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무료 음악서비스를 제공해 검찰 기소까지 됐던 박성훈 벅스 사장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통신회사의 폐쇄적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정책과 벨소리 등 모바일 음악서비스 사용료 배분 문제를 정면으로 공격해 주목된다.
박 사장이 운영하는 벅스(www.bugs.co.kr)는 음악 저작권단체들과 합의해 지난 해 10월 유료화를 단행한 뒤, 로커스를 인수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고 최근들어 대만의 P2P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함께 300억원 규모의 음악전용펀드 '벅스캐피탈 1호'를 조성, 온오프라인 음원유통 사업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 때 저작권자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벅스가 이제는 음악시장 유료화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박성훈 벅스 사장은 우선 "법적 공방이 있을 때에도 벅스가 음악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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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벅스를 시작했을 때에는 협상창구가 제대로 없었고, 당시에도 벅스는 유료화를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지금은 관련법(저작권법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고, 유료음악서비스의 대체제인 P2P 유료화가 목전에 있는 등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이 만개할 기반이 잡혔다"고 평가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권리자단체들이 P2P에 이어 웹하드(인터넷스토리지)를 이용한 무료 음원유통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 웹하드를 통한 무료 음악 유통이 P2P보다 많다"며 "파란이나 그래텍 등 웹하드 기업들이 하는 불법행위가 많지만, 곧 제도적으로 정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동통신회사가 음악콘텐츠 시장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때 3~4천억원에 달했던 음악시장이 1천억원 규모로 줄어든 것은 이동통신회사의 폐쇄적인 DRM 정책과 P2P나 웹하드 등 대체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SK텔레콤의 DRM정책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권리보호를 저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유료로 구입한 음악파일을 휴대폰에서 맘대로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통사의 폐쇄적인 DRM 정책은 무료음악에 익숙해진 네티즌들이 돈주고 음악을 사는 구조가 정착됐을 때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사장은 "현재 인터넷으로 음악을 즐기는 대부분의 매니아들은 P2P나 웹하드를 이용한 무료에 익숙해 돈주고 산 음악파일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느끼지 못하지만, 제도적으로 유료음악의 대체제들이 정비되면 네티즌들이 직접 문제제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박성훈 사장과 김경남 대표는 이통사들의 모바일 음악사용료 배분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남 대표는 "지난 27일 토요일 음반제작자들이 모여 이동통신회사들이 45%정도의 수익을 배분하지 않으면 6월7일 GM엔터테인먼트 음원(SG워너비, 씨야 등)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결의했다"며 "이에대한 문제제기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사장도 "이통사에서 서비스하는 컬러링 등 모바일 음악서비스의 경우 일단 50%는 망사업자가 갖고, 나머지를 콘텐츠업체(CP)와 제작자들이 나누게 돼 현재 음반제작사가 갖는 수익은 20~25%에 불과하다"며 "정부로 부터 주파수를 받아 통신사업을 하는 기간통신회사가 콘텐츠에까지 들어와 콘텐츠 산업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사장은 이날 SK커뮤니케이션즈의 도토리 5개(500원)를 주고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으로 쓰는 BGM에 대해서도 "최근 음악 저작권 권리자들이 매장에서 돈 3천원을 주고 공개적으로 음악을 트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듯 권리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박성훈 벅스 사장과 김경남 벅스 대표의 발언은 (사적복제를 제한해) 지나치게 권리자쪽으로만 기운 게 아닐까.
박성훈 사장은 이와관련 "다운로드와 달리 스트리밍서비스는 무료여야 한다는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룰이 있어 따를 뿐이지, 스트리밍은 무료여야 더 큰 시장이 만들어진다"며 "옷을 살 때에도 한번 입어보고 사듯이 스트리밍은 무료로 풀고 간직하는 다운로드에서만 돈을 받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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