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아폴로13호는 엔진 결함을 극복하고 달을 선회해 기적적으로 지구 귀환에 성공했다.
첨단 기술의 수혜를 입고 40년 전 우주비행에 나서 달의 뒷면 촬영에 성공한 아폴로13호 탑승 우주인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팀워크'와 '인간의 능력'이라는 이색적인 답을 내 놓았다.
미국 샌 안토니오에서 24일(현지시각) 3D CAD 컨퍼런스 '솔리드웍스 월드 2011'가 열린 가운데, 아폴로 13호 탑승자들은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의 손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가 우주산업의 산실인 휴스턴 인근에서 펼쳐지고 있는 만큼, 우주인인 짐 러벨과 진 크랜즈가 지구 귀환에서 위기 극복 과정 등을 설명하고자 기조연설에 나선 것이다.
선임 비행사인 진 크랜스는 "우주 진출을 준비하는 데는 많은 기술이 필요했다. 당시엔 컴퓨터라는 기계가 집채만했고 이를 사용해 본 경험자도 드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업에 참가했다"고 회상했다.
선장 짐 러벨도 "달에 간 것은 아폴로13호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전한 비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모두 자신감에 차 있었다. 컨트롤 센터에서도 크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그저 기쁘게 비행에 참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첫 우주 비행이 아니었던 만큼 기술적으로 안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아폴로13호는 연료 문제를 일으키면서 달 착륙을 포기하고 위험한 귀환 행로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폴로13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의 집중력과, 컨트롤 센터와 같이 한 협업 덕이었다.
짐 러벨은 "비행 중 갑자기 충격음이 들렸다. 연료와 혼합이 돼야 하는 산소탱크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두번째 탱크도 줄어들고 있었다. 원인을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컨트롤 센터는 '연료 등 기술적인 자료들로는 귀환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보내 왔다. 유일한 희망은 달을 선회해 그 인력을 이용, 귀환하는 방법이었다"고 긴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이 악조건에서 우주선 궤도가 귀환 경로를 벗어나는 악재가 이어졌다. 이제 남은 방법은 오로지 우주인들의 '손' 뿐이었다. 짐 러벨은 "컨트롤 센터에서는 최후의 수단인 수동 조작을 하라고 지시했다. 과녁을 통해 지구를 보며 각도를 맞추고 정확한 순간에 엔진을 가동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핸들의 중심을 지구에 맞추는 것, 또 양쪽에 앉은 동료들을 믿고 협력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위기의 순간에 힘을 발휘한 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 본연의 능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우주인들은 발전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과 소통이라고 못박았다.
짐 러벨은 "오늘날 시뮬레이션은 모두 디지털화돼 컴퓨터로 진행된다. 과거 시뮬레이션에서는 조종사들의 협력과 소통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런 점은 지금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인우주비행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과거에도 무인 로봇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조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류는 언제 다시 달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짐 러벨)2005년도에 관련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부시 정부에서 지원을 중단했다. 아마도 다음 달 착륙자는 미국인은 아닐 것이다. 유감이다. (진 크랜스)과거에 리스크는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리스크에 대해 훨씬 더 보수적이다."
-우주비행 상용화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진 크렌스)실제로 관련 프로젝트가 있었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제성과 리스크 관리, 보험 등 비 기술적인 문제가 더 민감한 부분이다. (짐 러벨)실제 사용 시스템 개발에는 정부 기반 조직의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기관 투자로 개발된 것들이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긴 쉽지 않다."
-아폴로13호 고장의 핵심 원인은 사람 탓인가, 기술 탓인가?
"(짐 러벨)하이테크에 대한 사고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연속된 사건들이 중첩되는 탓이며 아폴로13호도 마찬가지였다. 아폴로13호의 경우 시스템 혼용, 열 장비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특정 개인의 잘못이라고 볼 순 없다."
샌 안토니오=구윤희기자 yu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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