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디지털 카메라 시장 선두업체인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이 공동으로 디지털 카메라용 초소형 메모리 카드인 'xD-픽쳐 카드(xD-Picture Card)'를 발표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지탈 카메라 시장에서 후지와 올림푸스가 내든 회심의 카드가 바로 xD-픽처 카드. 이들은 xD-픽처 카드의 신형 메모리 규격으로 타사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는 메모리 규격은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마다 각기 다르다. 그야 말로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규격은 니콘과 캐논, 코닥 등이 채택하고 있는 컴팩트 플래시(CF) 메모리. 올림푸스의 경우 전통적으로 스마트 미디어 카드(SMC)를 사용해 왔고 후지는 SMC와 CF를 번갈아 채택해 왔다.
소니는 독자적인 규격인 메모리스틱(Memory Stick)을, 도시바, 미놀타 등 후발업체들은 시큐어 디지털(SD)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즉, 현재 디지털 카메라, PDA, MP3 플레이어 등 디지털 정보기기용 메모리 카드 규격은 넘치다 못해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각 메모리 규격간에 호환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통일 규격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 후지-올림푸스, SMC 대체용으로 개발
그렇다면 후지와 올림푸스는 왜 굳이 기존 규격을 마다하고 또 다시 xD-픽처 카드라는 새로운 규격을 내놓은 걸까? 범람하는 메모리 시장에서 과연 xD-픽처 카드가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후지와 올림푸스 측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xD-픽처 카드는 기존 'SMC의 후계 규격'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즉 새로운 규격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SMC를 대체하기 위해 xD-픽처 카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SMC는 출시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초소형 초박형 메모리 카드로 업계의 상당한 충격을 던져 주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규격으로 취급받고 있다.
크기는 물론 저장 용량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이후 출시된 메모리스틱이나 SD 카드에 비해 뒤져 있는 상황이다.
반면 SMC보다 더 노후화된 CF 메모리는 끊임없는 용량 증대 노력과 전송 속도 개선, 안정성과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데 성공해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 인기를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소형화를 중시하는 MP3 플레이어 분야에서도 SMC가 최근 퇴출될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SMC는 설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따라서 SMC를 주로 채택해 오던 후지와 올림푸스 입장에서는 대체 메모리 규격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된다.
◆ 초소형 메모리에 빠른 속도, 대용량이 장점
xD-픽쳐 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까지 출시된 디지털 카메라용 메모리 중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라는 점과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는 점이 꼽힌다.
xD-픽쳐 카드의 크기는 가로 20mm에 세로 5mm, 두께는 7mm에 불과하다. 무게 역시 2g 정도로 작고 가볍다. 기존 메모리 중에서 가장 작다는 SD 카드의 70%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SD 카드가 우표 크기에 곧잘 비유됐으니 xD-픽쳐 카드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다.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xD-픽처 카드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4MB 메모리를 기준으로 읽기는 초당 5MB, 쓰기는 초당 3MB의 속도를 지니고 있다. SD 카드와 비교해봐도 앞서는 속도이며 향후 초당 13MB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소비전력도 25 밀리와트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다층막 구조로 되어 있어 향후 GB급 xD-픽쳐 카드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오는 9월 출시 당시에는 16MB, 32MB, 64MB, 128MB 4종이 선보일 예정이지만 12월 경에는 256MB, 오는 2003년 3월까지 512MB 용량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2004년 이후에는 2GB 이상의 제품을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게상으로 8GB까지 대용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후지측의 설명이다.
기술적인 우수성 외에도 후지와 올림푸스는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3대 업체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일본 시장의 경우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아직 후지와 올림푸스 외에 xD-픽쳐 카드를 채택하겠다고 나선 업체는 없지만 이 두 업체만으로도 xD-픽쳐 카드의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적어도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 소니의 메모리스틱이나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SD 카드 만큼의 시장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전환 비용, 보안 기능 미흡, 성공여부 두고봐야
그러나 xD-픽처 카드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xD-픽처 카드 제품 발표회에서 후지 전자영상 사업부의 아오키 요시카즈 부장은 xD-픽처 카드의 탄생에 대해 "기존 SMC를 개량하는 것보다 새로운 메모리 규격을 만드는 것이 비용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xD-픽쳐 카드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MC와 xD-픽쳐 카드가 상호 호환성이 없는 만큼 SMC의 후계라고는 하지만 전혀 새로운 메모리 규격으로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전환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더 이상 SMC 메모리를 채택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른 기종을 선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사용자들이 고스란히 xD-픽쳐 카드로 이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xD-픽처 카드 자체의 제품 가격도 걸림돌이다.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후지 측은 xD-픽처 카드 제조 비용이 SMC와 같은 만큼 추가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28MB가 한계였던 SMC에 비해 xD-픽쳐 카드는 대용량 제품에 한해 가격 상승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경쟁 규격인 SD와 메모리스틱, CF 카드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 규격인 xD-픽쳐 카드가 과연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xD-픽처 카드는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보안 기능이 삭제돼 있다.
양사는 제조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저작권 보호에 사용되는 보안 기능이 없다면 향후 디지털 카메라 외 MP3 플레이어나 PDA 등 디지털 정보기기에 사용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후지와 올림푸스는 xD-픽처 카드의 시장 정착과 보급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xD-픽처 카드 발표와 함께 후지는 지난 8월 1일 출시된 신형 디지털 카메라 3기종에 모두 xD-픽처 카드를 채용했고 올림푸스 역시 향후 출시될 신 기종에 xD-픽처 카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후지와 올림푸스가 제시한 새로운 모험 시나리오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호응을 끌 수 있을 것인지, 장기적으로는 현재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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