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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 도전장 던진 벤처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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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쓰레기통으로 세계시장 겨냥

[민혜정기자] 지저분한 쓰레기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벤처에 도전장을 던진 25살 청년이 있다.

권순범 이큐브랩 사장은 태양광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로 쓰레기를 압축할 수 있는 쓰레기통 '스마트 빈'을 만들어 세계 시장 도전에 나섰다.

권순범 사장을 지난 17일 서울 충무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권 사장은 차분한 말투였지만 이큐브랩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자세히 들려줬다.

◆신촌의 더러운 쓰레기통들을 보고 창업 결심

권 사장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지저분한 '신촌 길거리'를 꼽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며 전기전자공학과에 다닌 그는 항상 쓰레기가 넘쳐 있는 쓰레기통을 목격했다.

"신촌의 쓰레기통들은 항상 쓰레기들로 넘쳐 있었어요. 너무 지저분하니까 쓰레기통도 쓰레기로 보일지경이었죠. 그래서 집에서 넘쳐 있는 쓰레기를 발로 밟는 것처럼 쓰레기를 누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기로 압축을 하면 배선작업이 복잡할 것 같았고 태양광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 사장은 사회적 기업에 컨설팅 해주는 '소셜컨설팅그룹'에서 인턴으로 만난 형들에게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형들은 권순범 사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들은 지금도 이큐브랩의 팀원이다.

이들은 각자 몇십만원씩 내고 기구와 기계를 사들여 쓰레기통 만들기에 골몰했다고 한다. 생각만큼 잘 만들어지 않아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쓰레기 처리나 수거 과정을 알기 위해 환경 미화원 체험을 하기도 했다.

"구청에서 환경미화원 체험을 신청받는데 새벽 네시 반까지 출근해서 청소도 하고 환경 미화원 인터뷰도 하며 그들의 고충을 알게됐어요. 저희 쓰레기통이 꼭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 빈'이라고 이름 붙인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쓰레기 부피를 줄이고 쓰레기 수거 솔루션을 제공한다.

쓰레기 압축 원리는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쓰레기통 위에 태양광 패널(판)을 달고 태양광을 모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배터리에 충전되는데 한번 충전이 완료되면 날씨에 상관없이 열흘 정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쓰레기통에 설치된 센서는 쓰레기양을 감지한다. 일정량 이상 차면 압축 시스템을 가동하게 한다.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가득차는 시점이 오면 와이파이나 3G 같은 통신망을 활용해 쓰레기처리 관리자에게 알릴 수 있다.

"저희 솔루션을 이용하면 압축 쓰레기통이 어디에 위치해있고 얼마나 찾는지 네이버 지도나 구글 지도 등을 통해 표시됩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컴퓨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쓰레기통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쓰레기 수거 시점을 알려주는 것이죠."

권 사장은 "100리터 쓰레기 봉투를 태양광 쓰레기통에 넣었을 때 일반 쓰레기통에 비해 3~4배의 쓰레기가 들어가게 된다"며 "수거차량이 운행횟수를 절감할 수 있어 인건비, 유류비는 물론 차량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양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범 사장은 경남 과학고를 거쳐 연세대에 재학중인 '엄친아'에 속한다. 창업은 그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든 '반기'다.

"병역특례로 IT관련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 밖 사회를 경험하게 됐는데 세상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의지 없이 정해진 코스만 밟아서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제도에 사육당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무살이 넘어서 사춘기가 왔어요."

◆엄친아의 첫 반항은 '창업'···올 8월 시험대 올라

권 사장은 이큐브랩을 설립하면서 정해진 궤도를 처음으로 이탈했다. 그의 '이유있는' 반항에 부모님은 당황했다고. 어머니는 아직도 불안해 하신다고 한다.

친구들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유럽 코리아 비지니스 플랜 컴퍼티션'과 드럼비즈포럼이 개최한 '2011 청년 창업 열전 코리아'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순범 사장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본금을 모아야해서 공모전이나 창업대회에 많이 나갔어요. 상업적인 성과가 바로 나온 건 아니지만 상을 타고 이름이 알려지니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이큐브랩의 지난 2011년 7월 법인을 설립했지만 스마트빈이 상업적 성과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올 8월경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40~50개의 쓰레기통을 설치한다. 이큐브랩이 한화그룹에 쓰레기통을 판매하고 한화그룹이 이를 대학에 기증한 형태다.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

일반 쓰레기통 가격은 70만~80만원선이다. 이큐브랩의 쓰레기통은 200만~250만원선으로 3배 이상 비싼 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절감되는 인건비, 유류비, 쓰레기봉지 등을 설명해줘도 스마트빈의 이용하라고 설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큐랩은 해외시장을 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 3월 에너지 관리공단의' 신재생 에너지 해외진출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외국에는 쓰레기 수거만 해서 연매출 10조원을 올리는 기업이 있습니다.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공모전을 통해 알려져 미국, 호주 등 6~7개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순범 사장은 이큐브랩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창하게 사회적 기업까지는 아니라도 이큐브랩이 사회적 이슈도 해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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