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친이-친박' 전선에 새로운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6일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뽑는 데 반대"라며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추대론에 제동을 걸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반대 입장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당초 친박 진영에서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주류 측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친박계 입각설', '박근혜 총리설'이 무위로 그치자 당시 친박계에서 "다시는 믿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어떤 말을 해도 이젠 믿기 어렵다"고 말했던 것을 봐도 박 전 대표의 이번 결정은 예측의 범위 내에 있다.
4.29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 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갑작스럽게 '화합론'을 꺼내든 것 자체가 '친박 포용'의 수사법이고 '미봉책'일 뿐 이라는 게 친박 진영의 판단이다. 4월 재보선 참패로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새삼 확산되고 나서야 주류측이 제시한 화합책은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화합 차원으로 친박 인사가 기용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 여당의 정국운영에 박 전 대표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다.
올초 여야간 입법전쟁이 최고조였을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속도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로 인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던 입법전쟁 상황이 '속도조절' 쪽으로 급반전된 바 있다. 친이계는 그 점을 두고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친박 인사가 중용되면 박 전 대표도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친박 기용'이라는 매개로 박 전 대표가 발목 잡히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박희태 대표와 조찬에서 "(재보선)이번 선거는 우리 여당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쇄신과 단합 두 가지를 중심으로 잘 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상 이에 동의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 '구애'의 손길을 뻗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결국 이 대통령의 손을 뿌리친 셈이 됐다. 이로써 박 전 대표는 당 화합을 거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알고 있을 박 전 대표가 그럼에도 반대 입장을 취한 것은 당분간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로 인해 지난 대선 경선에 이어 총선 공천파동이라는 극심한 대치 이후 잠복했던 '친이-친박'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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