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위원회는 지난 17일 저녁 핸디소프트의 개선계획 이행 및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결과 상장폐지라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로써 핸디소프트는 오는 21일부터 3월2일까지 일주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퇴출된다.
소프트웨어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시장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를 꿈꾸며 지난 99년 11월 코스닥에 진출한 핸디소프트는 성공신화의 꿈을 접어야 할 지 모르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18일 "상장폐지라는 심의 결과가 충격적으로, 경영전략 회의를 거친 다음 주께나 향후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략부재-무리수'가 먹잇감으로···
업계에서는 핸디소프트의 공격적 경영과 사업확장이 무리수로 작용하며 만성적자를 키워왔다고 말한다. 창업주의 지분매각, 경영권 분쟁 등이 겹치면서 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풀이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실질사주 이상필씨와 대표이사 등이 290억원대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10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오른 이후 매각도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1~3분기까지 매출액 146억원, 영업손실 34억원, 당기순손실 11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종 SW 기업의 또다른 대표주자 한글과컴퓨터 역시 투기꾼들의 놀잇감이 되다시피 전락했다가 지난해 소프트포럼에 인수되며,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명성을 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이홍구 한컴 사장은 "한국의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20여년 동안 온 국민의 힘으로 잘 지켜져 왔기 때문에 책임과 사명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유력 SW 기업의 대표이사는 "CEO나 사주가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딴 짓을 하지 않겠다는 도덕적 무장을 하더라도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재무적으로 취약한 국내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사냥꾼'에겐 더없이 좋은 작전대상"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산업구조, 영세함 부채질
업계에서는 토종 기업들의 경영난의 원인에 대해 기업의 경영전략 부재 및 무리한 경영이 가장 큰 이유지만, 산업구조가 뒷받침 하지 않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각종 강연회에서 "정부조차 SW 구입시 제 값을 치르지 않는데 어떤 기업이 제 값을 내려 하겠는가"라고 지적하고 "SW 산업육성이든 대중소기업 상생이든 할 것없이 공정거래 관행을 만드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
SW 업계 관계자는 "A 정부 부처가 관리중인 것으로 추산되는 20만대 가량의 PC에 SW를 공급하면서도 라이선스료 계산은 A부처가 주는대로 밖에 받지 못한다"며 "해당 부처에 알아봤더니, SW 항목으로 잡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든 대기업에 SW를 공급하면서도 제값을 못받는 곳이 즐비하지만, '갑을관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SW 기업들은 '생명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산업의 파이는 제자리를 맴돌고만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T 수출비중이 28개 조사대상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했지만, 소프트웨어(SW) 수출 비중은 27위에 머물러 사실상 꼴지 수준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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