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 23일부터 시행되면서 관련 인터넷 서비스들의 이용 행태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반 게시물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게 아니라 불법 저작물 유통이 많았던 P2P(개인 간 공유), 카페 등을 제재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 여파가 웹하드뿐만 아니라 포털 및 블로그에까지 미치고 있다.
◆ 콘텐츠 유통 및 이용에 '찬바람'
우선 웹하드는 콘텐츠 유통이 눈에 띄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A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저작권법 개정안 공포 이후 매출과 업로드, 다운로드 수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제휴 콘텐츠 확대 및 저작권 보호 필터링 기술 탑재 등으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법 개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포털 블로그, 커뮤니티 및 전문 블로그 사이트에서도 저작권 침해로 인해 피해를 받을까 우려하는 네티즌들의 '몸 사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티스토리 등 전문 블로그 사이트에서는 '저작권 침해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블로거는 "일단 이 글과 아래 글 두개만 공개로 해놓고 나머지는 일단 비공개로 돌릴게요. 저작권법에 걸릴만 한거 다 수정한 후에 다시 공개로 돌리겠습니다"라고 공지를 띄웠다.
메타 블로그 사이트 올블로그에 따르면 책이나 전자제품 리뷰를 쓰려는 블로거들이 책 표지나 제품 설명서를 사진으로 찍어 올려도 되는가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고.
업계는 이 같은 모습에 우려를 표했다. 박영욱 블로그칵테일 대표는 "법이 모호하지만 처벌은 엄단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블로거들이 소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콘텐츠 활성화가 어려워지지 않을까"라면서 "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NHN 관계자는 "불법 이용은 지양해야 하지만 이번 규제 강화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제한도 있을 수 있다"며 "자진 삭제하거나 아예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 것은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 '대목' 필터링 업계도 시장 위축 우려
이 시기를 타고 '대목'을 맞은 저작권 필터링 업체들조차도 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웹하드의 책임이 강화되다 보니 더 향상된 수준의 필터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에만도 P2P, 웹하드 업체 30~40곳이 DNA 필터링 기술을 도입할 정도로 이 시장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당장 저작권 보호 솔루션이 판매된다고 해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NHN 등에 필터링 기술을 제공하는 뮤레카의 김주엽 대표는 "이번 기회에 필터링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길게 보면 행위를 단속하는 지금의 방향 때문에 우려가 된다. 저작권 보호 기술도 콘텐츠 시장의 성장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김 대표는 "지금처럼 단속 위주 상황에서는 시장이 축소되고 이후에는 저작권자나 유통자나 필터링 업계나 모두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시장 발전과 인터넷 문화 확산을 위해서 지금의 과도기적인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당장 매출과 이용자가 줄어드는 피해가 있지만 그간의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벗어나 합법화로 가는 것은 옳다. 어차피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포털 업체 관계자는 "과거처럼 불법적인 이용이 이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콘텐츠 활성화에 위험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과거처럼 불법 콘텐츠가 돌아다니는 일은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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