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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한류' 글로벌 정복 100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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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특별 기획]Ⅰ-1.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핀테크

'핀테크(FinTech)'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유통을 아우르는 초대형 화두로 떠올랐다. 핀테크는 금융은 물론 ICT 시장을 변혁시킬 새로운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블루칩으로 급부상중이다.

스마트 강국 대한민국 역시 핀테크가 불러온 거대 변화에 편승하며 세계 시장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 규제 완화와 인식 변화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핀테크 한류의 가능성 역시 많고도 많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글로벌 시장을 향한 국내외 기업들의 도전과 경쟁, 이를 가로막는 제약과 한계점을 집중 분석하며 '핀테크 한류'의 가능성과 미래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혜경, 허준, 민혜정 기자] #1. 지난 1월 12일 방한한 피에르 그라메냐 재무장관 등 룩셈부르크 정부 관계자들은 서울 삼성동에서 "우리와 핀테크 사업을 하자"며 한국 핀테크 기업 유치 행사를 열었다. 그날 행사에는 30여 곳의 중소 핀테크 기업들이 참석해 룩셈부르크의 핀테크 환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2.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 전시회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주인공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삼성페이'였다. 스마트폰 갤럭시 S6에 탑재한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인 삼성페이는 MWC 컨퍼런스와 토론에서 수없이 거론됐다.

#3. KT 자회사인 BC카드는 MWC 2015 전시회에서 전자결제 서비스 '탭사인'으로 해외 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탭사인은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본인의 스마트폰에 터치 후,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되는 솔루션이다. 온라인 쇼핑몰 결제시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결제단말기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 에릭슨, 오렌지 텔레콤 등 10여 개 유수의 해외 사업자들은 BC카드와 연이어 비즈니스 미팅을 했고, 몇몇 회사들은 구체적으로 협력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다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기업들이 핀테크 전쟁의 주요 플레이어로 비상하며 '핀테크 한류'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해외보다 길게는 10년쯤 지각했다며 한국을 핀테크 열등생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정작 글로벌 유력 기업들은 한국 핀테크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 핀테크 기업에 이어지는 해외 러브콜

탄탄한 금융산업을 강점으로 유럽의 핀테크 허브를 목표로 하는 룩셈부르크의 한국 핀테크 기업을 향한 손짓은 매우 강력하다.

지난 1월 방한한 룩셈부르크의 피에르 그라메냐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한국의 핀테크업에 대한 관심과 ICT기술의 우수성,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한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한국의 IT산업이 매우 강력하고, 핀테크 회사들의 경쟁력이 뛰어나 룩셈부르크로 유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월에는 중국 위해산업단지 대표가 방한해 국내 핀테크 기업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현지 진출을 권유하고 간 일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소개한 삼성페이 역시 지구촌의 관심을 드러낸 강력한 사례 중 한가지다.

MWC 2015의 첫날이었던 지난 2일 '선진시장의 모바일 결제'를 주제로 한 모바일 월드 라이브 TV에서 진행한 토론 방송에서 삼성페이에 대한 관심은 바로 드러났다. (☞방송 바로가기-1부)(☞방송 바로가기-2부)

더치텔레콤의 결제사업 담당 부문장인 피터 베스코는 "많은 국가에서 비자, 마스터카드,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결제 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결제 생태계에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참여는 모바일 결제 확산에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페이팔의 힐 퍼거슨 최고 제품 책임자(CPO)는 "매우 보안성도 높으면서도 편리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지문인식 기술을 활용한 삼성페이의 보안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4일 콘퍼런스에서 금융권 인사 중 최초로 MWC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등장한 스페인 BBVA은행의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도 삼성페이에 대해 언급했다.

사회자가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BBVA에) 경쟁자인가, 파트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곤잘레스 회장은 "둘 다"라며 "은행 시스템과는 경쟁 관계일 수 있지만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본다"며 경계감과 찬사를 나란히 보냈다.

라이언 맥너니 비자 글로벌 대표도 삼성페이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루프페이를 인수한 삼성페이는 매우 흥미롭다"며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은 카드 네트워크와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결제를 돕는다는 것은 같다. 모두 지불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전시회 마지막날인 5일, 모바일 결제 기술의 발전상을 다루는 컨퍼런스에서도 삼성페이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씨티(Citi)의 글로벌 결제사업 책임자인 리치 클로우는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이 계속 나오며 결제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는데, 신용카드·현금카드 등 다양한 결제 수단들이 최종 소비자들의 선택을 놓고 겨루는 양상"이라며 "애플페이나 삼성페이는 소비자에게 매우 심플한 결제수단으로, 플라스틱 카드 없이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미국의 소매상점 90% 이상에 깔려있는 마그네틱 카드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긁어 결제했던 이 단말기에 신용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담은 스마트폰(갤럭시S6·엣지)을 가까이에 대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된다. 본인 인증은 스마트폰 홈 버튼에 손가락만 대면 지문인식으로 순식간에 해결된다.

카드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카드 결제단말기에 밀착해 처리하는 결제 기술은 미국의 결제솔루션기업 루프페이의 것이나 지난 2월18일(미국 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이 회사를 인수하며 결국 삼성의 것이 됐다.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대한 인식은 '복잡하거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루프페이의 간편결제 기술에 지문인식 보안인증을 더한 삼성페이는 모바일 결제를 '간편하고도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것으로 순식간에 재정의했다.

지문인식으로 인증하고 폰을 결제단말기에 대서 결제하는 개념 자체는 애플의 애플페이가 이미 선보여 신선미는 떨어진다. 그러나 애플페이는 상점마다 이런 결제를 지원하는 NFC 단말기를 새로 깔아야 한다는 약점을 지녔다.

반면 삼성페이는 기존에 깔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기술을 채택해 간편함과 함께 범용성을 갖췄다. 누구나 폰을 갖고 다니는 시대, 드디어 플라스틱 카드나 현금과 맞먹을 만한 모바일 결제수단이 한국 기업을 통해 등장한 것이다.

◆ '핀테크 한류'의 도전,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다

MWC 2015에서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로 초반 바람몰이를 주도한 데 이어, 한국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됐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로 핀테크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에 결제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구글이 제공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OS 'LG 웨어러블 플랫폼'을 탑재했다. 이는 안드로이드웨어가 결제, 통신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안드로이드의 울타리를 스스로 떠난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에 계열사인 LG유플러스의 간편결제 솔루션 '페이나우' 기능을 지원하며 결제서비스로 가는 문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간편결제 페이나우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아예 핀테크를 차세대 전략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교통 및 공공결제 시장에서 핀테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은 "수백만의 고객이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머니를 사용하고 있으며 교통과 공공결제 시장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MWC 기간 동안 비자 등 핀테크 관련 기업들과 연달아 회동하며, '페이나우'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KT의 자회사인 BC카드는 KT 전시 부스에서 전자결제 서비스 '탭사인'을 선보여 해외 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탭사인은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본인의 스마트폰에 터치 후,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인증과 모바일 결제를 지원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결제단말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탭사인을 직접 시연해 본 현지 외국인들은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롭고 놀랍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른 나라에서의 서비스 출시 계획 여부를 줄지어 문의했다.

중소기업들도 특색 있는 기술력으로 뒤를 받쳤다.

지문인식 보안 솔루션업체인 크루셜텍 부스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스마트폰 홈 버튼의 지문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 동안 값비싼 사파이어 글래스가 쓰였지만, 크루셜텍은 저렴한 '강화유리'로 이 기술을 구현해 폰 제조사들이 열광한 것이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MWC 기간 내내 쏟아지는 미팅을 소화하느라 분초를 쪼개 쓰며 강행군을 했다. 안 대표는 "시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공동개발 의뢰가 계속 들어왔다"고 전했다.

선불 결제서비스 '티머니'로 알려진 티모넷은 신용카드가 아닌 선불카드 방식의 결제 기술을 소개해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직도 1회용 종이 마그네틱 버스·전철 티켓을 사용하는 다수의 국가에서 적잖은 관심을 나타냈다. 캄보디아, 헝가리,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 관계자들과 연달아 미팅이 이어졌다.

◆ 핀테크 한류의 또다른 기반 '문화 한류'

국내에서도 핀테크 한류를 감지할 수 있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파악된다.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대가 열린 지는 꽤 됐다. 해외직구(국내 소비자의 해외 쇼핑몰 직접 구매주문)와 역직구(해외 소비자의 국내 쇼핑몰에서의 직접 구매주문)가 확산일로다. 게다가 영화, K팝, 게임 등 문화 한류를 타고 넘어오는 해외 쇼핑객들의 국내 쇼핑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국내 핀테크의 물꼬를 튼 것도 "천송이 코트(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가 입고 나온 코트)를 찾는 중국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였다.

한류스타들이 먹고, 입고, 쓰는 제품들을 사기 위해 한국의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찾는 해외 쇼핑객들이 국내 핀테크 산업 개화의 1등 공신 중 하나인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잘 숙성될 수 있다면 한국 쇼핑몰에서 한국상품을 사려는 외국인 고객들이 자국에서 삼성페이, 탭사인, 페이나우, 라인페이, 카카오페이 등 우리나라 간편결제 플랫폼을 이용해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모습이 일상화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택배로 물건을 받고, 인터넷으로 돈을 송금하며, 커피업체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해 마시고, 택시 앱을 통해 택시를 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는 그 모든 것이 바로 핀테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는 단순히 금융사와 ICT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향후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인간의 활동 행태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바로 여기에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나라에 기회이자 위기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한류, 한국형 핀테크로 키워야

여러 상황과 한국의 전반적인 여건을 볼 때 한국은 글로벌 핀테크 전쟁에서 결코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우리 ICT 기업들이 그 동안 쌓은 탄탄한 내공, 그리고 훌쩍 성장한 문화 한류를 타고 온 해외의 K-커머스 수요 등 이 모든 것들이 핀테크 한류의 든든한 기반이다.

핀테크 한류는 한국 시장 특유의 상황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핀테크로 육성될 필요도 있다.

미국 페이팔이 성공한 이유는 간편한 결제 방식뿐만 아니라, 송금 수수료가 비싼 미국의 상황 때문에 저렴한 송금이라는 포인트가 소비자들에게 통해서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송금수수료가 몇 백원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다. 급여통장 등을 쓰면 무료 송금도 어렵지 않다. 해외의 핀테크 성공사례를 그대로 들여왔을 때 한국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핀테크 한류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한국형 핀테크의 설계자인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와 지원 방향을 제대로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금융권의 몸 사리기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규제가 잘 풀린다고 해도 핀테크기업의 앞길을 금융회사 실무자가 현장에서 막아버리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더 이상의 패배주의는 한국 핀테크 시장의 개화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앞으로의 글로벌 핀테크시장 100년을 지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이혜경·허준·민혜정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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