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1 바쁜 출근길, A씨는 카카오택시 앱을 실행시키고 콜택시를 부른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자 바로 택시기사와 연결됐다.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A씨, 택시에 내리면서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카카오택시와 연계된 카카오페이에서 자동으로 택시요금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2 여행준비에 한창인 B씨, 친구들과 함께 여행비용을 마련하고 총무를 맡은 친구 C에게 돈을 송금해야 한다. 예전같으면 친구에게 계좌번호를 받은 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은행으로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B씨는 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뱅크월렛카카오에 접속한다.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돼 있는 친구 C를 선택하고 송금할 금액만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불과 1~2년전까지만해도 불가능했던 서비스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온다. 정보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했고 한결 단순 편리해진 금융 서비스들은 결제 분야에서도 빠른 집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우리 생활로 들어온 '핀테크(금융+IT)'의 덕이다.
누구나 핀테크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로는 '간편결제'를 들 수 있다. 간편결제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우리 생활 곳곳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온라인결제시 공인인증서 사용의무를 폐지하고 각종 규제를 개선하면서 지난 1년간 등장한 간편결제 솔루션의 수도 9종에서 19종으로 늘었다.
카카오페이는 물론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라인페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BC카드의 탭사인, SK플래닛의 시럽페이 등 이미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서비스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도 7월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갑이 필요없는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것이 익숙한 시기가 눈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향후에는 대출이나 자산관리 등 전통적인 금융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간(P2P) 대출이나 자산관리 서비스가 확대되면 금융의 문턱도 한층 낮아져 보다 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콘, 핀테크 시대 새로운 마케팅으로 정착중
특히 '비콘' 기술과 맞물려 쇼핑의 간편결제가 탄력을 받고 있다. 비콘은 전력 소모가 적은 블루투스 4.0을 이용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기존 근거리 무선통신(NFC) 서비스는 단말기를 10㎝ 이내에 접근시켜야 인식할 수 있었지만 비콘은 최대 50m안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비콘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 환경을 180도 바꿔놓고 있다. 과거에는 구매자가 할인을 받기 위해 제휴카드나 쿠폰 등을 직접 챙겨야 했지만 비콘이 활성화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SK플래닛이 선보인 '시럽오더'는 대표적인 비콘을 활용한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 주변 500m 또는 지역별 원하는 카페를 검색해 메뉴를 주문 및 결제한 후, 픽업알림이 오면 매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 주문 음료를 찾아갈 수 있다.
시럽오더 서비스를 지원하는 커피매장인 카페베네는 지난달 20일 시럽오더 이용고객에 한정해 눈꽃빙수를 1천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인천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비콘으로 더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들은 별도 이벤트나 쿠폰을 확인할 필요없이 매장 코너를 방문하면 그때그때마다 행사나 할인쿠폰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원하는 매장도 비콘을 통해 빠르게 안내받을 수 있다.
통신기업 KT도 비콘을 활용한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KT는 수원 KT위즈파크에 총 145대의 비콘을 설치, 입장한 고객들에게 환영메시지, 본인 좌석정보, 먹거리 매장 할인정보, 구장 소개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비콘 기술은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 마케팅분야에 다각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면서 "야구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ICT를 활용한 첨단 서비스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핀테크 주도권 쥐기 위한 합종연횡 '활발'
‘꿈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체들은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제휴를 늘려가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서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기획 2편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삼성전자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한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핀테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로 급부상했다.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간편결제 '페이나우'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카드사뿐만 아니라 대형 홈쇼핑이나 소셜커머스업체들과 잇따라 제휴를 맺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핀테크 사업의 열쇠는 곧 제휴"라며 "제휴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용하게 해줄 수 있느냐가 핀테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여러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통3사 휴대폰결제도 지원하며 티몬, CJ오쇼핑, 현대 H몰 등에서도 페이나우를 이용할 수 있다.
간편결제 '페이코'를 서비스하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잇따라 지분투자, 기업인수에 나서면서 핀테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7일 이 회사는 음악포털 '벅스'를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인터넷 지분 40.7%를 1천6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전에는 모바일티머니를 서비스중인 티모넷에 지분을 투자, 결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쇼핑몰 솔루션업체 고도소프트, 관람권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페이코를 이용할 수 있는 대형 포털들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페이코의 활용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중순부터 국내 9개 신용카드 적용을 완료할 계획이다. 오는 7월 이후 1천200억원의 마케팅비를 페이코에 집행할 계획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게임기업 엔씨소프트는 핀테크 사업 진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국내 전자결제 1위 기업 KG이니시스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제도개선 잇따르며 기반다지기 효과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관련 규제개선과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들은 쇼핑몰 회원가입시 본인확인 절차를 폐지하고 결제시 간편결제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절차를 카드사용자 본인 확인절차로 인정하는 등 기존 규제개선에 적극 나섰다.
또한 간편결제 도입의 걸림돌로 지적된 온라인결제시 공인인증서 사용의무를 폐지하고 사용자PC에 보안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한 의무규정도 없앴다. 외국인의 국내 쇼핑몰 이용확산을 위해 간이수출신고제도를 신설해 수출신고 항목을 기존 57개에서 37개로 축소했다.
여기에다 신용카드결제 보안프로그램을 액티브X에서 실행파일(exe) 다운로드 방식으로 전환해 액티브X의 족쇄를 풀었다.
금융당국은 법규에서 허락된 사업만 할 수 있던 규제를 금지 업무 외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신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카드사들이 핀테크 시대에 본격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의 부수업무 규정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카드사의 핀테크 규제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개정안은 상반기내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사업자들도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기본방향과 틀은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간편결제 영역을 넘어 금융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파급력이 미치는 추진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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