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 절망 속 새누리, 국회서 사라졌다

[채송무기자] 국정을 이끌고 운영해야 하는 중대한 책무를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특위가 기로에 선 중대한 시점에 국회에서 종적을 감췄다.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의 증인 채택과 관련해 최종 기한으로 선정한 31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휴가 중이다.

황우여(사진 오른쪽) 대표는 지난 30일 폴란드로 출국했다.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 연맹 회의를 주재한 뒤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최경환(사진 왼쪽)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29일 이후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내려가 30일 원내대책회의에도 불참한 상태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지난 30일 지역구인 강릉에 머무르다 서울로 올라왔다.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여야 합의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차라리 지금이라도 강릉에 내려가서 (권성동 의원을)설득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당을 지키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된 이견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1일 전면 장외 투쟁을 선언했지만 이에 대해 대응한 여당 인사는 다른 사람도 아닌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였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중요 시점에 집권 여당의 이같은 태도는 국회 협상 파트너인 야당에 결국 모욕감을 주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런 위중한 상황에도 여름휴가를 운운하며 국정조사를 모면하려는 여당의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협상과 양보를 통해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집권 여당이 국회에서 사라지면서 여야의 협상은 오히려 점점 더 꼬이고 있다. 이는 곧바로 산적한 민생 문제를 풀어야 할 국회의 극한 경색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이는 국민이라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게는 국가최고정보기관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해 대선 정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히고 재발방지 등 국정원 개혁을 목적으로 출범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것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의 기본 자세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상대를 장외로 몰아가는 것은 선거에서 이긴 승자의 아량과 포용이 아니라는 여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