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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국내 햄 시장 이끈 CJ 'THE더건강한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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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햄'으로 2년 만에 업계 1위 우뚝…'무(無)첨가' 내세워 햄 인식 바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980년 12월 9일. 당시 CJ제일제당 이천 육가공공장 앞마당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냉동차 한대를 사이에 두고 흰 가운에 흰 위생모자를 쓴 직원들은 양옆으로 도열해 있었고, 차량 외관에는 '백설햄'이라는 로고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당시 대표가 제품 한 박스를 직접 차량으로 옮겼다. 이후 제품을 가득 실은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출발했다. '백설햄'을 처음 출하하는 날이었다.

CJ제일제당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1974년 육가공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빈곤한 우리나라에서 햄은 생선을 이용한 어육소시지, 일명 분홍소시지뿐이었고 부유층에서 먹는 고급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햄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고, 사업 측면에서도 매우 유망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용인양돈장 인수한 CJ, 육가공 진출 발판 마련

CJ제일제당은 1975년 용인양돈장을 인수하며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장 사업에 착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육가공 사업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 자금과 관련 제품에 대한 정밀하고 철저한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CJ제일제당은 자금과 R&D 측면에서 여전히 미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4년이 지난 1979년 말. CJ제일제당은 육가공사업팀을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 무렵부터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은 서구화되기 시작했고 고급화·간편화 바람이 불면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은 이 때가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1975년 3천394톤이었던 육류 소비량은 1979년 1만258톤으로 늘어났다.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도 1976년 7.7kg에서 1978년 10.2kg으로 증가했다.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소고기 위주였으나 점차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관련 시설 및 가공기술은 한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였다. 이러한 실정을 고려한 CJ제일제당은 최신 설비와 양산체제를 갖추고 잠재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면 충분히 시장을 성장시키고 리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천 육가공 공장 완공…'백설햄' 탄생

CJ제일제당은 곧바로 경기도 이천 일대에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원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주요 소비지인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교통이 편리해야 육가공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시 CJ제일제당이 선정한 이천 지역은 육가공 공장의 입지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 받았다.

CJ제일제당은 1980년 5월 이천공장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돼 최단공기, 최신공법, 최단기 시운전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하며 6개월 만에 완공됐다. 햄, 베이컨, 소시지 등 10여 종의 육가공 제품을 하루 15톤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규모로, 국내 최대 생산 규모였다. 당시 국내 육가공 제품의 일일 생산량이 50여톤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규모였다.

CJ제일제당은 육가공 식품의 종합 브랜드를 '백설햄'으로 정했다. '백설'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빠르고 친숙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당시 최대의 경쟁 제품은 3개월 앞서 시중에 선보인 '살로우만'이었다. CJ제일제당은 '순 살코기로 만든 햄' 콘셉트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과 차별화해 '독일 정통 햄'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백설햄'의 판매 실적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맛'이었다. 엄선된 원료를 특수 가공 처리해 질기다는 느낌을 완전히 제거했고 대신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 주부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소포장 위주로 상품화한 점도 주효했다. 1980년 12월 9일 첫 제품이 출시된 이후 판매량은 공급량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이천공장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까지 해야 할 정도였고, 24시간 가동체제로 운영됐다.

CJ제일제당은 이듬해 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81년에 판매된 제품만 '런천미트캔'을 포함해 16개였고, 축육 제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34.8%를 차지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육가공업계에 가장 늦게 진출한 후발 주자가 사업 출범 1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다음해의 실적은 더욱 놀라웠다. 1982년 CJ제일제당은 축육 제품 부문에서 전년 대비 100% 이상 생산량이 늘어났고, 전국 시장의 49%를 차지했다. 2년 만에 국내 육가공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명실공히 업계 1위로 도약했다.

◆햄 시장, 웰빙 트렌드로 직격타…'THE더건강한 햄'으로 승부

1990년대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던 육가공 시장은 2000년을 맞이하며 웰빙 트렌드, 첨가물 이슈, 경쟁심화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특히 2004년 환경·소비자단체 주도로 식품첨가물(합성아질산나트륨)이 이슈가 되며 2005년에는 판매량이 역신장하기 시작했다. 육가공 시장을 선도해왔던 CJ제일제당 역시 이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고,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THE더건강한 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The더건강한 햄'이 출시된 2010년 5월에는 국민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건강 및 웰빙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돼지고기, 소고기 등 신선육 소비는 증가하고 냉장햄 소비는 위축되던 시기였다. 특히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이슈가 불거져 '햄이 맛은 있지만 아이에게 주기는 꺼려지는 식품'이라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은 시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돈육 함량 90% 이상'과 '무(無)첨가'라는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5년간의 R&D 연구개발 끝에 2010년 당시 전분과 합성아질산나트륨, 합성보존료(소브산칼륨), 합성착향료, 합성산화방지제 등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5가지 첨가물을 빼고, 돈육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인 프리미엄 냉장햄 'The더건강한 햄'을 내놓은 것이다. 이 제품은 높은 돈육 함량으로 고기 본연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살렸고, 식물성 소재인 샐러리즙을 발효시켜 합성아질산나트륨을 대체해 '햄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The더건강한 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베이컨, 김밥용 햄, 비엔나소시지 등 다른 제품들도 만들어 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쇄도했고, 브랜드 론칭 1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분절햄, 후랑크소시지, 라운드햄 3개 제품으로 시작했던 제품 라인업도 비엔나소시지, 슬라이스햄, 김밥햄, 베이컨, 베이컨스테이크 등으로 대폭 늘렸다.

경쟁업체에서는 'The더건강한 햄' 성공에 자극 받아 같은 콘셉트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고, 이 과정을 통해 침체됐던 냉장햄 시장이 다시 커가기 시작했다. 돈육 함량을 높이고 첨가물을 뺀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냉장햄을 중심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햄과 라이프스타일의 접목이 시장을 키우는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캠핑과 아웃도어 트렌드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2012년에 캠핑족들이 고기와 소시지를 그릴에 함께 구워 먹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착안,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두 배 더 커 구워먹기에 좋은 'The더건강한 그릴 후랑크와 그릴 비엔나'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찬에서 메인으로"…THE더건강한 햄, 식문화 주도

CJ제일제당은 소비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맛있고 즐거운 식문화'를 창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를 위해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2015년에는 초박(Ultra-thin) 쉐이빙 기술을 적용한 신기술 슬라이스햄인 'The더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를 선보였다. 20~30대 여성 위주의 브런치 문화가 전국민이 즐기는 식문화로 확산되고 브런치 시장만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 제품은 기존 슬라이스햄에 비해 훨씬 얇아 폭신하고 풍성한 식감의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고 햄만 넣어도 풍성한 맛 구현이 가능해 토스트와 계란 위주의 브런치 식단에서 중요한 품목으로 자리잡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적색육으로 만든 햄과 소시지 육가공품을 발암물질 1군으로 지정하면서 육가공 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The더건강한 햄'은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로 삼고, 5가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철저히 소비자 요구와 트렌드에 방점을 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 덕분에 'The더건강한 햄'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햄이 단순히 밥 반찬이나 고기 대체 제품의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의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제품으로 포지셔닝해 이제는 '햄을 메인 메뉴로 즐기는 식문화'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CJ제일제당은 올해 5월 'The더건강한 바이스부어스트'와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출시 한 달 만에 30억원 매출 달성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 연말까지 8개월간 약 250억원 매출이 예상돼 벌써부터 대형 신제품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탁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메인 메뉴' 구현이 가능한 'The더건강한 바이스부어스트'와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 신제품으로 시장 성장에 가속도를 붙여 2020년 1조1천억원대, 2022년에는 1조3천억원 규모까지 냉장햄 시장을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특히 'The더건강한 햄'을 2020년 2천억원대, 2022년까지 매출 3천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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