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넥슨, NHN한게임과 더불어 국내 4대 게임 업체로 이름을 날리던 네오위즈게임즈가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2007년 비교적 늦게 게임 사업에 뛰어든 네오위즈게임즈는 2009년 1세대 게임 서비스 업체 넷마블 매출을 뛰어넘고 이듬해에는 한게임에 근접한 매출을 내면서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1998년, 벤처로 시작해 음악,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대형 IT업체로 우뚝선 모회사 네오위즈처럼 게임업계에서 신화를 썼던 것이죠. 하지만 2년새에 주가가 4분의 1토막나면서 현재 1만 후반대까지 떨어졌으며, 전 직원의 40% 감원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습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글| 이부연 기자 @boo
게임 업체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됩니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와 이를 유통하는 서비스사죠. 서비스사는 흔히 퍼블리셔라고 불립니다. 퍼블리셔는 유통 산업에 비교해보면 백화점이나 마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좋은 물건을 가져다가 이용자들이 즐기기 쉽게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바로 게임 전문 퍼블리셔였습니다. 넥슨 역시 퍼블리싱으로 대성한 업체 중 하나이며, 한게임과 넷마블 역시 퍼블리셔로 성공한 케이스 입니다. 국내 게임 산업의 맏형인 엔씨소프트는 개발사이면서 자사의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오위즈게임즈의 추락은 바로 이 퍼블리셔가 갖는 한계에서 발생했습니다. 퍼블리셔는 직접 게임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게임의 서비스권을 따내지 못하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들은 유리한 업체와 계약하면 되기 때문에 계약 기간만 만료되면 다른 업체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어 최고 매출을 경신했지만, '피파온라인2'의 공동 개발사인 EA와 재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크로스파이어'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와의 재계약 이슈도 터졌습니다. 다행히 2010년에는 두 게임 모두 2년 연장 재계약을 하면서 위기를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었죠. 2년을 기준으로 갱신되는 서비스 계약은 2년 후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 불씨는 결국 2년 후인 2012년에 대형 화재로 이어집니다. '피파온라인2'의 차기작인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권이 넥슨에게 넘어간 겁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연 900억원 가까이를 벌어다 주던 '피파온라인2' 서비스를 지난 3월 종료했습니다. 다행히 '크로스파이어'의 재계약은 개발사와 소송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다, 합의를 통해 2년 더 연장되면서 한시름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 대형 스타 개발사로 자리잡은 스마일게이트와 재계약 내용이 네오위즈게임즈에 한참 불리하게 적용됐을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입니다. 보통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수익을 3:7 혹은 4:6 정도로 나누면서 퍼블리셔가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퍼블리셔를 택해도 유리한 히트 게임을 가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가 저러한 일반적인 수익 배분 구조 따르지는 않았을테죠.
결국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사상최대의 매출을 내고 영업이익 역시 1천억원을 넘게 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0%의 인원을 감축했습니다. 고육지책을 내놨던 네오위즈인터넷과의 합병도 이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발생해 불발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네오위즈게임즈는 현재 몸을 잔뜩 움추린 모습입니다. 최소한의 마케팅과 사업 진행으로 외부에서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매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매각밖에 답이 없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임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내년 공개서비스를 목표로 수백억원을 투여해 개발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스'가 자회사 블레스스튜디오가 있으며, 자체개발한 또 다른 작품인 '야구의 신'도 지난달 내놨습니다. 퍼블리셔가 갖는 한계를 벗기 위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이죠.
몸을 잔뜩 움추린 네오위즈게임즈가 게임 업계의 와호장룡일지, 아니면 이대로 추락해 업계의 안타까운 사례가 될지, 올해 행보를 주시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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