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내수 침체로 힘겨워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에 잇따라 군침을 흘리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긴 정체기에 빠진 반면 면세시장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연일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새 주인이 최근 확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이제 '알짜배기'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으로 옮겨졌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조5천억 원이던 면세점 매출 규모는 지난 해 7조5천억 원(추정치), 올해는 8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매출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15%에서 지난 해 70%로 급증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전체 고객 중 70% 차지하는 외국인 고객 중 88%가 유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덕분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지난 해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18%, 25.2% 증가한 4조2천억 원, 2조6천123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연일 면세점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유통업체들은 앞 다퉈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매출액의 37% 안팎을 임대료로 지급하는 공항 면세점과 달리 0.05%의 매출 수수료를 내기만 하면 돼 수익성이 더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노린 유통업체들은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앞서 관세청이 지난 2일 서울지역 3개, 제주지역 1개 등 4개 면세점 사업자 신청공고를 내면서 업체들의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이 중 제주지역 면세점과 서울지역 면세점 1곳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며, 서울 시내 면세점 2곳의 입찰에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입찰 신청서 접수마감일은 오는 6월 1일까지로 아직까지 여유가 있지만 기존 면세점 사업자뿐 아니라 최근 면세 사업 진출을 선언한 업체들까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서울 시내 면세점을 둘러싼 업체들의 눈치싸움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 3곳, 호텔신라 1곳, 워커힐 1곳, 동화 1곳 등 모두 6곳이다.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이 들어서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으로, 중소·중견기업에 할당된 1곳을 제외한 2개 면세점은 자금력이 높은 대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는 기존 면세 사업자인 신라면세점, 신세계조선호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뿐 아니라 면세점 사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현대아이파크몰과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된 1장의 티켓은 참존, 하나투어,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 등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미 서울에 3개의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올해 말 운영기한이 끝나는 소공동 본점 사업권 재취득과 제주지역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집중할 계획이다.
◆'3파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입지가 중요"
업계는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유력 사업자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한화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사 모두 유통채널을 운영해왔던 노하우가 있는데다 이미 신세계와 한화는 면세점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유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매장 입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내면세점 특허신청공고에 나온 대부분의 심의기준들은 조건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매장 입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관광 진흥과 외화 획득에 주안점이 있는 사업"이라며 "최적 사업자 선정 시 여러 평가 요소 중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유입해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장으로 용산을 확정했다. 용산 주변의 관광 인프라와 발전 가능성, 지리적 강점, 교통 편리성 등 여러 요건들을 갖춘 만큼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친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동대문, 현대백화점 신촌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4개 후보지 중 1곳을 정하고 조만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관광객 수요가 많지만 건물을 임대해야 하는 동대문 보다 주변에 화교 상권이 잘 형성된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부지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충무로 메사빌딩이나 백화점 본점이, 한화는 시청에 위치한 더플라자 호텔 등이 사업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업체들의 입지가 명동 인근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지역을 앞세우는 곳들을 관세청이 배제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 문제롤 몸살을 앓고 있는 명동보다는 인프라가 잘 구축된 신상권을 앞세우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