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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오른' 가상화 기술 "약효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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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Virtualization)'는 더 이상 생소한 신기술이 아니다. 메인프레임 같은 대형 장비의 전유물로 통했던 가상화 기술은 최근 들어 x86서버는 물론 PC에까지 적용될 정도로 대중화된 기술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한 대의 컴퓨터상에서 운영체제(OS) 여러 개를 동시에 동작시키는 가상화 기술은 원래 40여 년전 IBM이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분할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서버가 늘어나고 다른 플랫폼들의 공존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젠 대중의 눈높이에까지 내려왔다.

특히 x86 프로세서 업체인 인텔과 AMD가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데스크톱에서도 적극 활용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상화 기술 자체의 폭도 넓어졌다. 하나의 컴퓨팅 자원을 보다 잘게 쪼개 여러가지 업무에 할당함으로써 자원 활용률을 높이거나 혹은 수십, 수백개의 컴퓨팅 자원들을 하나로 통합 관리하게 하는 등 가상화 기술 자체도 고도화 되고 있다.

◆IT 예산 70% 차지하는 운영 비용 절감 가능

가상화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기업들이 전산실을 운영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이미 도입한 장비를 최적화하면서 업무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정보기술(IT) 예산의 70% 이상이 유지 보수와 관리 비용에 투자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전산 실무자들의 이 같은 고민이 결코 볼 멘 소리만은 아니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바로 가상화다. 데이터센터를 구성하고 있는 수백대의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들을 한 대의 장비처럼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유지보수 및 운영 비용 절감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여기에 IT 관리자의 노력 절감이라는 요인까지 더하게 되면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한국IBM 전략컴퓨팅사업본부 안병현 실장은 "기업의 관심은 이미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컴포넌트' 단위를 벗어났다. 기업의 시스템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인프라' 차원의 관리를 원한다"고 설명한다.

한국HP 가상화솔루션 담당 전극진 부장도 "데이터센터의 평균 시스템 활용률은 6~15%에 불과하고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서버는 15~30대 수준이다"라면서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시스템간의 가상화가 모두 이뤄지면 시스템 활용률을 80%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또 관리자 한 명이 500대 이상의 서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수백대의 시스템 장비를 한 대처럼 보이게 만드는 가상화 기술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가상화 기술을 내놓고 있는 한국HP, 한국썬, 그리고 한국IBM 3사는 "제조, 통신, 인터넷 포털 등의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가상화 기술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2007년을 데이터센터 가상화 구현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고 치열한 기술 경합과 마케팅 전을 벌이고 있다.

◆서버간 가상화까지 가능

초기에 등장했던 서버 가상화는 단일 서버를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한 대의 장비에 두, 세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는 1차적인 가상화 기술을 채용한 것.

이런 기술만으로도 15% 정도에 불과했던 시스템 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수 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하이엔드 서버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이런 변화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버 가상화 기술은 시작에 불과했다. 소위 '논리적 파티셔닝 서버 가상화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스템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서버 한 대의 컴퓨팅 자원을 나누는 것 뿐 아니라 프로세서 하나 단위까지 '쪼개는' 것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휴렛패커드(HP)가 제공하는 HPVM. 이 제품은 CPU를 0.5개까지 쪼개 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거나 다른 부하 집중 업무로 자원을 재 할당할 수 있다. IBM의 마이크로파티셔닝도 CPU 단위로 나눈 뒤 시스템을 가상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서버와 서버 사이의 가상화 기술이다. 이는 해당 서버들을 아우르는 미들웨어를 각 서버에 설치, 두 대 이상의 서버를 한 대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같은 기술은 한국IBM의 그리드엔진을 비롯해 한국HP의 VSE, 한국썬의 N1그리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들은 두 대 이상의 서버는 물론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수 백대의 서버를 한 대처럼 관리하면서 활용률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서버와 서버 사이를 연결, 여러 대의 장비가 마치 하나처럼 관리되며 그 안에서 CPU 자원 할당이 마치 마이크로파티셔닝이나 v파티셔닝처럼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업무 중요도에 따라 자원 재분배

한국IBM과 한국HP, 한국썬은 지난 해부터 서버와 서버간의 가상화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앞다퉈 발표했다. 한국IBM 등 3사가 강조하는 서버간 가상화 솔루션은 '통합'과 '재분배'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부하가 일어나는 업무 서버에 무조건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중요도'에 따라 수준 관리가 이뤄지면서 자원 할당이 이뤄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국HP의 PRM(Process Resource Manager)과 WLM(WorkLoad Manager), 한국IBM의 EWLM(Enterprise WorkLoad Manager) 같은 가상화 솔루션 역시 이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파티셔닝을 통한 서버 내부 가상화는 80~90%의 고객들이 구현하고 있지만 서버와 서버를 연결한 인프라 차원에서의 가상화를 구현한 고객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IBM 등은 이 같은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프라 가상화를 위한 솔루션들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RM은 서버 한 대 당 보다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도록 CPU 자원을 할당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WLM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CPU 자원을 일정 수준에 맞게 할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구동하는 HP 인테그리티 수퍼돔 서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 활용률이 30%에 불과한 이 서버는 v파티셔닝이나 PRM을 통해 CRM과 보안 기능까지 구동할 수 있도록 구성해 활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만약 ERP가 가장 중요하다면 서버 자원의 50%를 ERP에 할당한 뒤 ▲고객관계관리(CRM) 40% ▲보안 10% 등으로 분할할 수도 있다. 각 서버마다 업무 중요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각 서버에서 설정된 업무별 할당 자원을 필요시 유연하게 통합해 한 대의 서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무에 따라 CPU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HP나 IBM이 강조하고 있는 iCOD나 PPU(Pay Per Use) 같은 사용량 기반 요금제 적용에도 유리하다.

한국썬도 마찬가지로 업무 수준별 자원 분배가 가능한 N1 그리드 엔진과 N1 SPS(Service Provisioning System)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가상화를 구현하고 있다.

◆대기업 데이터센터 및 제조업체 중심으로 도입

"가상화 기술은 기업 전산 환경 통합과 관리 용이성 확보, 그리고 막대한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비용 절감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업체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시장에 받아들여진 듯 보인다.

최근 한국HP와 한국IBM 등은 '드디어' 서버와 서버간 인프라 차원의 가상화 기술을 구현한 고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사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구축 단계이며 연말 안정화 단계를 지나면 내년 초쯤 도입 기업의 이름을 거명할 수 있으리란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꼽고 있는 서버간 가상화 기술의 장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들의 컴퓨팅 자원을 최대한 보호하고 활용률을 극대화해 신규 투자 부담을 3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점 ▲자원의 공유와 재분배가 원활해지면서 하드웨어 장비 뿐 아니라 CPU 당 과금되는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 ▲통합으로 인한 관리 용이성 확보와 유지보수 비용 절감, 그리고 적절하게 업무 부하를 분배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전체적인 성능 향상이 기대되는 이점 등이 많기 때문에 서버간 가상화 기술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가상화 기술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대기업 전산실과 제조 산업군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통신이나 공공부문에서도 가상화 기술을 통한 시스템 최적화 작업에 대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업계는 귀띔한다.

한국IBM 안병현 실장은 "내년이야말로 가상화 솔루션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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