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HP가 오라클과 벌여온 '아이태니엄(Itanium)'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HP는 유닉스 서버에 대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인텔과 HP는 아이태니엄의 다음 프로세서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라클 측은 "HP의 최종 승리가 아니며,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 항소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1일(현지시간) 오라클과 HP가 지난 2010년 체결한 합의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HP가 아이태니엄 서버 판매를 중단할 때까지 오라클은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HP와 오라클 간 맺은 아이태니엄 관련 협의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두 회사간 아이태니엄 사태의 시작은 전 HP CEO였던 마크 허드는 성추문 사건으로 HP에서 쫓겨난 이후, 곧바로 오라클 사장으로 선임된 데서 시작됐다. HP는 기업 기밀의 유출 등을 이유로 오라클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양사는 협의를 통해 소송을 합의 종결하면서, 아이태니엄 관련 사업에서 협력을 계속한다는 합의를 했다.
문제는 HP는 이 당시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문서라고 주장했지만, 오라클은 통상적인 업무협약(MOU) 수준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맞섰던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HP의 손을 들어줬다. 향후 항소심에서도 오라클이 패소할 경우 아이태니엄 판매가 중단되지 않는한 이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美 법원 "HP-오라클 간 아이태니엄 협약은 법적으로 유효"
오라클과 HP의 아이태니엄 관련 소송은 지난 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태니엄은 인텔이 제공하는 64비트 프로세서 칩셋으로, HP는 아이태니엄 기반의 유닉스 서버를 판매하는 유일한 벤더다. 전 세계적으로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 중 약 40% 정도가 HP의 유닉스 서버를 이용할 정도로 양사는 공고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라클이 "단종될 아이태니엄에 대해 오라클은 더 이상의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오라클과 HP는 1년이 넘는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시장에선 오라클이 인수합병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서버 시장 강자인 HP를 제물로 삼았다고 풀이했다.
특히 전 HP CEO였던 마크 허드가 성추문 사건으로 HP에서 쫓겨나고 오라클 사장으로 옮긴 직후 발표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HP에 대한 보복성 짙은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협업 관계에 있던 오라클의 이같은 '배신행위'에 HP는 지난 해 6월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서버 사업 활성화를 위해 아이태니엄 소프트웨어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오라클을 법원에 제소했다. 마크 허드 전 CEO 관련 소송의 합의 과정에서 HP와 오라클간 맺은 협약이 구속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HP를 상대로 HP와 인텔간 밀약설을 제기하며 맞고소를 진행했다. 오라클은 소장에서 "아이태니엄 운영체제(OS)인 'HP-UX'가 x86칩 기반 서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산되는 것"이라면서 "아이태니엄은 이미 단종 됐을 CPU인데도 HP가 인텔과 '밀약'을 맺고 계속해서 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올해 1월30일 "아이태니엄이 곧 단종될 것이라는 오라클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오라클의 제소를 기각한 바 있다.
HP는 이번 오라클과의 소송전에서 승소하면서 안정적인 유닉스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지만, 오라클은 항소의 뜻을 밝혀 향후 소송전의 향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HP는 오라클의 아이태니엄 지원 중단 발표에 따른 손해 금액을 약 5억 달러로 추산하고, 향후 최종 승소할 경우 오라클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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