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아라 기자]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이비종교 교주 강요로 숨진 사망자 수가 수백 명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사태까지 벌어져 케냐 당국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케냐행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침체된 분위기가 분명한 가운데 굳이 '출국길'에 오르는 명분도 도민들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 속에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위원장 최종현)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케냐행을 택했다. 이들의 강행목적은 케냐 바랑고주와 보건의료 분야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2일 케냐 바링고주 현지에서 보건 의료분야 발전을 위한 MOU를 맺었다. 굳이 이 시점에 '업무협약'을 이유로 케냐행을 강행한 것을 두고 도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잇따라 케냐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충격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모자라 굶주린 사자가 민가에 내려오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케냐에서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죽어야 한다'는 교리를 전파한 사이비교주의 강요로 숨진 사람이 200명을 넘어섰다.
케냐 당국은 현재 신고된 실종자 수가 610명이나 돼 앞으로 수색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 심각한 상태다.
이런 침체된 상황에서 케냐 내무부 장관까지 나서 "정부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됐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케냐 국민에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케냐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인간과 사자의 갈등이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야생생물국(KWS)은 지난 13일 케냐 남부 암보셀리 국립공원 근처의 음비리카니 마을에서 사자 6마리가 주민들에게 사살됐다고 밝혔다. 사자들이 가뭄으로 먹이가 부족해지자 마을에 나타나 우리에서 키우던 염소 11마리와 개 1마리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또 케냐에서 사자 총 10마리가 민가 근처로 왔다가 사살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가운데 세계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19살 야생 수컷 사자(룬키토)가 먹잇감을 찾으려고 마을에 침입했다가 주민들이 던진 창에 맞아 사살되기도 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는 "회복력과 공존의 상징인 룬키토의 죽음은 케냐 국민과 사자 모두에게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케냐 당국과 국민이 불안정한 상황의 연속에서 협약을 이유로 강행한 도의회의 해외 출국길에 도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45)는 "지금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케냐행을 굳이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보통 국가와 국민에게 슬픈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상황을 지켜보면서 행보에 나서야 하는 데 이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경기도의회가 결국 품격을 잃은 것이다"라면서 "경기도를 넘어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의료 정보와 장비 교류를 확대하는 협약 중 일환이다"면서 "케냐 충격사건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잡혀진 일정으로 의료협력을 강화하는데 더 의미를 뒀다"고 전했다.
/수원=김아라 기자(a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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