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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덕의 턴]'강용석 해프닝' 일단락…우리가 낚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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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덕기자]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강용석 의원의 '여우짓'에 언론과 해당 프로그램이 과잉반응하는 우를 범했다.

강용석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개콘 강용석특집 시청후기2-강용석이 최효종을 고소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소취하 방침을 밝혔다.

강용석 의원은 이 글에서 "언론들이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였다' '웃자고 한 개그에 죽자고 달려들었다' '자기가 찔리니까 그런다' 등이 대부분이었다"라며 "'강용석이 법적용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해서 집단모욕죄라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보여주려 했다'는 것은 기사가 안되고 그것보다는 '성희롱으로 문제됐던 강용석이 또라이 기질을 발휘해서 다들 웃고 넘기는 개그맨의 풍자마저 고소질을 해가며 물고 늘어졌다' 이런게 훨씬 기삿발이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 의원은 "최효종을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11월 17일 이후로 오늘까지 기사가 1500개 이상 쏟아졌고 블로그는 17일 11만명, 18일 12만명이 찾았고, 최효종 고소에 대해 언급한 '2심판결문'이라는 포스팅에는 댓글만 1만7000개가 달렸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모니터한 그대로 지상파 뉴스 앵커를 포함한 언론은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였다' '웃자고 한 개그에 죽자고 달려들었다'며 그를 욕한 것과 똑같이 그의 고소 취지와 의도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집단모욕죄의 부당성을 주장하려고 했던 고소에 '죽자고 달려드는' 우를 범했다.

이건 어쩌면 강 의원이 바라던 지점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의 고소는 전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고, 그 중 몇몇은 그의 진짜 고소 의도를 정확히 꿰뚫어봤을 것이며, 적어도 그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확실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쾌재를 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강 의원은 이번 고소 사건 후 신문만평에 자신이 소재로 쓰이자 "영국에선 대중정치인으로 입문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이 신문 만평에 나왔는지라고 하네요. 그래서 국회의원이 나온 신문의 첫 만평을 동판에 새겨서 선물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구요. 성희롱 사건때 이미 만평에 많이 나오긴 했지만 이번 고소사건과 박시장, 찰스비평도 상당히 국민들의 마음에 각인된 듯"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번 고소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과했다. 그의 고소 의도를 멋대로 해석하는 경박함을 보여줬으며, 감정에 치우친 보도들이 대거 양산됐다.

앵커들도 '강용석 해프닝'에 가세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최일구 앵커는 미국의 풍자개그 소식을 전하며 강용석 국회의원을 풍자했다. 최일구는 "정치인이 풍자개그맨을 고소해서 진짜 개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엔 성역이 없다. 대통령도 풍자한다. 오바마가 고소하냐고? '오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라고 발언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나이트라인'에서는 정성근 앵커가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다"라며 "개그를 다큐로 받은 겁니다. 아니면 너무 딱 맞는 말을 해서 뜨끔했던 겁니다"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 또한 27일 방송에서 자신의 편을 드는 국민과 관객의 뜨거운 지지에 취했는지 절제의 미덕을 잊은 채 거의 전 코너에 걸쳐 강용석 고소를 소재로 다뤘다. 가히 전면전의 양상이었다.

강용석 의원이 28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개그콘서트 강용석 특집 시청 후기'라는 제목으로 썼듯 "'감사합니다'에서는 시청률 방어를 도와주는 강용석에게 감사! '애정남', '사마귀 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불편한 진실'까지 제가 볼 땐 다섯 개 코너의 10여 가지 부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를 디스" 했다.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방식을 잡아내는 것을 보니 작가와 개그맨들의 불꽃 튀는 창작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처럼 이 날 '개콘'은 과유불급이 뭔지 그대로 보여줬다. 오히려 강용석 의원에 말린 모양새였다.

강 의원이 "하이라이트는 '불편한 진실'에서 황현희가 올해 연예대상은 마포의 국회의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며 "나꼼수 강용석 특집 편에 슬램덩크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강용석에 개그콘서트 강용석 특집편에 연예대상까지는 꿈도 못 꾸고 그래도 시청률에 기여했으니 공로상이라도 받으면 이건 뭐 거의 그랜드슬램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것처럼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제 강용석 해프닝이 다 끝난 마당에 숨 한 번 고르고 그가 최효종을 고소한 지점으로 돌아가 그 의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가 블로그에 쓴 글을 정독해보자.

"다만, 아나운서들이 나를 상대로 제기했던 민사소송(12억원 손해배상청구)은 지난 24일 남부지방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저에게 적용됐던 형사 1,2심 판결과는 정확히 반대의 결론이다. 심지어 민사사건 재판장은 이 사건이 인용된다면 '국회의원은 도둑놈이다', '서울사람들은 보수적인다'는 말까지 모욕이 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법리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예시들을 들며 나의 손을 들어줬다."

'집단 모욕죄'는 아나운서들의 강 의원에 대한 모욕죄 형사고소 사건 1, 2심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바 있다. 즉 강 의원이 최효종을 고소한 건 본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항의하는 일종의 '시위'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의원인 본인이 여대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집단을 성적으로 비하한 것이 모욕죄에 해당한다면, 개그맨이 국회의원 집단에 대해 정치 풍자를 한 것도 모욕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빗대어 본 것이다.

다만 그의 말대로 그는 자신 하나 살려고 최효종을 이용했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관해 그는 "그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최효종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최효종을 고소하는 일종의 해프닝을 빚은 한 정치인의 여우 같은 행태에 언론과 해당 프로그램은 '착하게, 단편적으로, 자의적으로, 감성적으로, 과하게' 반응했다.

강 의원은 "흔히 법조계에서 하는 말 중에 '헌법보다 앞서는 것이 국민정서법'이라는 자조적 얘기가 있다"며 "법원이 여론이나 어떤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판례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이 누구든지간에"라며 이번 해프닝을 마무리하는 글을 썼다.

그가 노린 건 최효종이 아닌, 법원이었다. 그리고 그의 불순한 '고소질'에 우리는 흥분했고, 그대로 낚여버렸다. 착하게, 파닥파닥.

박재덕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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