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주로 머무르던 곳은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신관 34층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49층, 울산에 있는 개인 별장 등이다. 최근까지는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 34층에 거처를 두고 생활했다.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신관을 거주지로 사용해 왔으나, 2017년 8월 롯데호텔이 신관 전면 개보수 공사를 하자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옮겼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숙원이자 꿈이었던 곳으로, 신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호텔의 개보수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법원은 거주지를 다시 소공동으로 옮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거처를 다시 소공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약 10개월여만에 거처를 소공동으로 옮겨 마지막까지 줄곧 이곳에서 생활했다. 다만 소공동으로 복귀했을 때부터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여러 차례 치료를 받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지를 두고 주목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주소지는 평창동으로 돼 있었지만, 그 동안 사용료를 내고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주지로 사용해 왔다. 사용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의전용 객실인 롯데호텔 신관 31층 로얄 스위트(135.9평) 1박 숙박비용이 1천800만 원선(세금, 봉사료 각 10% 포함)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은 생전 한정후견인이었던 사단법인 선을 통해 롯데호텔 측과 객실 사용료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며 "비용 규모나 계약 기간 등은 법원에 보고가 됐지만, 일반인에겐 공개되진 않아 우리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객실 사용료는 한정후견인이 모두 지불한 상태로, 이후 유족들의 비용 지불 건에 대해선 개인 정보인 만큼 공유할 수 없다"며 "일반 고객에게 공개된 객실이 아닌 만큼, 아직까지 이전 인테리어 그대로 공간이 유지되고 있지만 유족들이 어떻게 결정할 지에 따라 해당 공간 활용 방안도 결정될 듯 하다"고 밝혔다.
신 명예회장이 머물렀던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공실 상태로, 분양 신청을 받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거주공간은 약 264.5㎡(80평) 규모로 같은 층에는 한정후견인 사단법인 선 관계자 사무실과 간병인·경호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이곳 분양가가 1평당 6천900만 원임을 감안하면, 수십억 원의 비용이 거주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 관계자는 "한정후견인이 롯데물산 측과 임시 거주지 활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관련 비용은 한정후견인 측에서 법적 절차에 맞게 모두 완납했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마을 잔치를 위해 마련했던 울산 개인별장은 울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유족들의 논의를 통해 향후 활용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신 명예회장이 해마다 5월에 고향에서 마을 잔치를 하기 위해 마련한 곳으로, 지난 1970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대암댐 옆에 이어졌다.
2013년 마지막 마을 잔치에는 최대 규모인 1천6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듬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잔치가 취소됐다. 2015년부터는 교통혼잡 등 문제로 잔치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2008년 지적경계를 측량하면서 별장 대부분이 국유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신 명예회장의 국유재산법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롯데 측에 공지하며 원상복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롯데 측의 거부로 5년간 소급해 변상금을 부과했으며, 지난 2018년까지 15년간 변상금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변상금은 공시지가를 적용한 점용료의 1.2배 수준으로, 2018년 한 해 변상금만 6천25만 원에 달했다.
롯데 측은 지난해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진행된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까지 롯데 측과 신 명예회장 유족들은 울산 별장에서 노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이 변상금을 개인적으로 감수해 왔고, 최근까지 한정후견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다"며 "울산시와 수자원공사 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구역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로, 원상복구의 의미가 나대지로 바꾼다는 것이 아닌 데다 활용안에 대해 논의 중인 만큼 이와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노제를 지냈던 장소도 문제가 된 구역이 아닌, 신 명예회장의 사유지 구역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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