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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유통 거인이 졌다"…각계각층 한 마음으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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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비롯해 정·관·체육계 인사 조문행렬…"韓 경제 고도성장 이끈 주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고의 원로이자 경영진이셨다. 이제 우리에게 전설적이 기업인으로 남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얼마나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지금의 롯데를 일궜을까란 생각이 든다. 자수성가의 지난한 과정을 아시는 창업 세대의 거의 마지막 분이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리나라의 많은 경영인들에게 모범을 많이 보이셨던 분이다. 여러 젊은 후배 경영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분이라 생각한다." (정몽준 전 의원)

"한 세기를 산 고인의 삶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절 속에서 성공 신화를 쓴 기업인의 표상이 아닌가 싶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극복 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가졌던 고인을 본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유산이라 생각한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 중인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 중인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재계 1세대 경영인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99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재계의 창업 1세대 시대도 저물게 됐다. 지난해 12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잇따라 세상을 등진 지 약 한 달만이다.

각계각층의 조문객들은 장례식 기간 동안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연이어 방문해 다양한 말들로 고인을 추모하며 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또 신 명예회장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산업을 키우고, 재계 순위 5위인 대기업을 일궈내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던 기업가였던 만큼 그의 업적을 기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유족이 조문객을 맞이했다.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는 지난 21일 오후 12시 40분쯤 빈소를 찾아 롯데 장례위원들과 함께 상주로서 조문을 받았다. 고인의 조카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롯데가를 제외한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의 조화와 함께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빈소를 찾아 "옛 어른들과 같이 경제 발전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고인의 의지를 기렸다.

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 수장들도 한 마음으로 빈소를 찾았다. 허창수 회장은 "신 명예회장은 유통과 호텔업계를 일으킨 분"이라고 회상했다.

롯데 출신인 소진세 교촌그룹 회장은 신 명예회장 별세 소식을 들은 직후 지난 19일 빈소로 바로 달려 왔다. 소 회장은 이틀 뒤에도 빈소에 방문해 한 시간 넘게 머무르며 신 회장 곁을 지켰다.

또 김광수 농협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부회장, 박진회 한국 씨티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계 인사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롯데와 경쟁 관계인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유통 맞수'인 신세계그룹 수장 이명희 회장은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신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 회장은 빈소에 입장해 40여 분간 머물렀으며, 정 부회장은 이 회장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이화여대 동문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이 회장은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 등 계열사 사장과 동행해 조문을 마쳤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지난 20일 일찌감치 빈소를 찾았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도 임원진들과 함께 신 명예회장의 빈소에 들러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짧은 말을 남긴 채 길을 나섰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장남인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 BU장과 함께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 회장은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헌신한 신 명예회장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은 국내 식품과 유통 산업의 기반을 닦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선구적인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아이뉴스24 DB]

정·관계에서도 신 명예회장의 별세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하임 오셴 이스라엘 대사, 조순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고인과 개인적 인연은 없다"라며 "한국 경제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 가운데 가장 오래 사신 어른이 떠난 것에 대해 애도하러 온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국무총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분"이라며 "고인과 함께 대화하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던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인과 '50년 지기'인 건축가 오쿠노 쇼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함께 롯데호텔·잠실 롯데월드 등을 함께 지은 오쿠노 쇼는 고인에 대해 "슈퍼맨 같았다"고 말했다.

박찬호 전 야구선수 [사진=아이뉴스24 DB]
박찬호 전 야구선수 [사진=아이뉴스24 DB]

체육계 인사들도 신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기 위해 빈소에 방문했다. '코리안 특급'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는 오후 3시께 조문한 후 "미국 생활을 했을 때부터 (신 명예회장을) 알게 돼 좋은 인연을 맺어왔다"며 "신 명예회장은 국가를 위해 선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기쁘다고 종종 이야기 하셨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후원을 받았던 전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홍수환 한국 권투위원회 회장도 오후에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홍 회장은 "일이 안 될 때 더 도전하신 고인의 마음가짐이 좋았고, 복싱의 4전5기가 삶에 충분히 나타났다"며 "어느 분야에서도 정상에 오르긴 어렵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챔피언이 된 고인의 일생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사진=아이뉴스24 DB]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 외에도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신 명예회장에게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요청했던 신정택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자체 인사들 발길도 이어졌다. 또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등도 조문 행렬에 합류했다.

빈소를 찾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고인은 대한민국 경제성장 함께 한 1세대 기업가 중 한 분으로 감사함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들렀다"며 "고인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나라를 발전시켰듯이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 씨는 지난 19일 밤 오빠인 서진석 전 유기개발 대표 부부와 함께 한 차례 빈소를 찾아 30여 분간 머물렀다. 서 씨의 딸인 신유미 씨는 빈소에 왔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생전 신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던 신춘호 농심 회장은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다. 평소 고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막내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여동생 신정숙 씨 내외는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한편 신 명예회장은 22일 발인과 영결식 등을 거쳐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 마련된 장지에 안장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별도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사진=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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