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새누리당이 공개한 290여쪽 분량의 '총선 백서'가 계파 갈등의 불쏘시개가 된 모양새다.
4.13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계파 갈등을 꼽으면서도 '진박 마케팅'을 주도한 친박계 등에 대한 책임론은 명시되지 않은 것을 두고 비박계가 반발하면서 논란만 부추겼다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비박계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18일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한 백서"라며 "총선 패인인 막말 파동, 진박 논쟁 등이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 만들다 만 백서가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누구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위해, 무엇이 잘못돼 총선 결과를 가져왔는지 진정한 백서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역시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구체적인 책임론이) 백서 기획 단계에서는 들어간 내용인데 최종 편집 단계에서 빠진 게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원조 친박계이나 현재는 친박 주류에서 멀어져 '멀박'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도 "지난 3개월 동안 언론 등에서 제기된 비판을 넘어선 내용은 없다"며 "'국민에 민낯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약간 분칠한 것 같다"고 했다. 백서의 내용이 인위적으로 순화됐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이 같은 공세에 맞서 친박계인 이우현 의원은 "비박계도 잘못이 있고 친박계도 잘못이 있는 것"이라며 "여기서 떳떳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백서가 발간된 점, 전당대회 날짜가 올림픽 기간에 잡힌 점 등을 언급, "비박계에서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인 친박계 이학재 의원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계파적 패권주의로 전당대회를 치르려는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비박계를 정조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의 혁신과 비전을 위해 치열하게 논쟁해야 하지만 인신공격성 비난이나 흑색선전, 계파 대립과 편 가르기는 단호히 근절되고 종식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에 촉발된 계파 갈등은 당권 레이스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꼽히는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출마 여부가 고비다. 만약 서 의원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비박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양측의 대치도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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