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현대백화점의 야심작 '더현대 서울'이 베일을 벗었다. 백화점이라면 상상되는 빽빽한 매장과 북적거리는 인파를 벗어나 폭포와 숲을 품었다. 설계 과정에서는 기둥을 없애 쾌적한 환경을 구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혁신적 실험에 나서는 현대백화점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4일 오전 더현대서울 프리오픈 현장을 찾았다. 더현대서울은 오는 26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24~25일 양일간 프리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개점 직전의 백화점 앞은 새로운 백화점을 가장 먼저 만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백여 명의 고객이 개점을 기다렸고, 백화점 밖 주차장 입장을 기다리는 차들이 도로를 메웠다.
더현대서울은 영업면적 2만7천 평,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구성돼 있다. 이는 서울 시내 현존하는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하반기 리뉴얼을 마치면 서울 최대 백화점 타이틀을 다시 찾아오게 될 예정이다.
◆ 접근성 살린 '킬러 매장' 곳곳에…"백화점이야, 복합쇼핑몰이야?"
지하철·IFC몰과 맞닿아 있는 더현대서울의 지하 2층 공간은 MZ세대를 겨냥한 매장들로 가득찬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가 들어서 있다. 이 곳에는 H&B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 '아르켓'의 아시아 첫 매장과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번개장터랩',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등 매장이 위치하고 있다. 젊은 층이 백화점을 방문할 때 지하철을 다수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 봤을 시 효율적인 매장 배치로 생각됐다.
지하 1층은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이 위치해 있다. 입점 브랜드는 총 90여 개로 기존 국내 최대 식품관이었던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도 10개 많다. '박가네 빈대떡', '그믐족발', '청기와타운', '에그슬럿' 등이 위치해 있다. 특히 파크원 사무동과 맞닿아 있는 출입구 앞에는 현대백화점이 직접 운영하는 '와인웍스' 세 번째 매장이 위치해 있어 퇴근길 직장인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으로 보였다.
지상층으로 올라오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자 12m 규모의 실내 폭포 '워터풀 가든'이 눈에 띈다. 또 워터풀 가든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넒은 중앙정원은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들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고, 특히 중간에 가리는 부분 없이 지붕과 맞닿아 있어 자연 채광으로 인한 따스한 효과를 줘 한 순간에 '힐링'을 선사했다.
또 5층과 6층을 아울러 구성돼 있는 '컬쳐 테마파크'도 눈길을 끌었다. 5층에는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1천 평 규모의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펼쳐져 여유로운 식사와 함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6층에는 사운즈 포레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알트원'이 구성돼 만족스러운 쇼핑 체험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동선 너비를 넓히고 내부 기둥을 없애 고객들이 극대화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고객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곳곳에 위치한 첨단 기술…명품 등 MD 라인업 다소 적어 아쉬워
더현대서울에는 곳곳에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었다. 1층에는 LG전자의 안내 로봇 '클로이'와 안전관리 로봇이 비치돼 있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현대식품관 투홈 모바일앱을 이용하면 6층에 위치한 전문식당가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또 발렛 데스크를 방문하지 않고 출차 예약 및 주차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발렛 서비스'도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매장은 6층에 위치해 있는 무인 매장 '언커먼스토어'였다. 약 10평 규모의 언커먼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완성된 자체 기술이 적용돼 있었다. 고객이 휴대폰 앱에 결제수단을 미리 등록해 두고 QR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40여 개 카메라와 150여 개 무게감지센서가 상품 및 고객 동선을 감지해 자동 결제까지 완료했다. 다만 비치돼 있는 상품들이 대부분 스낵 및 간단한 소품뿐이라 아쉬웠다.
언커먼스토어를 살펴보고 있던 고객 A씨(33·남)는 "신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품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지금 당장 생활에 크게 와닿는다기보다는 미래 쇼핑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체험적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풍성하게 갖춰진 체험 거리와 건물 안에서 '힐링'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갖춰진 매장은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상품 구색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현재 더현대서울에는 통칭 '3대 명품'으로 평가되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똥 등이 입점해 있지 않다. 또 명품 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 매장도 입점하지 않았다.
명품업계는 이를 여의도의 상권 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오피스 상권으로 구성돼 있어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들며, 더현대서울이 경쟁할 수 있는 인근 상권 내 풍성한 명품MD를 갖추고 있는 대형 백화점이 곳곳에 위치해 있어 굳이 여의도에까지 명품 매장이 입점할 이유가 없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픈 이후 추이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IFC몰 상인들 반응 '긍정'…여의도 중심 상권 확대 '촉매' 역할 기대
더현대서울은 단순한 '메가 점포'를 넘어 여의도역 상권 확산의 촉매제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하보도로 연결돼 있는 IFC몰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오피스 상권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복합쇼핑몰에 비해 주말 영업에 상대적 어려움을 겪던 문제점이 더현대서울의 입점으로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파크원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현재 파크원에는 '도깨비 호텔'로 유명한 아크로 그룹의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이 입점했다. 또 장기적으로 정부의 여의도·용산 재개발 계획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지하철 5·9호선, GTX, 신안산선 개통 등 교통 호재도 예정돼 있어 더욱 높은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IFC몰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48·여)는 "더현대서울 입점으로 주말 여의도역 상권 활성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더현대서울에 없는 극장이 IFC몰에는 있고, IFC몰에 없는 브랜드 매장이 더현대서울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아 상호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입지적 강점과 교통망 등을 바탕으로 반경 3km내 영등포·마포·용산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 고객이 찾는 점포로 더현대서울을 육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목표 매출은 개점 첫 해 6천300억 원, 오는 2022년 7천억 원을 잡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영업 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힐링' 위주의 공간을 세팅한 것을 감안할 시 가족 단위 고객들의 많은 방문이 예상된다"며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광역교통망 구축 등이 마무리되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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