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왜 곡면 OLED TV를 서둘러 출시했을까?

[박웅서기자] LG전자가 지난달 28일부터 곡면 올레드TV(모델명 55EA9800) 국내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지난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3' 에서 첫선을 보인 뒤 넉달 만이다. 앞서 평면 올레드 TV가 첫 공개 뒤 출시까지 1년 넘게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시기를 크게 앞당긴 셈.

LG전자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차세대 TV 시장 선도 등 다각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 켄 박 연구원은 블로그를 통해 LG전자가 곡면 올레드(OLED) TV 출시를 서두른 배경을 ▲삼성 견제▲가치 증대 ▲UHD TV와의 차별화로 분석했다.

켄 박 연구원은 "LG전자가 앞서 출시한 평면 OLED TV 생산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판매량도 적은 편"이라며 "또다른 OLED TV 제품 발표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곡면형 OLED TV는 물론 평면 OLED TV조차 출시하지 않은 상태. 업계는 오는 6월께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의 적녹청(RGB) 방식의 OLED 기술의 수율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LG전자와 같은 백색 OLED(WOLED) 기술 채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 LG전자가 시장선도 등을 위해 평면에 이어 곡면 OLED 출시를 서두른 것은 다분히 세계 TV 및 디스플레이 1위 업체인 삼성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켄 박 연구원은 "여러 소문들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삼성의 대응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LG전자는 경쟁자의 잠재 시장을 미리 선점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견제, 주도권 확보…UHD TV와도 차별화

또 LG측이 OLED TV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평면 OLED TV에 이어 곡면 OLED TV까지 출시했지만 생산량 확대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곡면 OLED TV 배송은 예약판매 이후 6월에나 가능하다. 미국 등 다른 지역들 역시 출시와 배송시기가 지연될 처지다.

그러나 LG전자는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배송 시기를 늦추는 등 제품 희소성을 이용한 가치 높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박 연구원은 "배송이 6월인 만큼 (제품부터 출시한 뒤 실제 판매까지)생산량을 늘릴 시간을 번 셈"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곡면 OLED TV를 서둘러 출시한 이유로 UHD TV와의 차별화를 꼽았다.

향후 차세대 TV로 OLED TV와 UHD TV를 모두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 등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LG전자가 이에앞서 출시한 84형 UHD TV 가격은 2천500만원선. 연내 보급형 모델인 55형 및 65형 UHD TV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가격대는 1천만대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현재 판매중인 LG전자의 1천100만원대 55형 평면 올레드 TV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반면 이번에 예약판매에 돌입한 55형 올레드TV 가격대는 1천500만원 선. UHD TV는 물론 평면 OLED TV와 차별화를 통해 가격 프리미엄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 연구원은 "LG전자는 비교적 싼 UHD TV 대비 비싼 평면 OLED TV의 차별화 요소를 찾고 있을 수 있다"며 "곡면 형태의 TV는 여태껏 만들어진 적이 없어 고가의 곡면 OLED TV는 단순한 LCD UHD TV와 명백하게 다르다"고 이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