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 쇄신'과 '단합' 등 개혁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이중 핵심은 '친이-친박' 양 계파간 '화합식'을 어떻게 푸느냐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 화합 해법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것이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론이다.
당 원내대표 경선이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당 지도부와 친이 주류측에서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 그만큼 당 내부의 다급함이 읽힌다.
'김무성 원내대표론 추대론'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고, 아직까지는 설(說) 수준이다. 일단 당 지도부와 친이 주류의 동의 뿐 아니라 김 의원의 원내대표 수용, 친박 내부의 의견일치, 원내대표 후보군 반발 무마 등 숱한 내부 정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아직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박희태 대표와 조찬 회동에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다만 '당 쇄신과 단합'의 필요성만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29 재보선)이번 선거는 우리 여당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쇄신과 단합 두가지를 대표 중심으로 잘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박 대표의 재신임과 함께 '친이-친박' 양 계파간의 화합을 당부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실행 방안은 박 대표에게 일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표도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미국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제시된 쇄신방안과 관련 "쇄신안 내용을 보니 원내정당화, 공천 시스템 투명화, 상임위 중심 등 제가 대표 시절에 했던 내용"이라며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는 당내 개혁성향 초선모임인 '민본 21'이 발표한 당 쇄신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친박 탕평인사'에 대해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 모두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탕평인사 문제가 구체화된 '김무성 원내대표론'의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설령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 손을 내민다고 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아줄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나 친이 주류 입장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은 이를 통해 '탕평인사',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국 운영에 친박계를 끌어들임으로써 책임을 나눠서 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앞으로 미디어법 등 여야간 남아 있는 쟁점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친박계는 전처럼 관망할 수 없게 된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이 친박계 대표성을 띤 인사가 당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공 최고위원은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무성 원내대표론'과 관련, "김 의원 뿐 아닐 친박계 대표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고위 당직에 참여해 무늬만 계파 화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의원은 친박계를 대표하는 큰 정치인이지만 일단 본인이 그럴 의사를 갖고 있는 지와 더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의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며 '김무성 원내대표론'은 박 전 대표의 동의가 전제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정 운영과 정국 운영에 박 전 대표와 친박 진영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그간 이명박 정권과 여당의 위기 때마다 친박 입각설, 박근혜 원내대표설, 대북특사설 등이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었다. 이로 인해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의 '화합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찍혀 있다.
친박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 화합이나 쇄신안은 그리 달가울리 없다. 더욱이 현 시점에서 국정 운영과 정국 운영에 친박이 참여할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한, '김무성 원내대표론'이나 당 쇄신은 재보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친박 내부의 판단이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시 되고 있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선 현 시점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론'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이는 향후 미디어법 등 대야 전선에서 자칫 책임만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원내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김 의원도 원내대표 추대 분위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 대통령이라 친이계 주류가 진정성을 갖고 원내대표를 제의한다면 친박계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거절한다면 박 전 대표의 기반 안에 안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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