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애플게임 열전 2 - 어드벤처
요즘 어드벤처 게임들은 사실상 매니아를 제외한 일반 게이머들에게 그다지 각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를 꼬집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대략적으로 원인을 가늠하자면 정형화된 게임 시스템 자체가 주는 진부함과 느긋하기까지한 게임 진행의 속도가 초고속 펜티엄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 선진 게이머들에게는 따분함으로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덕분에 어드벤처 게임들은 제법 인내력을 갖춘, 그리고 논리적 사고에 기인하는 게임 진행에 적응이 가능한, 혹은 적응할 심적 여유를 갖춘 소수의 게이머들이 즐기는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수의 게이머들을 흔히 매니아들이라고 일컫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드벤처 장르를 '맛나게' 즐기는 게이머들은 상당히 드물다. 그리고 실상 인기 장르들의 그늘에 가려진, 판매량에 한계가 있는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국내 제작사도 드물거니와 간혹 출현하는 외국 어드벤처 게임들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래도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스토리에 상당한 비중이 있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라든지 정황에 대한 설명 등의 요소가 게임 진행에는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글화하는 과정도 상당히 힘이 들기 마련이고 이런 연유로 해서 유통사측에서는 어드벤처 게임의 유통을 꺼려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왼쪽은 Alone In The Dark : The New Nightmare, 오른쪽은 Escape From Monkey's Island
그러나 PC게임의 초창기에 어드벤처 게임은 상당한 인기를 얻던 장르였다. 아케이드 장르가 여러 계보를 형성해가며 횡횡하던 때에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아케이드와는 상반된, 다소 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들은 나름대로 장르의 성격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정형화시켰고 대중성도 어느정도 확보를 할 수 있었다.
초창기 어드벤처 게임은 텍스트에 기반한 게임 진행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 방식은 게이머가 직접 텍스트로 명령을 입력하면 그에 맞게 캐릭터가 행동을 하거나 장소 이동, 아이템 사용 등의 동작이 가능해지는 형태인데 지금의 게임들이 그래픽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갖춘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이해를 좀더 쉽게 하기 위해 짧게 어드벤처 게임들의 진행 형태를 구분지어 보기로 하자.
어드벤처 게임들의 진행 형태는 게임 진행의 기술적인 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번째 형태는 오로지 텍스트만으로 진행하는 형태이다. 이 형태는 아주 초기 형태이면서 동시에 매니아성이 상당히 강한 형태로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낯설겠지만 모든 상황이 소설처럼 텍스트로 등장하고 각종 명령 역시 텍스트로 처리하는 이 형태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기에 적절하였다.
초기에는 기술적인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의 매니아층을 만들어 80년대 중반까지도 이 순수 텍스트 형태의 어드벤처 게임은 등장했었다.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에서 출시되었던 제임스본드 007 - 어뷰투어킬/골드핑거(James Bond 007 in A View To A Kill과 Goldfinger : 1985, 1986 - 동명 영화를 게임화), 인디아나존스 - 고대의 복수(Indiana Jones in Revenge of the Ancients : 1987), 인포콤(Infocom)에서 출시된 비욘드조크(Beyond Jork : 1987) 같은 게임들은 텍스트만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두번째 형태는 텍스트와 그래픽이 혼합된 형태이다. 명령이나 행동은 텍스트로 직접 입력하여 처리하고 순수 텍스트 형태의 게임에서 등장하던 상황이나 배경의 설명 부분이 그래픽으로 처리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형태는 텍스트 입력은 완전히 배제되고 키보드나 마우스,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조정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형태이다. 단순히 화면만으로 판단할 때는 아케이드 게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어드벤처 장르에 이러한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면서 다른 장르와의 혼합이 가속화되었다.
어드벤처 게임의 초기작들은 대부분이 두번째의 혼합된 형태를 많이 가진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현재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의 전신인 온라인 시스템(On-Line System)이 1982년에 제작했던 타임존(Timezone, 1982)이 있다.

이 게임은 흔히 근대적 어드벤처 게임의 효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실상 하이랜즈컴퓨터(Highlands Computers)에서 제작한 미이라의 저주(Mummy's Curse)라는 같은 형태의 게임이 Timezone 보다도 1년 앞서 1981년에 제작되었고 또 On-line System에서 이미 1980년에 신비의 저택(Mystery House)라는 게임에서 텍스트와 그래픽의 혼합을 실행했었기 때문에 Timezone을 어드벤처 게임의 효시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Timezone과 같은 형태의 게임으로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 Windham Classics, 1985), 네버엔딩스토리(Neverending Story : Datasoft, 1985) 같은 게임들이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어로 진행된다는 단점이 있어서 어드벤처 게임들이 그다지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이와 동시에 일반적인 텍스트 입력 방식을 배제하고 아케이드 게임처럼 키보드를 이용해 캐릭터를 직접 조정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아케이드와 유사한 형식의 어드벤처 게임들도 많이 등장했다.
록키호러쇼(The Rocky Horro Show : Activision, 198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 Windham Classic, 1985) 같은 게임들은 거의 아케이드에 가까운 형태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실 어드벤처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들이었다.

이것은 기존 형식을 탈피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드벤처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지지만 보편화된 형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도전이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텍스트 입력 방식과 캐릭터 조정 방식을 동시에 구사하는 독특한 형식을 가졌던 킹스퀘스트(King's Quest) 시리즈가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음으로써 어드벤처 게임의 형태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King's Quest는 1983년 1편을 시작으로 1985년에 2편, 1988년에 3편이 등장했었다. 제작사는 Sierra On-Line인데 이미 On-Line System 시절부터 어드벤처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터라 이 게임의 성공은 새로운 게임 진행 방식을 추구하는 제작사들에게는 고무적인 것이었다.

1987년 어드벤처 게임의 명작이자 현대적 어드벤처 게임의 효시라고 불리우는 매니악맨션(Maniac Mansion : Lucas Film, 1987)이 등장하여 어드벤처 팬들을 즐겁게 하였다. 이 게임은 기존의 텍스트 입력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고 캐릭터를 그래픽적으로 제어하며 동시에 각 명령어를 게임 화면에 예시해두어 선택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Maniac Mansion의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이후에 등장한 어드벤처 게임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장르의 발전에도 한몫을 하였다. 지금에 와서 이 게임을 본다면 근래에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에 비교해서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1988년, 바야흐로 애플 시대를 마감하면서 또하나의 명작인 뉴로맨서(Neuromancer : Interplay, 1988)가 등장하였다. 이 게임은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향상된 게임 인터페이스를 채용하면서도 어드벤처적인 성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 Neuromancer 역시 Maniac Mansion과 더불어 이후에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게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후 도스 시스템이 애플 시장을 잠식해왔고 제작자와 사용자들은 애플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긴 했지만 애플 시절에 이미 실험으로 단련된 어드벤처 장르는 어렵지 않게 도스 시대에 적응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중심적인 장르로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짧지 않은 PC 게임의 역사속에서 어드벤처 장르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장르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애플 시절을 풍미했던 유명 RPG 게임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콘텐츠제공 : 보물닷컴(www.bomul.com) 김성열 (help@bomul.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