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금 '주파수'에 휩싸여 살고 있다. 손에서 언제나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의 '3G 인터넷'이나 음성통화는 바로 통신용 주파수를 활용한다. 주말 저녁을 즐겁게 하는 '나는가수다'나 '1박2일' 등의 TV 프로그램도 방송용으로 쓰는 '주파수'를 통해 송출된다.
주파수를 놓고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주파수가 부족해 추가 주파수 발굴을 해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와 모든 국민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공익성을 위해 방송용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섞이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주파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지금, 과연 우리의 주파수 현실은 어떠하며, 확보된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효율적인지 긴급 진단해 본다. 이는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강은성기자] 지난 2011년 8월29일 월요일 아침. 통신업계의 모든 이목은 분당에 위치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쏠렸다. 국내 통신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주파수 경매에서 이동통신의 맞수 SK텔레콤과 KT가 팽팽한 경매 대결을 벌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1.8㎓ 주파수 20㎒ 폭을 두고 SK텔레콤과 KT가 벌인 경매는 이미 5일간 진행된 상황. 경매가는 1조원에 육박했다. KT가 이날 아침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 1.8㎓ 주파수는 결국 SK텔레콤 손에 돌아갔다.
외부에서는 1조원에 육박한 이 경매를 두고 '과열'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나 통신 업계에서는 그리 보지 않았다. '추가 주파수 할당'은 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한정된 자원, 주파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무선 통신을 위한 주파수 확보는 이제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또 다른 경쟁력이 됐다.
그동안 통신사의 주파수는 '음성통화'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은 5천만을 넘어섰지만 음성통화량은 주파수 점유자체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단말기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 2010년부터 생겨났다.
스마트폰은 국내에 보급된 지 2년이 채 안돼 가입자 2천만을 돌파했고, 통신3사가 앞다퉈 내놓은 무제한데이터요금제까지 만나면서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통신용 주파수는 금새 한계점에 도달했다.
따라서 통신기업들은 광대역의 주파수 확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도 주파수 자원의 부족에 대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600㎒ 이상의 대역을 확보해 통신과 방송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유휴대역 700㎒ 두고 기싸움 '팽팽'
눈에 띈 것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유휴상태'가 되는 방송용 700㎒ 대역 주파수다. 이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할 수 있다면 당장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통신업계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따라 향후 국내 이동통신 추가 주파수 소요량은 2015년까지 최소 170㎒, 2020년까지는 320㎒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우선 현재 통신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총 270㎒ 폭의 주파수를 2배 이상 많은 최대 668㎒폭 까지 추가 발굴해 확대한다는 '모바일 광개토계획'을 세웠다.
신규대역 발굴과 TV 유휴대역을 활용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2013년 시작한다는 것이 골자다.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해 방송계가 활용하고 있는 700㎒ 주파수가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고 나면 빈 공간이 되는데, 이를 통신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방송계의 첨예한 반대에 부딪쳤다. '공익'을 앞세우는 방송사들은 3D나 울트라 HDTV를 위한 주파수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계 관계자는 "주파수의 주인인 국민이 차별없이 차세대 지상파방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700㎒ 대역에 대한 주파수 정책이 공익적인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장 통신마비를 초래할 정도로 폭발하는 모바일 트래픽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통신쪽으로 주파수를 넘겨줄 것이냐, 상업적 서비스가 아닌 공익 서비스를 위해 다소 힘겨워도 공공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이냐 700㎒ 주파수에 대한 고민을 보다 다원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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