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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텍 영토확장,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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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의 사업 확대를 놓고 수면 밑에서는 이를 추진하는 SK텔레콤측과 이를 반대하는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 간에 뜨거운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SK텔레텍이 벨웨이브, 맥슨텔레콤 등 중견 휴대폰 업체들과 인수합병(M&A) 추진을 통해 몸집을 키우려 하는 데다, PCS 단말기 시장 진출 움직임 등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에 대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업을 겸하는 것은 시장 논리를 왜곡,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SK텔레텍의 사업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공세를 펴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는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부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대로, SK텔레콤은 "M&A 추진은 SK텔레텍이나 중견 휴대폰 업체들이 중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금력이 있는 우리가 중견 업체를 인수해 글로벌 기업을 만들면 결국 해외 기술 유출을 막고 수출 경쟁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어차피 삼성전자 혼자서 세계 이통 단말기 시장에 3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쟁력 있는 업체가 나서서 국산 단말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게 뭐가 잘못됐냐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M&A 등을 강행하고 있어 앞으로 마찰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팬택계열 "이통사, 제조업 확대 규제해야"

삼성전자 휴대폰사업부 이기태 사장은 지난 7월15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서비스업체가 제조업체를 겸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심각한 불공정 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은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두 회사 중 한 회사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제조부분의 불공정성 심화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한 쪽짜리 문건에 등장하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단말기 제조업을 겸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왜곡,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올해 시행된 번호이동성 제조와 관련해 이동통신 사업자와 계열 휴대폰 제조사 간의 유착관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LG텔레콤의 단말기 구매량 중 LG전자 비중은 작년 6월 38%에서 올 3월에는 60%까지 급증했으며, KTF의 구매량 중 KTF테크놀로지(KTFT)의 비중은 작년 6월 18%에서 올 3월 32%까지 늘어났다.

실제로 업계는 LG전자가 LG텔레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0%를 넘나들고 있으며, KTFT 역시 KTF(KT 재판매 포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선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단말기 시장의 50% 이상을 직접 유통하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마저 내년 말을 기한으로 내수 물량 제한(연간 120만대 이하) 규제가 풀리면 이 같은 수직계열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올들어 증폭되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수직계열화 심화 현상의 이면에는 이동전화사업자의 단말기 자회사 부당지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실제로 일부 이동전화사업자는 개발비 지원금 등을 단말기 자회사에 과도하게 준 뒤 나중에 싼값에 단말기를 대량 소싱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개발비 명목으로 사실상 보조금을 자회사만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다.

이 문건에서도 "(단말기 개발과 유통 등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력한 (이동전화)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유관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체를 적극 지원할 경우 (공쟁경쟁의 틀이 무너져) 산업발전은 침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사 간의 불공정 거래 행위 시정과 함께 SK텔레텍에 대한 규제를 2006년 이후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팬택계열측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단말 사업 확대는 공정하지 못하다. 서비스와 단말 제조 겸업은 애시당초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SK텔레텍의 M&A조차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SK텔레텍이 수출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촉발, 국내 업체들간의 출혈싸움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SK텔레콤, "M&A는 생존차원"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SK텔레텍의 GSM 단말기 제조사 인수 추진은 생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GSM 사업은 전량 수출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K텔레텍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빅3에 비해 사업규모가 훨씬 적기 때문에 향후 생존을 위해서는 몸집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삼성전자는 총 5천406만여대를, LG전자는 2천743만여대를, 팬택계열은 1천141만여대를 각각 국내외 시장에 공급한 반면, SK텔레텍은 184만여대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은 "전세계 단말기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이 단말기 자체 생산을 본격하면서 원가경쟁력,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 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브랜드 파워, 다양한 제품 라인업, 적기개발, 출시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급량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기업군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군 사이에는 갈수록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중국 사업에 올인했다가 현지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중견 업체 중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이 잇따라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

SK텔레콤은 "붕괴위기에 처한 중소업체들을 M&A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거의 없다"며 "우리 역시 중장기적 생존을 위해 중소업체들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거듭 전제했다.

이어 "우리가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중소업체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SK텔레콤은 SK텔레텍이 중견업체와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수 경쟁력이 발판이 되기 때문에, 내수물량 제한 규제도 내년말을 기한으로 당초 예정대로 풀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자회사 밀어주기' 등이 우려가 된다면 공정거래법의 '계열사 차별행위 금지' 규정으로 규제가 가능하므로 내수 물량 제한 연기 등의 추가 규제는 과잉 조치라는 입장이다.

◆"두가지 사안, 갈라서 봐야"

결국 두 진영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SK텔레텍의 M&A를 통한 몸짐 키우기를 막아야 할 것인가, 용인해야 할 것인가, 또 하나는 ▲PCS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SK텔레텍의 내수 공급 물량 규제를 2006년 이후에도 연장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언뜻 보기에는 두 사안이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된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별개다. 따라서 두 사안을 갈라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SK텔레텍의 M&A 용인 여부 문제를 보면 이 문제의 뿌리는 지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 해 정보통신부가 단말기 제조사인 LG전자를 계열사로 둔 LG텔레콤에 PCS 사업권을 주면서 기간통신 사업자의 단말기 제조업 겸업을 사실상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보통신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 제조업 겸업을 허가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96년을 기점으로 직접 생산하지 않고 별도의 자회사 등을 통한 휴대폰 제조업 진출은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때문에 SK텔레텍의 M&A를 규제해야 할 마땅한 법적 근거도 마땅하지 않다. 가까운 예로 KT와 KTF도 자회사인 KTF테크놀로지를 통해 단말기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

더욱이 줄줄이 중견 업체들이 쓰러지고 있는 국내 휴대폰산업의 정황를 볼 때, SK텔레텍의 M&A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중국에 GSM 휴대폰을 대량 수출했던 국내 중견·중소업체들이 현지 업체들의 부흥으로 줄줄이 부도 위기를 맞고 있지만, SK텔레텍 외에는 마땅히 이들을 M&A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중견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 휴대폰 업체들의 경우 자금력 있는 국내 업체들이 인수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등으로 헐값에 팔려 나갈 수 밖에 없다"며 "그러면 고스란히 중견·중소업체들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SK텔레텍의 내수 규제 연장 여부는 이와는 뿌리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사안의 뿌리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 조건 중 하나로 SK텔레텍의 내수시장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2005년 말까지 제한할 것을 규정했었다. 자칫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SK텔레텍을 통해 단말기 시장에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규제를 앞으로도 연장해야 할 지 여부를 현재 결정하기에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시장을 보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이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SK텔레텍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10% 이하에 그치고 있다.

즉, 시장 상황을 보면 규제를 해야 될 사실적 요건은 없는 대신, 개연성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은 단말기 개발과 유통 등의 주도권을 이동전화사업자가 틀어쥐고 있는 국내 시장 현실을 볼 때 사업자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 왜곡 가능성을 벌써부터 제기하고 있는 정도다.

이들이 벌써부터 SK텔레텍의 내수 확대 가능성을 놓고 벌써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속내는 뭘까.

선도적인 신제품 개발이나 마진 보전 측면에서 그 동안 내수에 기대어 수출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SK텔레텍이 모회사의 후광을 받아 내수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면 자사 휴대폰 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텍의 스카이 브랜드는 1825세대에는 애니콜에 맞먹는 인지도를 쌓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우려가 개연성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SK텔레텍의 내수 규제 기한 연장 여부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이 사안이 두고두고 휴대폰 업계에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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