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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집사의 자산관리 시대, 눈앞에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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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지금은?]②꿈틀대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대중화 여나

[이혜경기자] 올 하반기 들어 금융권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와 접목된 핀테크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급부상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해가며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특히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적극적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증권이 쿼터백랩, AIM, 디셈버앤컴퍼니, 밸류시스템, 프리베서비스코리아 등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연달아 제휴를 맺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NH투자증권도 자산관리(WM)사업부 산하에 핀테크 추진 TF팀을 꾸렸다.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도 로보어드바이저업체 DNA와 제휴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자체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하나은행이 내년초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을 위해 베타버전 준비에 한창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KT 컨소시엄)도 로보어드바이저로 자산관리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처럼 차세대 자산관리 서비스의 총아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를 상용화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곳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중으로 곧 로보어드바이저 상용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쿼터백랩(옐로금융 계열)이 오는 28일 상용화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뉴지스탁 등이 빠르면 내년 1분기중 상용화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원하는 수준의 수익률 기준에 맞춰 사전에 설계한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까지 시행하는 전 과정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1천만원의 현금으로 연간 5%의 수익률을 올리고 싶은 투자자를 상정하고 구체적인 예를 살펴 보자. 현재 상황에서는 직접 오프라인 금융회사 창구에 찾아가서 연 5%짜리 정기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가입하는 식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대면거래 방식이다.

반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투자자는 집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해당 서비스 업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이 해결된다. 온라인으로 서비스업체 계좌에 투자원금을 입금한 후, 연 5% 수익률을 원한다고 서비스 요청을 한다. 투자자의 정보 입력이 끝나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에서는 이 조건에 따라 채권 등 안전자산 몇 %, 주식이나 상장주식펀드(ETF) 등 위험자산 몇 % 하는 식으로 적절히 투자금을 분배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리고는 이 결과에 맞춰 자동 매매주문이 이뤄지게 된다.

그동안 원하는 수익률에 따라 전문가가 자산을 분배해 투자하도록 조언해 주는 서비스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지금까지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컨설팅은 대개 현금자산 3억원 이상을 맡긴 부자들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고급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전문인력인 PB가 고객과 상담을 거쳐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참고해 고객이 해당 금융사가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구조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처럼 소수의 고액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컨설팅이 핀테크 기술을 만나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자산을 지닌 보통 사람들도 적은 비용으로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여는 열쇠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해외는 성장박차…국내는 이제 걸음마

미국의 웰스프론트라는 로보어드바이저업체가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이프라이빗뱅킹(MyPrivateBanking)에 따르면, 전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140억달러에서 오는 2019년에는 18배 가량 성장한 2천5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전통적인 금융산업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증권사인 찰스슈왑은 올해 3월 투자자산 5천달러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고, 출시 3개월 만에 30억달러의 자산을 유치해 돌풍을 일으켰다. 이 증권사는 알고리즘에 따라 고객 성향/목표에 맞게 상장지수펀드(ETF) 기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모니터링, 자산배분배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지난 8월 세계 3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하나인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하고 대중부유층이나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금융기관 고객들에게 온라인플랫폼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연구실의 서영미 연구원은 "온라인채널을 선호하던 젊은 층, 자기통제적 투자자(self-directed investor)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고객 니즈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확대 일로인 것과 비교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자리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감안해 원하는 금액을 분배한 포트폴리오 정도는 지금도 일부 로보어드바이저업체 홈페이지 등에서 온라인으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투자금을 맡기고 매매까지 위탁하는 '투자일임' 계약은 반드시 대면으로만 해야 하고, 투자일임 서비스도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업계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기술은 갖추고 있지만, 법에서 이를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을 직접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따거나(쿼터백랩, 12월2일 핀테크 업계 첫 취득), 증권사 등 금융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28일 업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는 쿼터백랩은 기존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가입 기준금액을 작게 설정하고, 가입시 내는 수수료(판매 및 일임 수수료)도 낮게 잡는 식으로 기존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기존 투자자문사들은 수천만원 이상의 큰 규모의 자금만 받는 곳이 많은데, 이보다 작은 금액을 굴리고자 하는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아직 법규정이 없어 현행법 하에서는 일반 일임형 랩어카운트(고객이 맡긴 재산을 전문가들이 고객의 투자 성향 맞게 알아서 운용을 해주는 상품)나 신탁상품처럼 증권사를 통해 고객과 만나야 한다.

쿼터백랩은 이에 따라 증권사를 통해 출시할 예정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판매수수료를 기존 펀드(주식형 기준 약 0.8%)에 비해서는 낮게 잡거나 없앨 수 없다면 없애고, 운용수수료(주식형 기준 약 0.58%)도 펀드보다 조금만 받겠다는 생각이다.

쿼터백랩 관계자는 "아직 제휴 증권사와 구체적인 가격과 수수료를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업계 서비스보다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방침 하에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규제 및 성과 의구심 넘어서야

로보어드바이저업계가 산업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지만 아직 헤쳐가야 할 장애물은 적지 않다.

첫 번째 장애물은 온라인상 비대면으로는 가입 및 자산배분 컨설팅, 자동매매까지 일괄 서비스를 할 수 없게 하는 일임형 투자에 관한 현행법 규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제한적이긴 하지만 은행 계좌의 경우 비대면 방식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돼 일임형 투자 분야에서도 곧 규제가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업계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에서도 자산관리 서비스 접근성 제고의 예시로 '온라인 자문업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언급돼 정부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자문업 발전을 위해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 금지가 풀려야 한다는 업계의 희망사항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송병곤 사무관은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허용할지에 대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폭넓게 검토를 진행중"이라며 "긍정적으로 갈지 부정적으로 갈지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중립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내 자산관리서비스 산업의 성장과 자산관리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은 허용할 명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허용 후에 온라인 상에서 투자자 성향파악을 형식적으로 대충 하고 넘어간 후 이뤄진 투자에서 성과가 나쁘게 나올 경우,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급하게 문호를 활짝 열어서 사고가 늘어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신중한 움직임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로 인한 불완전판매 피해가 우려된다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이미 해외에서는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라는 핀테크 서비스를 국내에서만 막는 것은 아쉽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아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도 또다른 숙제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예전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인기였던 퀀트나 시스템 트레이딩 방식과 뭐가 다른지 불분명하다. 데이터 기반으로 세운 알고리즘으로 사전에 입력한 시스템으로 투자한다는 비슷한 개념을 포장만 바꾼 것이 아니냐"며 "퀀트 투자방식이 늘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시황에 따라 성적이 좋았다 나빴다 했듯이 어떤 투자방식이든 성과가 언제나 꾸준히 나오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매우 새로운 개념의 자산관리 방법처럼 소개됐지만 근본원리를 파고들면 딱히 새롭지도 않고, 가치투자(내재가치 대비 저렴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 액티브투자(펀드매니저 등이 적극적으로 성장성 높은 자산을 발굴하는 투자법), 패시브투자(인덱스펀드 등 수수료가 낮은 펀드 위주로 하는 저비용 투자법) 등 다양한 투자기법들이 저마다 유리한 시기가 달라 성적이 들쭉날쭉했던 만큼 로보어드바이저 방식도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효과적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관건

자산관리산업 전문가인 한국채권연구원 이태호 부원장은 "만일 '금리가 오르거나 내릴 때 어떻게 대응하라'는 식으로 시장 변화에 따라 사전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설정을 잘 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부원장은 특히 "이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자산배분을 꾸준히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잘 짜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을 꾸준히 구현하는 알고리즘을 잘 짜는 기술을 보유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제대로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상용화 서비스가 이제서야 나오는 완전 초기 시장인 만큼, 실제 투자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식형 로보어드바이저업체 뉴지스탁의 문경록 대표는 "재무/금융데이터를 돌린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원하는 수익률을 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로보어드바이저업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을 구현하는 알고리즘 설계 능력과 수년간의 포트폴리오 투자성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먼 미래에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이 발전해 자리잡을 경우 금융권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권연구원의 이 부원장은 "자산관리 관련한 조언과 포트폴리오 분배, 매수까지 일괄 처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장기적으로 펀드매니저나 은행 PB, 증권사 브로커 등의 일자리를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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