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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가 좋아 도전, 우승하고 싶어요"…이매진컵 한국대표 엔샵60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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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학교에서 밤을 새고 있어요. 벼락치기하는 셈이죠."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소파 외에는 딱히 몸을 뉘일만한 곳도 없었다. 벌써 며칠 동안 밤을 새며 컴퓨터와 씨름했을 터인데 그들의 눈빛만은 모두 생생했다.

방학을 맞아 한가로운 서울 세종대학교 캠퍼스. 8월의 무더위가 잠시 식는 늦은 저녁임에도 유독 그들의 연구소만은 한낮처럼 열기가 가득했다.

친구들이 떠난 캠퍼스를 열기로 채우고 있는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SW경진대회 '이매진컵 2007'에 출전하는 한국대표 '엔샵605' 팀이다.

'이매진컵 2007'은 MS가 전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로 각 나라의 예선을 통과한 각국의 대표팀이 SW 개발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말하자면 SW분야의 '청소년 월드컵' 쯤 되는 셈이다.

'엡샵 605' 팀은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쉐라톤 워커힐 & W호텔'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다.

◆시청각장애인 위한 SW로 우승에 도전

"한국대표가 될 거라고 예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세계 선수들과 겨루게 됐으니 꼭 우승하고 싶어요."

세종대학교 임찬규, 임병수, 민경훈, 정지현 4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엔샵605'팀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용 장갑 '핑거코드'로 세계 학생들과 겨룰 예정이다.

"이번 대회 주제가 교육이에요. 팀원들끼리 '장애인의 교육을 위한 SW를 만들어보자'라고 합의하고 조사를 해보니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을 위한 SW는 꽤 되는데 정작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SW는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정작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건 문제잖아요. 그래서 그들을 위한 SW를 개발하게 됐어요."

그들이 개발한 '핑거코드'는 음성신호를 문자로, 문자신호를 진동으로 변환해 시청각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이런 SW를 학생들이 어떻게 개발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발하고 정교해 보였다.

'이매진컵'은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지만 한국 학생들은 아직 한번도 3위 안에 입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올해는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겠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몇 군데 연구소와 업체들이 상품화 제의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선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목표죠."

지금 '엔샵605'팀에겐 오는 5일부터 열릴 '이매진컵 2007'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팀원 중 한 학생은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회원이 됐지만 대회 준비와 출전을 위해 참여를 잠시 미루기까지 했다. 나머지 학생들도 가족, 친구들과의 여름 휴가는 포기한 지 오래다.

◆"SW가 '자식'같아, 개발자 될 것"

"사실 밤새 SW와 씨름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그런데도 '핑거코드'가 마치 내 자식처럼 사랑스러워요."

SW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는 이들은 모두 졸업 후 SW 개발자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 SW 인력부족 등 한국 IT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소식만 넘쳐나는 지금, 이들이 결정한 진로가 반갑기까지 했다.

"하지만 좀 더 수준 높은 개발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만들어진 SW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요. 대개 SW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기획, 마케팅 등등의 많은 분야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매진컵'을 준비하며 그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좀 더 계획적이고 철저해졌다. 한 학생은 해외 개발자들과 겨루기 위해 영어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해외연수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을 만났을 때 가슴이 뛰었어요. 학생들의 SW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적인 SW 대가는 괜히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죠."

지난 6월 이들은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빌 게이츠 회장을 직접 대면했다. '핑거코드'가 빌 게이츠 회장의 음성을 인식하지 못하자 이들은 "발음이 좋지 않은가보다"라는 농담도 건넸다고 한다. 그 정도 배짱이면 '이매진컵 2007'에서 한국 대표팀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발표도 문제없을 듯 싶다.

"표현을 풍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의 의도도 정확히 전달해야하고요. SW는 휼륭한 데 발표를 못해서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을 수는 없으니까요."

대회에서 SW에 대해 소개하는 역할은 홍일점인 정지현 학생이 맡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들의 활약이 부족한 SW 분야에서 뛰어난 여성개발자가 되겠다는 정지현 학생은 이미 발표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 입력했다. 이제는 교수님과 친구들 앞에서 연습하며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의 SW를 봤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게다가 우리보다 어린 학생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밤을 새며 SW를 수정, 보완하고 있어요."

'이매진컵 2007'은 안타깝게도 여느 운동경기가 가진 '홈그라운의 위력'이 발휘되지는 않는 대회다. 당연히 '엔샵605'팀은 순수하게 SW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

간단한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불 꺼진 캠퍼스로 향했던 그들의 열정이 '이매진컵 2007'의 우승컵으로, 그리고 한국 SW의 밝은 미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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