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기구통합법안과 IPTV 정책방향을 넘긴 뒤 잠잠했던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안문석, 이하 융추위)가 막판 대 혼선이다.
융추위 지원단이 만든 '콘텐츠 산업진흥 및 추진체계 개선방안' (초안)이 융추위가 주도해 만든 정부제출 기구법안은 물론 융추위의 예전 결정사항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융추위 내외부에서는 자기모순에 빠진 현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융추위 콘텐츠 논의는 논란이 커지자 26일 회의에 재상정돼 논의된다.
◆국조실, 문화부·정통부·방송위 콘텐츠 통합안 제시...문화부, 공정위 반발
김진홍 융추위 지원단 기구법제팀장(국조실 기구법제팀장)은 지난 19일 회의에서 지원단이 만든 '콘텐츠 산업진흥 및 추진체계 개선방안' 에 대해 발표했다.
김 팀장은 이 자리에서 콘텐츠 관련 신설조직안으로 크게 ▲ 문화부, 정통부, 방송위의 콘텐츠 산업 관련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안(1-1안)과 ▲ 1-1안에서 네트워크만 분리하는 안(1-2안) ▲ 네트워크가 분리된 상태에서 요소콘텐츠(시나리오, 대본 등 원천콘텐츠)를 분리하는 안(1-3안)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콘텐츠 관련 현재 부처를 유지할 경우 ▲ 총괄기능 부여후 부처간 기능조정안(2-1안) ▲ 총괄 기능없이 현재 기능을 유지하는 안(2-2안) ▲ 총괄 기능없이 부처간 중복분야를 기능조정하는 안(2-3안)을 제시했다.
이날 극심한 논란에 직면한 것은 신설조직안. 특히 방송콘텐츠는 물론 문화부의 체육·관광기능만 남기고 신문이나 영화 등 문화·원천콘텐츠, 네트워크나 기기의 콘텐츠 관련 기능까지 한 조직으로 모으자는 1-1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이뤄졌다.
1-1안에 대해 공정위 김병배 부위원장과 문화부 박양우 차관 등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통부 임차식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기술융합추세를 설명하며 찬성입장을, 방송위 조광휘 정책실장은 미디어콘텐츠를 전제로 긍정하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공정위 김병배 부위원장은 "콘텐츠의 모든 기능을 한 조직에 두는 것은 행자부나 교육청, 기상청 콘텐츠를 어떻게 할 까와 맞물려 거대부처의 우려가 있다"면서 "콘텐츠의 유통과 관련된 부분은 경쟁당국인 공정위 소관"이라고 분명히 했다.
문화부 역시 1-1안은 예술 콘텐츠 영역까지 포함해 자칫 문화부 해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했으며, 정통부는 애플의 아이튠즈 등 기기 및 네트워크와 연계돼 발전하는 콘텐츠 추세에 맞추려면 소프트웨어는 물론 콘텐츠 관련 기능이 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 조광휘 정책실장은 "(1-1안에서) 통합되는 콘텐츠는 미디어콘텐츠를 전제로 한다"고 밝혔지만, 콘텐츠 통합기구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염두에 두면서 기기산업의 산자부 이관 등 방송위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방통위 진흥기능의 최소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이유로 방송위가 부처간 기능조정 보다는 조직이기주의에 올인하기로 최근 방통융합 정책이 변한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융추위원 다수도 문제점 제기...일부 위원 퇴장
이날 회의는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가고 일부 위원이 퇴장하는 등 갈등이 전면화됐다.
김태유 위원은 1-1안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자"면서 지지입장을 밝힌 반면, 조상호 위원과 김국진 위원 등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김진홍 기구법제팀장이 "(문화부, 정통부, 방송위의 콘텐츠 기능통합시 신설조직은) 결론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언급하자, 논란이 가중됐다.
박선숙 위원은 "1안(1-1안)이 1안으로 오는 것은 문제이며, 1안을 넣을 경우 모순에 빠질 수 있는 비난 소지가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해명성으로 안으로 언급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은희 위원은 "1안(1-1안)은 융추위 결정내용이 위배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콘텐츠는 문화인데 산자부로 넘기면 바로 잘 할 수 있겠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위원들이 자기모순을 우려한 것은 융추위가 지난 해 다수의견으로 총리에게 보고한 내용은 "각 부처의 콘텐츠 관련 기능을 하나의 독임제 행정부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토록 정부에 건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진홍 팀장의 이날 발언은 위원회 성격이 부처보다 강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콘텐츠의 모든 정책권을 몰아주자는 이야기였고, 그게 아니라면 기구법안을 융추위가 스스로 거부해 규제(위원회)와 진흥(독임제부처)을 분리하자는 이야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안문석 위원장 마저 "(콘텐츠 기능조정에 대해) 결론내자는 게 아니고 기구법안이 상정된 상황에서 차기정부에 참고자료를 내자는 의미"라고 의의를 축소했다.
◆콘텐츠 논의없이 조직통합 시도한 한계...미래지향적 정부조직개편은?
이날 융추위 연석회의는 IT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에 맞는 공익성의 재정립이란 융합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기구법안의 연내처리에 집중키로 한 융추위와 국조실 지원단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통부와 문화부, 방송위와 공정위, 산자부, 행자부가 갖고 있는 기능을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할 것인 지에 대한 숙의없이 정통부와 방송위를 한몸으로 만드는 데에만 열중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방통융합의 꽃인 콘텐츠 이야기도 정부제출 기구법안의 한계 속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통부 말대로 콘텐츠가 만드는 가치사슬에 갈수록 네트워크와 기기 분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IT의 영역은 별도의 영역으로 존재한다기 보다는 전 산업 분야에서 부품화·소재화되고 있다.
또한 방송위 말대로 플랫폼은 영역이 허물어지는 컨버전스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공정경쟁 영역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은 단말기보다 더 큰 콘텐츠시장이 존재하고, 애플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근간이되는 플랫폼을 선점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부 주장대로 원천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분리하기 어렵고, 기술의 역동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온오프라인 콘텐츠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복원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융추위와 국조실의 콘텐츠 논의에는 이런 부분들이 빠져있거나 무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한나라당의 규제-정책 분리 방안과 맞물려, 기구설립법안의 국회 통과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김현아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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