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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실적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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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수익 모두 급감…투자동력 상실 우려, 그룹 내 위기감 고조

[정기수기자] SK그룹의 양대 계열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정유 부문의 경기 둔화와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로 사실상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최태원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인해 공백 2년차를 맞아 오너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6조6천747억원, 영업이익 1조3천817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1%, 18.7%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2012년에 넘어선 70조원대가 1년 만에 붕괴됐다.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인 영업이익의 경우도 2012년 43%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은 7천57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대비 36.0% 감소했다.

분기별 실적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5조8천55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한 가운데 25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정유사업이 주축인 SK에너지의 수익성 악화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SK에너지는 작년 정제마진 약세 기조 속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 줄어든 608억원에 그쳐 2009년(429억원) 이후 역대 두번째로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으로도 전년동기 대비 2천674억원 감소한 3천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 부문의 부진을 석유화학과 석유개발로 만회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본업이 정유사업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주력 계열회사 중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악화는 그룹 내 위기감 고조로 직결된다"며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이에 수반되는 오너의 결정력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 타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투자계획은 작년보다 축소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시설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숫자를 집계 중이지만 2조원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인천 V-프로젝트에 7천500억원, SK종합화학 6천억원 등 총 2조8천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실제 최 회장의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의 각종 투자계획이나 해외사업 추진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브라질 광구를 매각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으나 1년 이상 투자를 못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이 추진하고 있는 PX 공장 증설은 인천시와 서구청 등 지자체로부터 공사중단 명령을 권고받아 현재 올스톱 상태다. 회사 측은 이번주 중 인천 서구청의 승인을 받아 증설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원만한 협의를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인천석유화학 PX 공장 증설은오늘부터 3~4일간의 안전점검을 실시해 이번 주말께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며 "공정률 90% 상태로 4월말 완공계획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SK E&S가 각각 추진하던 ADT캡스와 STX에너지의 M&A(인수합병)도 포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그룹의 양대 축인 SK텔레콤은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환경으로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시설투자가 상존해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해외사업 추진이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그룹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지 못할 경우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최 회장에 대한 선고는 이르면 이달말이나 내달초께 내려질 전망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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